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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 나무 늘어선 중산간 어느 길가의 쇠파이프로 얼기설기 만든 울타리 안에서 검은 조랑말 한 마리가 혼자 살고 있었다. 풀도 별로 없는 흙밭에 우두커니 혼자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여서 나는 갓길에 차를 대고 조랑말에게 갔다. 너른 목장을 뛰노는 말들은 털에 윤기가 흐르고 다리가 죽죽 뻗은 좋은 혈통의 경주마일텐데 조랑말은 털이 뻣뻣하고 검고 다리가 땅딸합니다. 울타리 너머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고작 먹을만한 풀을 우둑우둑 뽑아 입가에 대 주는 것 뿐이지만 조랑말은 이 낯선 사람이 주는 간식을 정말이지 열심히도 먹어주었습니다. 물통도 시원치 않아 제 얼굴을 비춰 보기도 힘들겠지만, 네 속눈썹은 정말 예쁘고 눈은 별처럼 맑구나 하고, 후박 나무 늘어선 이 아름다운 길가에 혼자 사는 이 예쁜 조랑말이 알아듣든 말든 나는 계속 얘기해주었고 조금은 멋대로이긴 하지만 이 쓸쓸해 보이는 조랑말에게 후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최근 댓글
khj113: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면서, 가끔 공연장의 색깔과 공기를 떠올리며 위로받아요. 좋은 공연 감사해요. 또 보고, ..."
우후:
"2.8.(토) 공연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이 공간을 찾습니다. 쌀쌀한 겨울 바람에 미리 장갑도 ..."
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