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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해적방송 (page 1 of 15)

10/7-10/31

10/7

집을 비운 사이 책와 음반이 한 가득 와 있다.

집을 비운 사이 치자 나무 잎이 싹 사라져버렸다. 거의 모든 푸른 잎을 애벌레가 다 먹어치웠다.

공연 준비를 하며 쉬다.

10/8

<고산 도들 페스티벌>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 오, 사랑
3. 물이 되는 꿈
4. 여름의 꽃
5. 4월의 춤
6. 아직, 있다.
7. 바다처럼 그렇게
8. 고등어

10/9 – 10/10 서울

<Ambient Temple in 원남교당>

1. Citron Dance
2. Aviiir
3. Dancing with Water II
4. Microcosmo

10/11

아침 일찍 하이드로폰과 앰비소닉 마이크로 소리를 들고 소리 채집을 하다.

유산청 라이브 음원 믹싱.

진귤 나무 한 그루에 깍지벌레가 심하게 꼬였다. 물로 나무를 씻어 주었다.

10/12

기타 줄 갈기. 조금 더 길들여야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줄어들 듯하다.

귤은 (겉으로 보기엔) 꽤 익었는데 맛이 들기엔 아직 멀었다. 모기의 입이 아직도 이렇게 꼿꼿한 10월이라니.

예초. 1/3 쯤 했을까. 예초기가 고장이 나서 좌절하다. 농협 수리센터에서도 고칠 수가 없단다. 읍내에 있는 예초기 전문점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Hani와 수업.

10/13

아침 산책을 하다 땅강아지를 만났다.

자카르타 공연 연습. 오랜만에 440 Hz 조율로 하는 공연인데, 걱정이다. Hani와는 마지막 수업을 했다.

지구상회에 가서 친구들과 감귤 엽서 회의를 하고 오다.

10/14

아침 일찍 예초기 수리를 하고 왔다. 휘발유 오래된 거 쓰지 마세요. 사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기름 찌꺼기가 분사구 노즐을 막은 것 같다. 이제 힘차게 잘 돌아간다.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다.

보현 모자가 왔다. 묵음에서 모자 회의를 하고, 짐을 싸고,

10/15

서울행.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너머까지 연습. 윤성씨, 파코와 금세 케미가 잘 맞아들어가 너무나 기쁘다. 소리가 아주 tight 하다.

개들도 고민을 하며 밤잠을 설친다는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나쁜 경험을 한 개들은 기쁜 경험을 한 개들에 비해 유의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고, REM 수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10/16-10/20 자카르타

<The Minstrel with a Guitar: Lucid Fall’s Music Story>

1. 봄눈
2. 강
3.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4. 물이 되는 꿈
5. 한 줌의 노래
6. 국경의 밤
7. 평범한 사람
8. 4월의 춤
9. 아직, 있다.
10. 바다처럼 그렇게
11. 은하철도의 밤
12. 어부가(漁父歌)
+ 걸어가자
+ 고등어

10/21

간밤부터 고열, 복통, 오심으로 고생을 하다 병원에 갔다. 음식냄새가 역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38.2도까지 열이 올랐다.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았다. 선생님은 장염+몸살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증상이 3-4 일 후에도 재발한다면 콜레라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신다. 집에 와서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0/22

많이 나았다. 서서히 일반식으로 전환하는 중. 공연을 마치고 앓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24일 강연은 무사히 갈 수 있으려나.

10/23

거의 회복되었다. 하지만 계속 잠을 설치고 있다.

새 앨범을 낸 조용필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고 들었다. 이렇게도 진지하고 겸허하게 음악을 대하는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와 힘이 된 시간.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얼마나 잊혀진 시대인지,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그 진지함이란 얼마나 커다란 미덕인지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귀한 뮤지션.

10/24-25 안산

4.16 유가족분들의 초청으로 안산에 간 날. 2020년 이후 두번 째. 나에게 안산은 곧 세월호다.

어머님 두 분과 아버님 한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온갖 감정과 사교의 거품이 다 사라진, 고요한 세 분과 마주 앉아 띄엄띄엄 대화를 나누며, 나는 이곳에 오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님들이 만드셨다는 손수건 포장을 그 자리에서 벗겨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으며, 아내가 항상 내게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하곤 한다고 어머님들께 말했다. “자주 잃어버리시지요?”라고 한 어머니가 말씀하셨고, 나는 “이거 잃어버리면 어쩌죠.”라고 대답했다.

<아직, 있다.>를 부르는 건 참 어려웠다. 애써 마음의 줄을 당기고, 평온을 잃지 않으려 애쓰다가, 처음으로 내 기타 소리를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마치 누군가가 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는데, 그 순간 그 노래를 나 혼자 부르는 것이 아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노래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기타를 치는 이도, 노래를 부르는 이도 아니었다. 내 팔과 손과 목소리를 잠시 빌려준 이. 나는 그런 이었는데,

세상에 잠시, 아주 잠시 나를 빌려주고 온 날.

집에 돌아와 손수건을 보며 이 노란 꽃은 무얼까 골똘히 생각한다. 유채꽃일까, 왕고들빼기일까, 씀바귀일까. 이 시대의 Mater Dolorosa들이 내게 선물해 준, 둘도 없는 이 손수건을 나는 늘 갖고 다닐 것이다. 노래를 쓰다 지칠 때, 세상 소음에 힘들어질 때, solastalgia로 슬플 때마다 꺼내서 잠시 눈을 감고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어여지.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강연을 마치고 아버님 한 분이 꼭 보여줄 게 있다며 나를 사무실로 데려 가신다. 누군가 만들어 주셨다는 액자에 적힌 <아직 있다.> 의 가사와 노랑나비들.

“왜 너무 잘 하려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가”에 대한 BBC Brasil 기사.

10/26

아이들과 귤밭에서 모자 촬영을 하다. 아직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을 아닌 가을의 귤밭. 서글프고, 두렵고, 애잔한 올가을.

오두막 계단 하나가 파손되었다.

10/27

지구상회에 모여 엽서 회의를 하다.

10/28

당일 치기로 밴드 연습을 하고 돌아오다. 오랜만에 보는 호규, 동진. 처음 합을 맞추게 된 용준씨. 안정된 타임이 있으니 연주가 쉽게 흐른다. 함께 음악을 해왔다는 것. 음악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건 참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윤성 씨의 부재가 몹시 낯설다.

10/29

이른 오전 성택씨와 줌미팅을 하다. 많은 스마트팜에서는, 수경재배도 아닌, 뿌리를 공기에 노출시키는 – 뭐라 해야할까 반 ‘공경’ 재배? – 방식으로 채소를 키운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런 스마트팜에서 키우고 파는 식물은 대체 무엇인가. ‘양액이 고체화된 형상의 식물체’라고 해야할까. 어리석다 해야 할까 잔인하다 해야 할까. 아니면 우매하다 해야 할까. 인간이란.

아내가 휴가를 떠났고,

10/30

보현을 돌보고,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하다보면 금세 하루가 간다.

모자에 사인과 넘버링.

10/31

팻 매스니가 나일론 바리톤 기타로 솔로 앨범을 냈다. 스틸 바리톤 기타에 비해 확실히 소리가 무디다.

중산간 낯선 어느 동네에서 아내를 만나, 셋이 함께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다.

목소리와 기타 2025

사흘간의 공연을 마치고 제주로 돌아왔습니다. 

추운 날씨를 뚫고 공연장을 찾아준 여러분, 매 순간 한몸처럼 호흡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흘 내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기획부터 진행까지 일당백으로 공연을 만들어 낸 아르테잇과 안테나의 스탭들,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 연습부터 마지막 공연이 끝나는 순간까지,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해 준 진수 그리고 서윤씨,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공연 때 들려드린 새 노래들과 태어날 노래들 모두 정성껏 앨범에 담아보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Set List〉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3. Água*
  4. 마음*
  5. Pietà*
  6. 용서해 주오
  7. 아직, 있다.
  8. 스며들었네
  9. 바다처럼 그렇게
  10. 은하철도의 밤
  11. 송시 (미선이)
  12. 걸어가자
  13. 꽃이 된 사람* (encore)
  14. 고등어 (encore)

*Unreleased

〈Credit〉 

음악: 루시드폴, 김진수, 표서윤

총감독: 김건영, 박보현 (아르테잇)

기획 & 진행: 서도은, 최원경, 김유리 (안테나) 

매니지먼트: 양승빈 (안테나)

음향: 지승남 (안테나), 원형준, 차지헌, 노강민 (아트믹스) 

영상: 황지수, 신경아, 김보연 (안테나), 정태완, 이현태

조명: 김근호 (COR), 김연도, 김현욱, 김다연 (페스티벌 오브 라이츠)

무대: 김성연 (파닝스튜디오)

의상: 허상점, 라마홈

현장 진행: 이창희, 이인규, 김혜원, 방보미, 양혜연, 이은정, 정다은, 최해용, 장순형, 김은중 (안테나)

제작: 안테나 

공연을 앞두고

폴입니다.

눈보라가 날리는 간밤, 사전 리허설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날이 너무 추워서 저나 스탭들이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아무리 히터를 틀어도 역부족이라.. 난로도 부랴부랴 더 준비하고, 핫팩과 담요도 준비하긴 했습니다만, 부디 든든히 입고 오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기는 차갑지만, 음악만은 따뜻하게!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

새해 인사 그리고 공연 소식 전합니다.

새해에 처음 인사드립니다. 1월 들어 제주에도 정말 깊은 겨울이 왔습니다. 내일은 또 북극 한파가 몰려온다는데, 다들 몸도 마음도 상하지 않기를… 빌어봅니다.

관리자께서 남기신 피드처럼, 2월 7일부터 9일까지 서울의 TINC에서 〈목소리와 기타〉 공연을 합니다. TINC는 오래전 명성교회가 있던 곳인데, 지금은 ‘교회가 아닌 (This Is Not a Church)’ 공간이 되었어요. 처음 이곳에 갔을 때 길고 좁은 창문이 난 벽과 예배당 단상이 눈에 먼저 들어왔고, 여기라면 정말 독특한 무대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긴 시간 함께 연주해 온 기타리스트 김진수 님과 새롭게 알게 된 기타리스트 표서윤 님, 그리고 저 – 이렇게 트리오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 전 〈목소리와 기타〉 무대와 비슷하게, 세 연주자가 삼각형을 그린 그림을 상상하시면 될 거예요. 오래전부터 기타 앙상블로 공연을 할 수 없을까 상상하곤 했는데… 소망이 이뤄지고 있네요. 

새 앨범에 실릴 노래도 들려드리고, 미선이 때 불렀던 노래도 들려드리려 합니다. 농사력에 맞춰 스케줄을 잡다 보니 이번엔 입춘 무렵 공연을 하게 되었네요. 공연장에서 좋은 기운 가득 받아 제주의 나무들에게 전해야겠습니다.

곧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유난히 추운 이 겨울, 모두 강건하시길.

9/1-10/6

9/1

새벽 2시에 보현이 깼다. 날이 제법 서늘하다.

세상엔 두 종류의 힘든 일이 있다. 끝은 보이나, 그 끝을 향해 가는 길이 고단한 일. 혹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일.

몹시 힘들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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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31 가을 인사

이른 가을 인사 드립니다. 모두들 잘 계실까요.

저는 여느 해보다 열심히 나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애쓴다해도 늘 힘에 부치는 게 농삿일이라 때론 막막하지만, 그래도 음악과 함께 잘 꾸려가고 있어요.

‘노래’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다음 앨범은 ‘노래’ 음반이 될 것 같아요. 앨범이 만들어져가는 과정도 꾸준히 남기겠습니다.

병원 상황이 몹시 좋지 않다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 모두 무탈하기를 기원하며, 조금 더 서로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것, 내어줄 수 있는 한 많이 내어주는 것. 그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가을이 더 짙어지는 9월 말, 서울에서 작은 앰비언트 공연을 하게 될 듯 합니다. 자세한 소식 또 전하겠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평안하시길,

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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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31

7/1

몹시 비가 오는 날.

날이 더워질수록 컴퓨터도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믹서를 점검하고, 오두막에서 부지현 작가님과 황 큐레이터님을 만났다. 작품 얘기를 들었는데, 들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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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30

6/1

종일 휴식. 보현은 즐겁고 평안하게 걸었다. 산책다운 산책을 한 날. 작업실 정리는 거의 끝났고,

6/2

새벽 2시. 보현 깨다. 2시 40분에 한 번 더 깨다.

점심 시간, 바닷가에서 보현이 아기 강아지에게 달려들었다. 우리는 기겁을 하며 보현을 아기 강아지에서 떼어놓고 야단을 치고, 아직 귀도 안 펴진 아기 강아지를 꼭 품고 있는 두 분에게 달려가 사과를 했다. 보현은 왜 그랬을까.

두려웠을까. 겁 주고 싶다. 괴롭히고, 공격하고 싶다. 그런 마음이었던 걸까.

보현은 말이 없고, 나는 그 무엇도 읽을 수가 없다. 우린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다는 것만 알 뿐. 우리 사이, 같음과 다름의 갈래는 어디서 어느 틈에서 일어나는지, 난 아직도 모른다.

묵음에 갔더니 허님이 있었고 석 달간 묵음 옆 공간에서 팝업을 한다 하신다. 봄이든 선생님 가족이 지나가다 합류하고 재웅씨를 만났고

수영장에서 걷고, 목욕하고, 샐러드를 많이 먹고 잠든 하루.

‘마음 빗질’을 하려 애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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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31

5/1

라이브 리허설. 러닝 타임을 재보니 1시간 21분 52초인데, 너무 긴가.

예초.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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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30

4/1

전정. 밭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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