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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씨앗이 움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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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온 탓에 밭에 가지 못했다. 냇가에는 자주색 수영이 개밀이 보들한 띠가 하늘거렸다. 7현으로 세팅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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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600L에 키토목초액  3L + 아미노산 액비 1.2L + Bascillicus 발효액 3L를 첨가해서 엽면시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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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벌레 유충과 성충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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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가오는데, 산동네에 사는 보살이는 그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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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밀조밀 심겨진 귀리 이삭이 제법 껑충하다.

제비들은 제집 옆에 두번 째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새끼들도 크고 알도 한 번 더 낳으려면 별채가 필요한 건가. 집에 들른 현상에게 친환경 제초제 한 병을 써보라고 주었다. 수선화와 프리지아 구근을 정리해서 망에 담았다. 할머니가 오셔서 그 사이 어디 갔었냐고 물어보신다. 공연했다고 말하긴 좀 그렇고 해서 서울에 좀 다녀왔어요, 했더니 그사이, 읍내 보건소에서 할머니를 통해 무슨 행사 섭외가 들어왔다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말씀을 하셨다. 담에 또 그런 '건'이 들어오면, 꼭 하라고, 그냥 노래 몇 자락만 해주면 돈도 준다면서 근데 무슨 노래냐가.. ㅠ 몇 번을 말씀하고 가셨다. 오랜만에 동네 절집 스님을 만나 인사를 드렸다. 바다직박구리 소리에 한동안 걸음을 멈춰섰다. 올해 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보았다. 땅에 뜬 초록별을 보니, 진짜 여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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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는 비파, 오디, 산딸기 같은 야생 여름 과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풍선을 파는 할머니를 보았다. 육지에서 가져온 풍선을 전날 밤 하나하나 불어서 가지고 오신다고 했다. 아이들은 피카츄 풍선 하나만 사달라고 졸라대지만, 정작 사주는 엄마는 별로 없다. 꼬마였을 때, 아무리 힘껏 풍선을 불어도 풍선은 하늘로 날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는 실망만 했었지. 팽팽한 끈을 동여쥐고 구부정하게 걸어가는 할머니. 아차, 풍선 하나를 샀어야 했는데.

밭 가에 웃자란 귀리를 조금 잘라 후박이에게 가져다 주었는데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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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실비가 내렸다. 깜깜한 밤, 빨간 장미덩쿨 너머로 민달팽이 한 마리가 열심히 길을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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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로 원우형과 Binaural recording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고 받았다. 코스모스와 포피를 정원에 심었다.

Belen에게 메시지가 왔다. 여행에서 돌아왔으며 곧 내가 보내준 곡 작업을 시작해 보겠다고 했다. 꽁지가 긴 멧새 한 쌍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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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새끼들만으로도 제비 둥지가 꽉 찼다. 옆집 제비 새끼들은 날기 연습을 시작했다. 쥐똥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숲에는 청미래 덩굴이 숙숙 자라고 있다. 마당에는 치자꽃 한송이가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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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같이 일어나서 밭으로 향했다. 하지만 갑자기 내리는 비 탓에 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농협에서 보르도액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센터에 들렀다. 선생님이 안 계셔서 전화를 드러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한 말씀하신다. 지금부터 7월 말까지는 흑점병하고 전쟁이여.

일본에서 주문한 음반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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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보르도액, 기계유유제 100배 엽면시비. 650 L로 넉넉하게 만들어 뿌렸다. 10 시만 넘어가도 햇살이 너무 강해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당분간은 저녁 작업을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서쪽 방풍림 덕(?)에 3시가 넘어가면 그래도 그늘이 지니까. 

 

Quique의 음반을 들으며 앨범 부클릿에 그가 쓴 글을 읽으니 새삼 생각하게 되었어. 음악과 가장 어울리는 말은, '사랑', '삶', '세상', '사람', '슬픔', '기쁨',... 그런 것들이지. '비즈니스'나 '기획', '산업'이 아니고 말이야.

그리고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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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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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제비가 삼 형제 새끼 제비들의 곁을 지키며 날기 연습을 시켜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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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대는 하얀 메밀 꽃밭을 지나 숲으로 갔다. 네잎 클로버를 찾아서 아내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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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테를 바꾸고 난 뒤, 내 눈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어. 그런데 그동안 내 눈동자를 자세히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알게되었어. 그래서 내 눈동자가 매우 옅은 갈색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되었어.

예상치 못한 일로 당분간 밭에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그동안 틈틈히 남겨둔 메모를 꺼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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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한다, 정찬. 그곳은 어떻니. 네 음반과 시집이 나온지도 2 년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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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다녀왔다. 제균 성공.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아담한 과수원을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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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대한 첫 회의를 했다. 승준, 나리와 디자인 회의를 빙자라고 술을 마셨다. 헤어질 무렵, 벼락처럼 비가 쏟아졌다. 조금 취한 탓인지, 한참동안 멍하니 빗방울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많을까. 아득하구나. 아득해. 다 잘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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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정신 나간 친구 한 놈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왔다. 마침 부산에서 어머니가 오셔서, 밥도 한 끼 못챙겨주고 보내서 마음이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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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ino replica 기타를 만들어주신 luthier 조 선생님의 답 메일이 왔다. Selmer #548 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10월, 11월 경 완성할 계획으로 548 replica를 만들고 있는데 만들어지는대로 보내줄테니 한 번 써보겠냐고 하신다. 말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 지 모르겠다.  ‪『꼬마 유령 크니기』 가 드디어 인쇄에 들어간다는 연락이 왔다. 밤늦게 누나 내외가 온 덕분에 평소보다 늦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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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온 식구들과 함께 귤밭에 다녀 왔다. 풀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아직 보르도액이 엽면에 묻어있는걸 보니, 당장은 추가 방제를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리낙과가 조금 더 많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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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부두. 얼마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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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공항에 모셔다 드렸다. 조 선생님에게서 다시 메일이 왔다. 당신의 기타가,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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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멎은 틈을 타 귤밭에 다녀왔다. 몇 일 사이 풀은 또 자랐고, 여름 비료를 주기 전에 예초기로 정리를 한 번 해야할 것 같다. 창가병이 의심되는 잎 몇 개가 보였다. 밤 작업을 위해 취침 시간을 뒤로 밀어내고 있다. 하비누아주 첫 앨범이 집에 도착했다. FB 친구 수락을 해준 Quique 에게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신의 음악이 요즘 나에게 얼마나 큰 힘과 영감을 주는 지 모를 거라고,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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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que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꽃은 말이 없다.』 에 실린 곡들이 참 아름답다고, 그의 아내가 무척 좋아하고 있다며 곧 나올 음반을 보내주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현상이 새로 이사온 집에 차 한 잔을 하러 들렀다. 100 년도 넘은 집 앞에 주홍색 석류꽃이 흐드러지게 지고 있었다. 귀현씨가 유정란과 단호박 하나를 싸주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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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만 있던 곡을 꺼내니 말랑말랑한 흙덩어리 같다. 이리저리 붙들고 만들어보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러는 사이 밤과 낮이 슬금슬금 자리를 바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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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이 입금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농협에 가서 분무기 대금 결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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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지나 

마음에 드는 곡이 완성되었고

나는 정말이지

날아갈 것만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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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장에서 햇귀리와 꽃 몇 포트를 샀다. 돌아오는 길에 기계상사에 들러 예초기를 골랐다. 지금 붙들고 있는 곡은, 심장 어딘가를 묵직하게 울리는, 삼바와 보사노바의 사이, 그 어딘가로 갈 수 있다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을 것도 같은데. 

 

Jorge Aragão을 다시 꺼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