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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해적방송 (page 1 of 15)

3/1-3/31

3/1

비가 부슬부슬 오는 흐린 날. 아침부터 사우나를 하고 여유있게 짐을 쌌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 넘어서니까 충분히 여유가 있다. 12 시 즈음 프론트에 짐을 맡겨두고 직원에게 좋은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해서 KŪŪK이란 카페로 갔다. 그런데 황당할만큼 커피 맛이 없다. 짐을 싣고 리가 공항으로. 악기만 넣은 트렁크 무게가 무려 25 k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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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28

2/1

비가 많이 온 날. 새로운 노래 작업을 시작했는데 신통치 않다.

BBBBBGA
나를데려가줄래?
AABAGEGG
슬픔이없는곳으로

서울에 두고 온 나일론 기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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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1

1/1

이모가 돌아가셨다. 급히 비행편을 알아보다. 내일 부산으로 가서 엄마를 모시고 시골로 가야할 듯 하다.

1/2

부산행. 공항에서 엄마를 만나 시골로. 몇십 년 만에 선화 누나와 욱이 형을 만났다. 누나 아이들이 듬직하게 컸구나. 엄마를 모시고 고향 마을을 차로 돌고 바닷가로 갔다. 할머니가 굴을 캐던 바닷가에는 더이상 개펄이 남아있지 않았고, 작은 자갈만 듬성듬성했다. 그 고왔던 개펄이 사라진 말라버린 바닷가. 옛 외갓집은 다른 사람이 이사를 올 모양인지 낯선 이들이 들락거리고 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할머니가 매일 붙들고 있었던 동백나무와, 구들장이 시커멓게 탔던 할아버지의 사랑방을 멀리서 보다가 부산으로 차를 돌렸다.

문수와 몸을 꼭 맞대고 잔 날.

1/3

문수를 어렵사리 떼어놓고 엄마를 모시고 서울로.

Song#3, Song#1 연습.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잤다.

1/4

<스며들었네>, <은하철도의 밤> 연습. 편곡을 마친 곡이 이제 6곡이 되었다.

모모 액체설.

1/5

제주로. 몸이 많이 안좋다. 코로나는 아닌 듯, 독감 아니면 감기인데.

음식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DW 리포트.

1/6

이부프로펜으로 버티다 병원으로 갔다. 1시간 반을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잠시 집에 갔다가 다시 오다. 결국 독감 판명. 병원 문을 닫을 때가 되었는데도 꼭 맞아야한다는 말씀에 수액을 맞고 집에 오다.

1/7

빗소리. 잠을 한숨도 못 자다. 낮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왜 병원약을 먹고 더 심하게 아팠을까.

팔레스타인 산 올리브오일을 구했다.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는데, 자꾸만 눈을 감게 된다. 자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1/8

몹시 흐린 날. 날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간밤에는 그럭저럭 잠을 잤다. 몸은 70%는 회복된 듯하다. 올리브나무 정령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Nabali 오일을 스푼 채 먹었다.

Mood II 리서치. micro-looper 채널은 아무리 봐도 어렵다. 이론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많이 만지고 경험하면서 '감'을 익혀야할 듯 한데.

제주아그로 통화. 벡시플랜트를 반납하고 얼라이브 비료를 받기로 하다.

Pau에게서 메일이 와서 답장을 보냈다. 답장 하나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구나.

1/9

몹시 추운 날. 바람 소리,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목이 탄다. 몸은 어제보다 조금 더 회복되었다.

sync next 피디님과 줌 미팅을 하다.

1/10

Pau의 Telefunken live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료가 좋다면 많은 걸 넣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세 군데 업체에 지원사업용 견적서 요청. 농협에 애미, 당밀 가격 문의.

Screenshot

우루과이 전 대통령 무히카가 식도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다. 우루과이 시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 아니 노혁명가는 "솔직히, 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사도 쉴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항암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1/11

7월 Sync Next 공연 타이틀을 생각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학살'과 '인종청소'일 뿐.

1/12

묵음에 들러 원두를 사오다.

1/13

서울행. 연습 #5.

1/14

연습 #6.

1/15

누나의 강권에 못 이겨 수액을 맞았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 그건 참 신기하더라.

상순 집에서 하루 자다. 효리와 친구분이 차려준 저녁을 거하게 먹고, 수정 같은 눈망울을 한 강아지들과 어둑한 산길을 같이 걸었다.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동네. 서울에 별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 곳이 있구나. 난롯불을 쬐며 대추차를 마셨다. 10여 년 전, 처음 소길에 있던 아이들 집에 갔던 생각이 난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모두 있던 밤.

1/16

안녕. 구아나와 인사를 나누고,

상순, 효리와 조조 영화를 보고, 순용이를 만나 브런치를 다같이 먹었다. 왠일인지 세종 PD 님 문자가 와서 극장에 들렀다 간단한 미팅을 하고 연습을 하러 떠났다. 연습 #7.

1/17

연습 #8. 첫 런스루. 제주행.

1/18

부지현 작가님과 통화. 2월 10일 세종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어제 PD 님이 제주로 내려와 부 작가님의 전시를 보고 가셨다고 했다. 액션이 빠르신 분이로구나.

1/19

부지현 작가님의 <궁극공간>을 보고오다. 공간을 채우는 매질을 빛으로 자르고, 그 단면으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전시 (혹은 퍼포먼스). Sync Next 공연과 놀랄만큼 접점이 많다.

200 여 개 단어를 안다는 보더콜리 이야기.

1/20

여전히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케이블을 잔뜩 주문했다. 회사에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MR을 보냈다.

1/21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커피를 마시고, 병원에 들렀다 장을 보고 돌아오다.

보현을 돌보다 보니 연습 기간이 모자라다. 공연 때 쓸 믹서를 주문해 회사로 보내두었다.

1/22

허상점 방문. 허님과 의상 관련 의논을 하다.

Y 케이블이 왔는데 크로마 콘솔에 맞지를 않아 급히 광주로 반품을 보냈다.

1/23

공연 큐시트 수정. 아마도 거의 최종일 듯. (하지만 또 모른다.)

패치 케이블을 주문해서 회사로 - 퀵으로 보냈다.

1/24

Pau에게서 답장이 왔다. Song#1 드럼 트랙을 유지하고 베이스 없이 기타만 녹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Carminho의 노래 <물방울>을 듣다. "눈물은 나의 것. 하지만 울음은 나의 것이 아니야."

연습 #9. 연습을 마치고 처갓집에서 잤다.

1/25

아침부터 어머님이 LA 갈비를 구워서 떡국과 내주셨다.

연습 #10. 제주행.

1/26

휴식. 묵음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샀다.

작년에 수확한 우리 귤로 만든 막걸리가 왔다. 맛이 너무도 아름답다.

1/27

Nawara에게 Song#3 악보와 MR을 보냈다.

1/28

다올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Dagmar Zuniga의 음악을 듣고, 공연 연습. 아주 미세한 것들을 fine tuning하다. harmonizer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마땅한 게 없네.

1/29

을사년 설날. 몹시 춥고 눈이 내린다. 집안 온도가 15도 까지 떨어졌다.

허상점에 가서 차를 마시고, 옷을 맞추고 돌아왔다.

뭔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Song#6은 4년 째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힐 듯 정말 잡히지 않는구나.

하루 중 가장 맑고 빛나던 시간. 언젠가부터 내게서 새벽이 사라져버렸다.

1/20

날이 많이 풀렸다.

Song#4. Borsta로 실험.

진실은 단순하다는 말은, 맞고 틀리다. 진실의 현상은 더없이 단순하지만, 현상의 근원은 너무 여리고 정교해서 섬세하지 않으면 절대 다가갈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무뎌지고 거칠어지고 부정확해진다.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오래된 기계를 끊임없이 calibration해서 쓰듯, 영점조절을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진실에 멀어지고 괴물이 된다.

가수는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는 믿음은, 나이 든 이들이 만들어낸 환상 혹은 무책임하고 엉성하게 만든 논리는 아닐까. 나이가 어릴수록 - 어린 가수들이 오히려 덜 '훼손된', '순수한 자연'에 가까운 건 아닐까.

목욕을 하고 물속을 걸었다. 작업 중인 노래들을 꺼내 이것저것 해보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성당에 가서 기도를 했다. '무엇을 기도했는가'는 일종의 고해성사라, 혼자 간직하는 게 좋다.

멀어지는 것을 인정하기. 바라보되, 너무 손을 내밀지 말기.

1/31

아침부터 컴퓨터 USB 허브가 말을 듣지 않아 깜짝 놀라다. (Vongon Replay가 버스파워로 전력을 너무 소모해서였던 것 같다.)

탈린에서 리가로 가는 버스를 끊다. 탈린, 리가, 빌뉴스 숙소를 모두 예약했다.

아내가 허리를 다쳤다. 한의원에 아내를 데려다주고, 아내 대신 우편물을 부치고 돌아왔다.

12/1-12/31

12/1

다올과 데크, 계단 수리를 마무리했다. 가려움증이 다시 심해지다.

<물이 되는 꿈>가사 번역본에 멜로디를 붙여 이상한 노래를 만들었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작은 구멍이 난 저금통에서 동전을 빼내는 것과 비슷하다. 끊임없이, 여러 방향으로 흔들어도 동전 한 닢 나올까 말까 하는 일. 나를 미친듯 흔들지 않으면 아무 것도 결코 나오지 않는 일.

기억에서 사라진 멜로디를 기억해내려 애쓸 필요없다. 이 정도로 멜로디의 힘이 약하다면, 다른 이에게도 각인되지 못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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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인사 그리고 늦은 일기 11/1-11/31

긴 시간 소식 전하지 못했네요.

새 앨범 작업은 몇 번을 뒤집고, 다시 뒤집고...를 반복하다가 이제 (정말) 마지막 마스터링의 마지막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아니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면 정말 마무리할 수 있지 싶어요. 잘 마무리하고, 앨범 소식과 공연 소식 자주 전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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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모자 피드 업로드. Pau에게 메일 쓰다.

11/2

모자 회의. 엽서 회의. 모자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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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10/31

10/7

집을 비운 사이 책와 음반이 한 가득 와 있다.

집을 비운 사이 치자 나무 잎이 싹 사라져버렸다. 거의 모든 푸른 잎을 애벌레가 다 먹어치웠다.

공연 준비를 하며 쉬다.

10/8

<고산 도들 페스티벌>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 오, 사랑
3. 물이 되는 꿈
4. 여름의 꽃
5. 4월의 춤
6. 아직, 있다.
7. 바다처럼 그렇게
8. 고등어

10/9 - 10/10 서울

<Ambient Temple in 원남교당>

1. Citron Dance
2. Aviiir
3. Dancing with Water II
4. Microcosmo

10/11

아침 일찍 하이드로폰과 앰비소닉 마이크로 소리를 들고 소리 채집을 하다.

유산청 라이브 음원 믹싱.

진귤 나무 한 그루에 깍지벌레가 심하게 꼬였다. 물로 나무를 씻어 주었다.

10/12

기타 줄 갈기. 조금 더 길들여야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줄어들 듯하다.

귤은 (겉으로 보기엔) 꽤 익었는데 맛이 들기엔 아직 멀었다. 모기의 입이 아직도 이렇게 꼿꼿한 10월이라니.

예초. 1/3 쯤 했을까. 예초기가 고장이 나서 좌절하다. 농협 수리센터에서도 고칠 수가 없단다. 읍내에 있는 예초기 전문점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Hani와 수업.

10/13

아침 산책을 하다 땅강아지를 만났다.

자카르타 공연 연습. 오랜만에 440 Hz 조율로 하는 공연인데, 걱정이다. Hani와는 마지막 수업을 했다.

지구상회에 가서 친구들과 감귤 엽서 회의를 하고 오다.

10/14

아침 일찍 예초기 수리를 하고 왔다. 휘발유 오래된 거 쓰지 마세요. 사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기름 찌꺼기가 분사구 노즐을 막은 것 같다. 이제 힘차게 잘 돌아간다.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다.

보현 모자가 왔다. 묵음에서 모자 회의를 하고, 짐을 싸고,

10/15

서울행.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너머까지 연습. 윤성씨, 파코와 금세 케미가 잘 맞아들어가 너무나 기쁘다. 소리가 아주 tight 하다.

개들도 고민을 하며 밤잠을 설친다는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나쁜 경험을 한 개들은 기쁜 경험을 한 개들에 비해 유의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고, REM 수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10/16-10/20 자카르타

<The Minstrel with a Guitar: Lucid Fall’s Music Story>

1. 봄눈
2. 강
3.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4. 물이 되는 꿈
5. 한 줌의 노래
6. 국경의 밤
7. 평범한 사람
8. 4월의 춤
9. 아직, 있다.
10. 바다처럼 그렇게
11. 은하철도의 밤
12. 어부가(漁父歌)
+ 걸어가자
+ 고등어

10/21

간밤부터 고열, 복통, 오심으로 고생을 하다 병원에 갔다. 음식냄새가 역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38.2도까지 열이 올랐다.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았다. 선생님은 장염+몸살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증상이 3-4 일 후에도 재발한다면 콜레라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신다. 집에 와서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0/22

많이 나았다. 서서히 일반식으로 전환하는 중. 공연을 마치고 앓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24일 강연은 무사히 갈 수 있으려나.

10/23

거의 회복되었다. 하지만 계속 잠을 설치고 있다.

새 앨범을 낸 조용필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고 들었다. 이렇게도 진지하고 겸허하게 음악을 대하는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와 힘이 된 시간.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얼마나 잊혀진 시대인지,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그 진지함이란 얼마나 커다란 미덕인지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귀한 뮤지션.

10/24-25 안산

4.16 유가족분들의 초청으로 안산에 간 날. 2020년 이후 두번 째. 나에게 안산은 곧 세월호다.

어머님 두 분과 아버님 한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온갖 감정과 사교의 거품이 다 사라진, 고요한 세 분과 마주 앉아 띄엄띄엄 대화를 나누며, 나는 이곳에 오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님들이 만드셨다는 손수건 포장을 그 자리에서 벗겨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으며, 아내가 항상 내게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하곤 한다고 어머님들께 말했다. "자주 잃어버리시지요?"라고 한 어머니가 말씀하셨고, 나는 "이거 잃어버리면 어쩌죠."라고 대답했다.

<아직, 있다.>를 부르는 건 참 어려웠다. 애써 마음의 줄을 당기고, 평온을 잃지 않으려 애쓰다가, 처음으로 내 기타 소리를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마치 누군가가 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는데, 그 순간 그 노래를 나 혼자 부르는 것이 아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노래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기타를 치는 이도, 노래를 부르는 이도 아니었다. 내 팔과 손과 목소리를 잠시 빌려준 이. 나는 그런 이었는데,

세상에 잠시, 아주 잠시 나를 빌려주고 온 날.

집에 돌아와 손수건을 보며 이 노란 꽃은 무얼까 골똘히 생각한다. 유채꽃일까, 왕고들빼기일까, 씀바귀일까. 이 시대의 Mater Dolorosa들이 내게 선물해 준, 둘도 없는 이 손수건을 나는 늘 갖고 다닐 것이다. 노래를 쓰다 지칠 때, 세상 소음에 힘들어질 때, solastalgia로 슬플 때마다 꺼내서 잠시 눈을 감고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어여지.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강연을 마치고 아버님 한 분이 꼭 보여줄 게 있다며 나를 사무실로 데려 가신다. 누군가 만들어 주셨다는 액자에 적힌 <아직 있다.> 의 가사와 노랑나비들.

"왜 너무 잘 하려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가"에 대한 BBC Brasil 기사.

10/26

아이들과 귤밭에서 모자 촬영을 하다. 아직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을 아닌 가을의 귤밭. 서글프고, 두렵고, 애잔한 올가을.

오두막 계단 하나가 파손되었다.

10/27

지구상회에 모여 엽서 회의를 하다.

10/28

당일 치기로 밴드 연습을 하고 돌아오다. 오랜만에 보는 호규, 동진. 처음 합을 맞추게 된 용준씨. 안정된 타임이 있으니 연주가 쉽게 흐른다. 함께 음악을 해왔다는 것. 음악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건 참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윤성 씨의 부재가 몹시 낯설다.

10/29

이른 오전 성택씨와 줌미팅을 하다. 많은 스마트팜에서는, 수경재배도 아닌, 뿌리를 공기에 노출시키는 - 뭐라 해야할까 반 '공경' 재배? - 방식으로 채소를 키운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런 스마트팜에서 키우고 파는 식물은 대체 무엇인가. '양액이 고체화된 형상의 식물체'라고 해야할까. 어리석다 해야 할까 잔인하다 해야 할까. 아니면 우매하다 해야 할까. 인간이란.

아내가 휴가를 떠났고,

10/30

보현을 돌보고,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하다보면 금세 하루가 간다.

모자에 사인과 넘버링.

10/31

팻 매스니가 나일론 바리톤 기타로 솔로 앨범을 냈다. 스틸 바리톤 기타에 비해 확실히 소리가 무디다.

중산간 낯선 어느 동네에서 아내를 만나, 셋이 함께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다.

목소리와 기타 2025

사흘간의 공연을 마치고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공연장을 찾아준 여러분, 매 순간 한몸처럼 호흡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흘 내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일당백으로 공연을 만들어 낸 아르테잇과 안테나의 스탭들,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 연습부터 마지막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해 준 진수 그리고 서윤씨,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공연 때 들려드린 새 노래들과 태어날 노래들 모두 정성껏 앨범에 담아보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Set List〉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3. Água*
  4. 마음*
  5. Pietà*
  6. 용서해 주오
  7. 아직, 있다.
  8. 스며들었네
  9. 바다처럼 그렇게
  10. 은하철도의 밤
  11. 송시 (미선이)
  12. 걸어가자
  13. 꽃이 된 사람* (encore)
  14. 고등어 (encore)

*Unreleased

〈Credit〉 

음악: 루시드폴, 김진수, 표서윤

총감독: 김건영, 박보현 (아르테잇)

기획 & 진행: 서도은, 최원경, 김유리 (안테나) 

매니지먼트: 양승빈 (안테나)

음향: 지승남 (안테나), 원형준, 차지헌, 노강민 (아트믹스) 

영상: 황지수, 신경아, 김보연 (안테나), 정태완, 이현태

조명: 김근호 (COR), 김연도, 김현욱, 김다연 (페스티벌 오브 라이츠)

무대: 김성연 (파닝스튜디오)

의상: 허상점, 라마홈

현장 진행: 이창희, 이인규, 김혜원, 방보미, 양혜연, 이은정, 정다은, 최해용, 장순형, 김은중 (안테나)

제작: 안테나 

공연을 앞두고

폴입니다.

눈보라가 날리는 간밤, 사전 리허설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저나 스탭들이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아무리 히터를 틀어도 역부족이라.. 난로도 부랴부랴 더 준비하고, 핫팩과 담요도 준비하긴 했습니다만, 부디 든든히 입고 오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기는 차갑지만, 음악만은 따뜻하게!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

새해 인사 그리고 공연 소식 전합니다.

새해에 처음 인사드립니다. 1월 들어 제주에도 정말 깊은 겨울이 왔습니다. 내일은 또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데, 다들 몸도 마음도 상하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관리자께서 남기신 피드처럼, 2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의 TINC에서 〈목소리와 기타〉 공연을 합니다. TINC는 오래전 명성교회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교회가 아닌 (This Is Not a Church)’ 공간이 되었어요. 처음 이곳에 갔을 때 길고 좁은 창문이 난 벽과 예배당 단상이 눈에 먼저 들어왔고, 여기라면 정말 독특한 무대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긴 시간 함께 연주해 온 기타리스트 김진수 님과 새롭게 알게 된 기타리스트 표서윤 님, 그리고 저 - 이렇게 트리오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목소리와 기타〉 무대와 비슷하게, 세 연주자가 삼각형을 그린 그림을 상상하시면 될 거예요. 오래전부터 기타 앙상블로 공연을 할 수 없을까 상상하곤 했는데… 소망이 이뤄지고 있네요. 

새 앨범에 실릴 노래도 들려드리고, 미선이 때 불렀던 노래도 들려드리려 합니다. 농사력에 맞춰 스케줄을 잡다 보니 이번엔 입춘 무렵 공연을 하게 되었네요. 공연장에서 좋은 기운 가득 받아 제주의 나무들에게 전해야겠습니다.

곧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유난히 추운 이 겨울, 모두 강건하시길.

9/1-10/6

9/1

새벽 2시에 보현이 깼다. 날이 제법 서늘하다.

세상엔 두 종류의 힘든 일이 있다. 끝은 보이나, 그 끝을 향해 가는 길이 고단한 일. 혹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일.

몹시 힘들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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