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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읍내 목욕탕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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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앞바다에 검노란 해초들이 떠밀려 온다. '개몰망'이라고 부른다는 먹지 못하는 모자반이다. 지역 신문에도 계속 기사가 나는 걸 보니, 꽤 많은 것 같다. 어느 가수에게 곡을 의뢰받았다. 재주소년의 시디와 엘렌 그리모의 디비디가 도착했다. 이번에는 조금 심플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 앞에 앉아 곡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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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를 따라 따박따박 걸었다. 오랜만에 동이 터오는 하늘을 보았다. 왠일인지 어릴적 생각이 났다. 나는 여리고 '이상한'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과 잘 섞이지 못하는. 그래서인지 아직도 초등학교 동창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친환경 농업 교육 첫 날. 여든 가까운 노 선생님이 꾸벅 인사를 하면서 강의를 시작한다. 십 여명 남짓한 수강생 중에는 강원도와 전라남도에서 온 분들도 있다.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무얼 하는 지, 어떤 농사를 얼마나 하는 지 꼼꼼하게 물어보시더니, '우리는 공생 농업을 지향한다'고 말하신다. 자연의 섭리란 '주고, 받는 것'이란다. 모든 생명체들이 주고, 받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란 것이다. 지금이야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말이 흔하지만, 몇 십년 전에는 어땠을까. '공생'을 얘기해오신 이 분은 아마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자연의 섭리란 '경쟁', '약육강식' 혹은 '적자생존' 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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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두번째 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농부의 눈높이 이상으로 감귤나무를 키우지 마라. 키가 큰 농부는 크게, 키가 작은 농부는 낮게 나무를 키워라. 그러지 않으면 나무도 힘들고 농부도 힘들다. 그래야 무리해서 열매를 따지 않는다.전정은 일년 내내 하는 것이다. 귤을 따는 것도 일종의 전정이다. 사람도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듯이, 식물에게도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줘라. 그러려면 발효시켜야 한다. 사람에게 좋은 건, 식물에게도, 동물에게도 좋다. 덩굴이나 광엽식물이 아니면 풀을 뽑지 마라. 풀의 뿌리가 밭을 갈아주고 미생물들을 붙들어줄 것이다. 밭에 소금을 뿌려라. 300 평에 25 kg 정도면 좋다. 교육이란 '내가 생각한 게 그거였어' 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체국 문자를 받고 가니 정균 형이 보내준 곶감이 도착했다. 형이 따고 어머님이 직접 말리신 거란다. 새 카메라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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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마지막 날. 선생님의 과수원에 갔다. 나무들의 키가 짤막짤막하다. 땅에는 별꽃과 광대나물이 융단처럼 깔려있다. 땅을 보니 마치 지렁이 똥처럼 흙이 동글동글하게 뭉쳐있다. 손으로 문지르니 부스러지만, 곱다. 이게 떼알구조라는 거구나.. 밭 한 쪽에는 생선액비 통이 있다. 역하다기 보단 구수한 젓갈 냄새가 난다. 수료증을 받고 돌아오는 길, 한결 마음이 맑아졌다. 일년의 계획이 세워졌다. 오랜만에 삼바 곡을 구상했다. 저녁 늦게 해완이가 보낸 카메라가 집에 도착했다. 해완이와 긴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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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순네와 저녁을 먹었다.일본에서 사왔다는 기타를 보여주었다. 카메라를 목에 건 채 밥을 먹는데, '안 훔쳐가니까 내려놓으라'고 상순이가 핀잔을 줬다. 고구마 한 봉지를 얻어왔다.  동인형과 은주가 공연장 후보들을 보러가서 사진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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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앞바다에 할미새들이 보였다. 피날레로 곡을 채보했다. 떠밀려온 쓰레기들을 언제 치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대성 형님네와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새 밭에 농업용수가 없으니 맞은편 하우스의 물을 같이 쓸 수 있도록 얘기해주시겠다고 하셨다. 큰 딸 해미가 밴드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안 쓰는 악기들을 좀 챙겨줘야겠다 생각했다. 돌아와서 농업경영체 서류를 다시 보내고, 친환경 인증 기관에 메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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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많이 내린다. 하루 종일 조빔의 곡을 들은 셈이다. 'Ligia'를 다시 들으니 가사가 참 절절하고도 귀엽다.

"당신이 없으면,

난 꿈을 꿀 수 없어요.

영화관에도 가지 않아요.

삼바도 싫어요.

이파네마도 나가지 않아요.

비오는 날도 싫어요.

맑은 날도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