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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빗간을 만들었다. 욕실 타일 공사를 하고, 일층 바닥을 한 번 더 시멘트로 마감했다. 야외 벤치를 분해, 재조립하다. 콘센트와 벽 사이에 뜬 공간을 나무 조각을 잘라 맞춰 넣었다. 환기구에 일명 UFO 를 달았다. 공사 내내 사용하던 비계를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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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13새집을 만들었다. 따뜻한 연통 옆, 처마 아래에 새집을 달아주었다. 누구라도 환영입니다. 새집증후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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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을 읽다.

다른 생명체의 '언어'에 대한 인간의 관념은, 여전히 인간 중심적이다. 꽃과 나무는 향기로 혹은 수관의 모양새로 아니 인간이 쉽게 가늠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속삭여왔을 것이다.

나무 옷장을 열어보았다. 온도와 습도가 40%, 21 도씨에 고정되어 있다. 문을 열자 습도가 금세 39%로 떨어진다. 기타를 모두 옷장 속으로 대피시켰다.

000018 000015 000014거센 바람이 부는 숲길을 걸었다. 바다가 고스란히 뭍으로 올라와 파도가 몰아치는 숲의 소리와 이 바람과 흔들림을, 무엇으로도 온전히 남겨둘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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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수업'을 다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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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지 몇 년이 지난 집의 인터폰과 벨을 교체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벨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분해해보니 온통 부식되어있다. 하긴, 바닷바람에 2, 3 년을 버틸 수 있는 기계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하여간 이제는 벨이 울리면 대문으로 뛰어나가지 않아도 된다!

퇴빗간에 가서 쌓여있는 변기통을 말끔히 씻어 말렸다. 똥과 오줌을 붓고 아무 생각도 없이 슥슥 닦고 있는 나는, 진짜 농부가 되고 있긴 한 건가. 변기통일 수록 더 깨끗하고 예쁜 통을 써야겠다 싶어 시멘트가 많이 묻거나 낡은 통을 모두 버릴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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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센터에 가서 당밀과 EM 원액을 사고 페인트 가게에 가서 바니쉬와 빈 페인트 통을 샀다. 돌아오는 길에, 목장에서 놀고 있는 노루떼를 보았다. 긴 겨울 끝에 먹이와 물을 찾아 내려온 걸까. 카메라를 들자 부리나케 흩어진다. 새들도 들짐승들도, 그들을 겨누는 것에는 놀라울 정도로 민감하다. 그 어떤 선의로 내민 손도 누군가에겐 단순한 위협일 뿐이다.

Pedro Miranda의 앨범, Coisa com coisa를 들으니, Cartola가 현세로 살아 돌아온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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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적 관수를 상담 하러 기계상사에 갔는데 사장님이 안계셔서 분무기만 맡기고 돌아왔다. 안테나에서 보내준 앰프가 문제가 있어 수리를 보냈다. 그 김에 우편물 여러 개를 보냈다. 날은 따뜻하고 바람은 차다.

아내가 돈나무 열매를 따주었다. 허약해진 나뭇잎 색은 노랗게 바랬다. 줄기엔 깍지벌레도 보인다. 수선화 싹이 돋아나고, 철에 안 어울린 국화 한 송이가 피었다. 어서 꽃을 심고 싶다.

보현이가 자는 모습을 보다. 반짝거리는 금빛 털이, 출렁이는 보리이삭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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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영화를 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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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검사 결과가 나오다. 매연 수치가 높다. 어째야 할까. 

목이 많이 아프다. 앞으로 원고지에 글을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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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엔진 오일을 갈았다. 기계상사 사장님이 밭에 오셔서 설비 관련 의논을 하였다. 농업용 삼상 전기가 문제인데, 5 마력 짜리 모터를 돌리려면 380 v 콘센트와 전선을 모두 갈아야 한다, 말씀하신다. 동진이 친구들과 와서 놀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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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적 관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농한기가 끝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직 흙이 얼어있는 숲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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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동네 행사에 가서 일을 도와드렸다. 아는 마을 분들은 다 만난 것 같다. 삼박자 민요에 춤을 추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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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 길이를 재고 도면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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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옮기기 작업이 시작되었다. 참을 조금 더 앞으로 내고, 계단의 위치를 틀었다. 방부목이 모자라 데크재를 조금 뜯어서 마감을 하였다. 일층 바닥에 방수 도막을 입혔다. 야외 테이블을 분해, 다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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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06폴딩도어가 맞지 않아서 화장실 문을 직접 만들었다. 샤워기 수전과 전등을 달았다. 퇴빗간에 너와를 덧대고, 난간 작업을 시작했지만 마무리하진 못했다. 기계상사 사장님께 도면을 전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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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25마지막 공사. 목수들이 대거 몰려와서 계단 난간을 마무리 하고, 나는 실리콘 작업을 하였다. 샤워기를 달았다. 정화조 기폭장치를 전기에 연결했다. 일층 퍼티 작업을 마무리했다. 보조 기둥 아래를 시멘트로 단단히 보강했다.

동하에게서 전화가 와서 'grit'에 대한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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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과 친구들 가족들이 와서 파티를 했다. 18 명의 사람들 그리고 보현이는 다같이 음식을 나눠먹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상호, 현우 지영이 완공 기념 달리기 시합을 했다. 날이 어둑해지고 모두 오두막으로 올라와 앉았다. 우리는 넉 달여의 시간 동안 기록했던 영상을 함께 보았고 목수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나누어주었다. 거센 바람이 불고 비가 오기 시작했지만, 오두막은 그지없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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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첫 삽을 뜨던 날과 같은 모습으로 서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이젠 그저 아담해 보이는 동백나무. 소망했던대로, 누구 하나 다친 이 없이, 모두의 힘으로 오두막이 태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