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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벽체 완성. 지붕 작업을 위한 비계를 한 층 더 놓았다. 나무들을 피해서 비계를 놓으려다 보니, 나무로 중간중간 다리를 엮어야 했다. 꽤 높은 높이도 이젠 익숙해졌다.
스케치북을 본 지영 아빠가 "목수들 중엔 제일 흰 내가 가수들 중엔 제일 까맣더라"고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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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벽체에 타이벡 필름을 둘렀다. 지붕 서까래, 플라잉 서까래, 칼라타이를 달다. 이로써 지붕 골조가 완성되었다.
맑은 하늘에 비행기 구름 하나가 지나가고 무지개 조각이 케익처럼 떠 있었다.
완성된 지붕 골조를 보면서, 어릴적 만들던 글라이더를 더 크게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꿈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은 레드 시다 채널로 생태 화장실의 창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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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보현이를 돌봐주신 동물 병원에 귤을 한 상자 가져다 드렸다. 시내에서 지영이네를 만나서 도기류를 고르고 돌아왔다. 변기 하나, 세면기 하나, 수도 꼭지 하나에 이토록 깊은 세계가 있는 줄 모르고 살아왔지만, 실은 그건 너무나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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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블면에 합판을 붙이고, 타이벡과 방수 시트로 마무리를 하고 창문 트림을 붙이기 전 실링 테이프로 마감을 하였다.
창문 밖에 덧대는 트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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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림 제작을 모두 마쳤다.
지붕 너와 작업을 시작하다. 우리말로는 '연필향나무'라고 하는 레드 시다 너와를, 하나 하나 손으로 붙여 올라갔다. 나무 향을 맡으며 행복하게 일을 하면서, 곧 여기에서 태어날 노래들에도 같은 나무 향이 담기면 좋겠다,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일층 슬라이딩 도어의 롤러를 달았다.
나의 첫 필름 영상을 세바스티앙이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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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두막을 함께 지은 사람들과
여기 모든 생명들의 평안을 빌며 상량하다.
- 이천 십육년 십이월 삼일
비로소 집의 몸이 만들어진 날. 우리는 작은 상량식을 했다. 이곳의 모든 나무도 새도 벌레도, 인간들의 이 시끄러운 작업을 견뎌주고 있다. 벌레 하나라도 이유없이 죽임 당하지 않는 그런 땅을 바라며, 목수들은 상량판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남은 나무로 굴을 굽고, 귤을 넣고 끓인 vin chaud를 모두 나눠 먹었다.
레드 시다는 손톱으로 눌러도 자국이 남을만큼 여리고 부드럽다. 그리고 수십 년의 비와 바람과 햇살에도 집 한 채를 지켜줄만큼 강하다. 돌아가는 길에 나는, 억세고 강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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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흩뿌리는 오전에 전기 공사를 하고 오후 시간 동안 여유롭게 쉬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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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골조가 사람의 뼈이고, 내외장이 살갗이라면, 전기와 상하수도는, 집의 신경계, 순환계와 같다.
너와 지붕을 모두 올렸다. 벽에 레인 스크린을 달고 처마 밑에 chinese cedar 루바를 붙이기 시작했다.
오두막에는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유리 섬유처럼 작업자에게 해로운 물질을 쓰고 싶지 않았고, 우레탄이나 EPS 같은 플라스틱 재료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오두막의 유일한 단열재인 필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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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스크린 작업을 마치고 외장 사이딩 작업을 시작했다. 비틀린 이층을 받칠 기둥 작업을 시작했다.
Selmer 607 프로젝트의 세번 째 앨범이 나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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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은 단열 필름 작업, 한 팀은 작은 지붕의 너와 작업, 또 한 팀은 사이딩을 계속 붙였다. 2층 바닥 작업을 시작 했다. 루바 작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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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 지영 아빠가 제안한 board and batten 방식으로 한 면을 마감한 뒤 보니, 우리 오두막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는 고민 끝에 작업해 놓은 사이딩을 다 떼어내기로 결정하고, 다른 마감 방식을 찾아보기로 했는데 나무 손실을 최소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1층 필로티의 천정 작업을 시작했다. 외부에 바를 투명 스테인을 사왔다. 2층 내부 화장실 골조 작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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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아버지는, 뜯어낸 사이딩의 양 옆을 테이블 톱으로 가공해서 채널처럼 붙이자는 제안을 하셨다. 나무의 로스를 줄이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얻으려면 지금으로써는 그 방법 외엔 다른 대안이 없을 것 같아보였다. 우린 곧바로 벽 사이딩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일층에 작은 문 하나를 달았다. 바닥재와 내장재가 잔뜩 들어왔다. 이층 석고 보드 마감을 시작했다.
도기를 사오는 길 위에서 탄핵이 가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겁박에도 지레 무너지지 말고, 어떤 계산에도 미리 포기하지 말자, 기원했다.
눈의여왕 말하길:
연필향 나무의 향이 궁금하네요.. 물고기마음에 들어오면 복잡하던 머리속의 생각들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려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게 잔디위를 달리는 보현이가 보이는듯 해요^^
2017년 1월 27일 — 12:17 오후
jin 말하길:
아, 첫 필름영상 너무 좋은데요.폴님의 사진을 무척 좋아하는 저로서는 앞으로 어떤 영상들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되네요. 영상에서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영원과 하루> 느낌이 나요. 잊을 수 없는 영화인데 그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정서를 폴님의 영상에서도 느꼈어요. 자주 영상 올려주세요. ^^
2017년 1월 25일 — 5:41 오전
눈꽃 말하길:
아름다워요 아아
2017년 1월 19일 — 4:17 오후
seatrain 말하길:
필름 영상 너무 좋네요 또 다른 영상도 기대합니다!*_*
2017년 1월 12일 — 8:23 오후
camel 말하길:
누구도 다치지 말고 상처 받지 말고, 무탈히 잘 끝나가고 있나요?귤나무 위로 올려진 이층 작업실에서의 전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언제나 부러운 노동속에 계시는 폴님 보며 저도 힘내어 봅니다.레드시다 나무 같이 부드럽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볼래요.무사히 잘 마쳐지길 기원합니다.
2017년 1월 9일 — 10:13 오후
kong 말하길:
오와 예쁜 집이 완성되어가고 있군요 !!! ^^사진에서 나무냄새가 날 것만 같아요~~포근하고 행복한 공기가 가득한 공간이 되길 바래요 ☆☆ ㅎㅎ
2017년 1월 9일 — 5:00 오후
은붕어 말하길:
오두막이 이렇게 완성되어가는 모습이 참 신기해요!
'상량식'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봐요. 근데 상량판에 적힌 글귀를 보니 어떤마음으로 오두막을 지으셨는지 느껴져서 뭉클해졌어요.
올려주신 하늘사진이 너무 예뻐서 마치 가을 같네요.
2017년 1월 9일 — 4:34 오후
mmoonn7 말하길:
이게 얼마만인가요!! 날이 본격적으로 찹찹해지고 나선 처음인거 같은데요? ㅎㅎ 저 공간에서 태어날 음악들이 제가 사는 이 곳까지 전해지는 그날을 또, 기다려봅니다~~!
2017년 1월 9일 — 11:54 오전
Grace 말하길:
귤 퐁당퐁당한 뱅쇼 보기만해도 입에 침고여요 폴님 음악처럼 세상 하나뿐인 맛이겠죠^^
전 그을린 폴님얼굴이 뽀샤시한 아이돌보다 더 좋던걸요 힘들고 힘든 계절을 지나가고 있어요 마지막문장 큰 힘이 됩니다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2017년 1월 9일 — 12:28 오전
폴라리스 말하길:
저곳에서 만들어질 음악이 정말 기대됩니다.바람소리.풀벌레소리….폴님의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담겨질 앨범을 기대해봅니다.이렇게 지으시는동안 너무 춥지않아 다행이었네요…다음주부터 추워진다니 옷 단단히 입고 감기걸리지않도록 조심하세요.
2017년 1월 8일 — 7:37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