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Close

12/7-12/31

12/7

수확 밑준비. 오두막과 창고를 정리하고 참 거리를 샀다. 하루만 더 쉴 걸, 하는 마음을 꾹 누르며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코로나가 가장 걱정이다. 아내와 몇 가지 수칙아닌 수칙을 정해 아이들에게 보냈다. 자가 테스트를 하고 모일 것. 실내외 어디서든 마스크를 꼭 쓰도록.

12/8

첫 수확.

12/9

가문 날씨 탓에 열매에 검은 액비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물을 묻혀 일일히 닦아내거나 긁어내는 터라 예년보다 시간이 몇 배 더 걸린다.

12/10

수확 사흘 째. 조금씩 속도가 붙는다. 아직 총 수확량 예측이 어렵다.

기후 위기에 대한 한 여론 조사. 샘플 수가 충분한 조사라면 너무 놀랍고 슬프다.

12/11

현우씨가 귤을 따다가 에어팟 케이스를 주웠다며 가져다 준다. 일년 쯤 전에 잃어버린 것 같은데 아직도 불이 켜진다.

12/12

하루 휴식.

12/13

12/14

진눈깨비 오는 날. 하루 쉬다.

12/15

간밤 현우씨가 서울로 도주(...)했다는 소식. 허전한 마음을 채워준 따뜻한 어묵과 떡.

12/16

새둥지 안에 야무지게 먹은 귤 반쪽이 남아있었다. 우리 귤이 어린새들의 달콤하고 안전한 양식이 되어주었을까. 귤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담담 아주머니께서 참을 마련해 보내주셨다.

12/17-18

서울행. 윤성씨와 작은 공연. '다시 만날 때까지'.

눈과 바람이 심한 제주. 오전까지 거의 모든 비행기가 결항이다. 다행히 오후 비행기는 정상 운행. 비행기는 무사히 떴지만 착륙를 못하고 한동안 하늘을 돌며 머물다 땅에 내려왔다.

12/19

눈이 가득 쌓인 과수원. 윤아씨가 만들어둔 꼬마 눈사람. 누가 먼저할 것도 없이 눈을 치우고 일을 시작했다.

귤을 담다보면 도저히 내보낼 수 없는 귤들이 손에 들어온다. 나는 그런 귤을 멀리 던지며, '내년에 또 만나자'라고 말해주었다.

12/20

수확 끝.

화정, 윤아, 부르스, 찬준, 은혜, 현정, 동원, 로사, 현우, 다올, 성민, 영호 가족, 우재 가족, 하나, 보현, 묵음 두 분, 담담 아주머니. 모두 고맙습니다.

12/21-22

휴식.

12/23

아무도 없는 눈밭을 보현과 뛰었다.

장원 다해씨가 선물을 보내주었다.

눈이 오는 날, 도나토스에 다시 모여 뒷풀이를 하다.

12/24

눈에 남은 시간들.

12/25

메리 크리스마스.

12/26-28

휴식.

12/29

마지막 상자들을 떠나 보낸다.

모두모두 잘 가거라.

12/30-31

휴식. 또 휴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