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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아내, 보현과 서귀포에 다녀왔다. 집에 오니 근육통과 몸살 기운이 있다. 상태가 심상치 않아 혹시나 하고 자가 검사를 하니 희미하지만 두 줄이 뜬다. 아무리 희미해도 두 줄은 두 줄이다. 시내 검사소에 가서 검사를 하고 돌아와 자가 격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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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격리 시작. 아내가 약을 타왔고, PCR 검사를 받고 돌아왔다. 목은 괜찮다.
Lula의 취임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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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래가 끓기 시작한다.
아내가 PCR 음성 결과를 받았다.
룰라 내각의 인권 및 브라질 시민부 장관 Silvio Almeida의 취임식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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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잠을 조금 설쳤다.
'포르투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DW의 다큐멘터리 보다.
개정판 <한글의 탄생>을 찬찬히 다 읽다. 노마 히데키의 말을 음악에 적용한다면, 음악 또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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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읽다.
그렇게 위대한 작곡가들은 소리를 조직하여 인간 감정의 정수를 포착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
뇌와 감정의 세계는 훈련시키지 않으면 위축되기 시작해요.
(...)
음악말고 다른 무언가를 의미하지 않아요. 물질적인 세계와 전혀 연관성이 없습니다.
(...)
요컨대 음악은 음악 자체를 의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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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라키 노리코 시집 을 읽다.
저는 집에 있어도 / 종종 행방불명이 됩니다 / 초인종이 울려도 나가지 않습니다 / 전화벨이 울려도 받지 않습니다 / 지금은 여기 없기 때문입니다
<행방불명의 시간>
보상 없는 얼마간의 사랑을 제대로 받을 줄 아는 / 사람도 있고
숱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불만으로 가득한 / 녀석도 있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은 기억 없이 담담히 살아가는 / 이들도 있다
<이자카야에서>
엄마만 그런게 아니다 / 인간이란 누구든 마음 깊은 곳에 / 흔들림 없는 고요한 호수가 있어야 해 (...) // 교양이나 학력과는 상관이 없다 / 인간의 매력이란 / 아마도 그 호수 근방에서 / 피어오르는 물안개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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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일기를 다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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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해제. 그러나 여전히 격리 중. 따뜻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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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세상에서 pico, femto second 단위로의 정밀한 프로세스를 운용해야할 때 표준이 되는 '마스터 클럭'이 필요하듯, 나도 나만의 마스터 클럭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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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ias와 수업. 무척 흐리고 지푸린 날씨. 아내, 보현과 시내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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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집 대청소. 바닥 소독. 매트리스 소독 등등 하다.
로스터리 묵음에 갔다. 커피를 마시고 커피를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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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공책에 새로 알게된 단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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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백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 스타일을 평생 좋아한 적 없는 나 조차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음악을 했던 사람. 탈 윌켄펠드, 비니 콜라이우타, 제프 백. 다시는 한 무대에서 볼 수 없는 이 세 사람.
Estevam과 수업.
여러 보조 사업 신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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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씨, 선혜씨를 만나 저녁을 먹고 얘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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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과 산책. 또 산책.
누나가 꽃을 보내주었다. 보현을 위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1/15
작업. 아내를 마중하러 시내에 갔다.
1/16
작업
1/16-18 서울행
1/18
아내의 책이 나온다.
1/19
Josias와 수업.
EBTG이 무려 24년 만의 신곡을 냈다. one take로 촬영한 뮤직 비디오는 온전히 하나의 현대무용 작품이다.
1/20
십년 만에 처음 한 슈퍼 대청소. 아내, 보현과 오두막에서 시간을 보내며 작업을 했다.
CBS 다큐멘터리 나레이션 녹음을 하다.
아내가 메리 올리버의 시 <The man who has many answers>를 보내주었다.
1/21
새가 보고 싶었다.
저수지에 갔다. 넓적부리, 고방 오리가 보인다.
만두를 만들어 아내, 보현과 나눠먹었다.
1/22-23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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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예쁘게 쌓인 날.
싱크대에 물이 샌다는 아내의 말에 혼자서 소소하게 공사를 했다. 냉장고를 빼서 청소를 하다가 아무래도 하수구로 연결된 호스가 빠진 것 같다. 물을 닦고 호스를 끼워넣고 실리콘으로 마감을 했다. 물이 샌다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다.
granula synthesis 작업.
'그럴 듯한' 소리를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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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린다.
새벽, Annea Lockwood의 인터뷰를 읽다. 페루에서는 마음을 다친 사람들을 강으로 데려가서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있게 했으며, 그것이 곧 '치료'였다지.
보현과 눈밭을 뛰었다.
오랜만에 성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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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금세 풀렸다.
Antye Greie 인터뷰 읽다.
산책.
tape loop 작업. 왜 사람들에게 강물 소리가 치유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Annea Lockwood의 말.
The body is relaxed by the repetition, but the brain remains engaged because of the details.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반복과 임의가 섞일 때, 아름다움이 일어난다.
회사 신년회가 연기되었다.
splicing block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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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ye Greie 앨범 (Line label) 들어볼 것.
phonography / photography: denotation / connotation: studíum / punctum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보현과 바람 속을 걸었다. 너무 추운 날이다.
Tape loop을 다 만들다. 생각보다 '훨씬 ' 좋다.
보현과 둘이서 온전히 보낸 시간.
전시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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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거실 온도가 15도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농사를 열음지이, 농부를 열음지기라고 불렀다고 한다.
For me, listening itself is also a performance.
- Andreas Polli
sound-walk라는 단어를 보가, 보현의 'smell-walk'를 떠올렸다.
아침 산책. 눈이 예쁘게 쏟아진다. 눈밭을 보현과 뛰고 또 뛰고 행복했던 시간. 내가 얼마나 눈오는 날을 사랑하는지 새삼 느낀 날.
아내 책이 집에 왔다.
작업. 첼로. tape loop.
새로운 작업의 곡들로 라인업을 추려본다.
Marcus Fischer의 <Monocoastal>을 꺼내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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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15 sec, 2 min 루프 테입에 옮겨 담다. reel-to-reel로 옮기고
아내가 돌아왔다. 점심을 함께 먹고 집에 돌아와 기절.
I don't actually record a lot. I listen a lot.
- Budhadutya Chahopadhy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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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e 작업 계속. Quiet Corner 새 앨범이 왔다.
아주 낮은 50 Hz 부근의 굴착기 소리가 좋은 sub-low 소스가 되고 파리가 왱왱 거리는 '잡음'이 음악에 생기를 주는, 이 놀라운 현상.
What you see and what you hear don't go together.
- Christine Kub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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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구상.
tape 작업.
저녁에 최 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일 년에 두세 번 있을까 말까 한 저녁 약속이다.
Viva Almir Guineto!
hsbhj116 말하길:
폴님도 정초에 앓고 지나가셨군요ㅠㅠ 보현 너무 사랑스럽고ㅠㅠ 보현과 새하얀 눈밭을 뛰며 행복해하셨을 모습을 떠올려봐요. 이제는 봄눈에 기뻐하시겠지요? 이 기록들 너무나도 귀하게 잘 읽고 보고 듣고 있습니다. 정말 힘이 되고 소중해요..! 고맙습니다.
2023년 3월 20일 — 12:34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