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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폴 (page 14 of 15)

5/18-6/3

5/18

기타 연습. 셋리스트를 정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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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5/17

4/27

후박 나무 늘어선 중산간 어느 길가의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만든 울타리 안에서 검은 조랑말 한 마리가 혼자 살고 있었다. 풀도 별로 없는 흙밭에 우두커니 혼자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여서 나는 갓길에 차를 대고 조랑말에게 갔다. 너른 목장을 뛰노는 말들은 털에 윤기가 흐르고 다리가 죽죽 뻗은 좋은 혈통의 경주마일텐데 조랑말은 털이 뻣뻣하고 검고 다리가 땅딸합니다. 울타리 너머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먹을만한 풀을 우둑우둑 뽑아 입가에 대 주는 것 뿐이지만 조랑말은 이 낯선 사람이 주는 간식을 정말이지 열심히도 먹어주었습니다. 물통도 시원치 않아 제 얼굴을 비춰 보기도 힘들겠지만, 네 속눈썹은 정말 예쁘고 눈은 별처럼 맑구나 하고, 후박 나무 늘어선 이 아름다운 길가에 혼자 사는 이 예쁜 조랑말이 알아듣든 말든 나는 계속 얘기해주었고 조금은 멋대로이긴 하지만 이 쓸쓸해 보이는 조랑말에게 후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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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4/26

3/24

100일 전 어머니와 함께 담근 장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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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3/23

3/16

환한 봄 날, 장독을 씻었다. 따스운 볕 아래 독을 엎어두었다. 유리창을 닦았다. 말개진 유리에 바다가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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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3/15

2/26

대성 형님이 집으로 오셨다. 집 구경을 시켜드리고 차를 마시면서 농사 얘기를 했다. 귤밭 가보니까 전정할 게 엄청나던데, 하신다. 작년에 아무도 관리를 안 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 그럴 것이다. 밴드에서 건반을 친다는 딸 해미에게 전해줄 키보드를 챙겨 드렸다.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모 인디레이블과 계약이란 걸 하고서 계약금 조로 받았던 건반이다. 연이란 건 다하면 붙드는 게 아닌 법이니, 이제 다른 누군가를 위해 소리를 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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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25

2/8

일어나보니 흰 눈이 검은 땅 위에 소복히 쌓여있다. 로마네스코 브로컬리를 사왔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우연히 보고 반했던 나는 이곳으로 오면서 언젠가 꼭 키워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아. 손 안에 우주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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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7

1/26

피아노로 초보를 썼다. 노래가 될 수 있을까.음표는 성기고, 음가는 평이하다. 

농업 경영체 등록 서류를 다시 보내고, 친환경 인증 관련 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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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1/25

1/19

오랜만에 읍내 목욕탕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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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8

1/10

아침 일찍 갈리에게서 메일이 왔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인터뷰를 보내왔다. 빽빽하고 꼼꼼하게 적어 온 'flying dutchman' 토마스와 달리, 답변이 온통 운문체다. 얼마전 정범씨가 LDC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했는데, 혹시 만났느냐고 답메일을 보냈다. 주말 안에 인터뷰를 다 정리해야겠다. 비자 열매를 씹으니 입 안에서 편백나무 향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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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9

1/6

숨결이 닿은 지 오래된 집의 냉기란 신기하다. 여미고 닫고 잠근 집 안으로 먼지는 어떻게 날아온 건지 모르겠다. 냉랭한 집안을 밀고 닦고 치우고 변기의 물을 너댓번 내리자 비로소 집에 온기가 돌아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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