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Arc 공연 첫날, 서울에는 눈이 내렸습니다. 제주의 눈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게 아니라 옆으로 -_- 불기도 하고요. 눈송이도 꼭 비료알갱이처럼 생겼는데, 포슬포슬한 육지의 눈송이를 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그러고 보니 작년 연말 공연 날에도 눈이 왔는데, 신기하면서도 축복받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기뻤습니다.
이번 공연은 시작부터 사실 저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결과물이긴 했습니다. 엘아센으로부터 공연 제안을 받았던 건 올 연초였나... 그랬을텐데요. 사실은 이 공연에 날짜를 맞추기 위해서 책 출간일을 당기기도 했었으니까요. 귀한 연말 시간에, 적지 않은 금액의 티켓을 사서 오시는 분들께 뭐 하나라도 더 보여드리고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저만이 아니라 엘아센의 기획자 분들도 같은 생각이셨을 거에요.
그런데, 그러다 보니 본격 대환장버라이어티 (-_-) 공연이 되고 말았는데요. 혹시라도 너무 번잡해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컸습니다... 그렇지 않으셨겠지요?
물론 엘지 쪽분들과 안테나, 공연을 총괄하신 감독님들은 정말 죽을 맛으로 준비하고 공연을 치러야 했는데요. 한 분 한 분 모든 분들이 어찌나 대단히 일을 해내시는지... 다들 한 몸처럼요. 놀라고도 복되구나, 생각하며 공연을 마쳤습니다. 공연 내내 저와 계속 소통해주신 김주연 매니저님, 이슬 감독님. 두 분 모두 대단한 분이셨어요.
글을 쓰시는 분, 그림을 그리는 분, 무용을 하는 분, 옷을 만드시는 분, 수어 통역을 하는 분. 모두 기꺼이 저희의 초대에 응해주셨습니다.
공연 몇 달 전부터 꼼곰히 옷을 맞춰주신 허상점, 허님 덕분에 무대가 한결 더 밝아졌을 테고요.
기꺼이 사회를 맡아주신, (무려) 김하나, 이수지 작가님. 두 분 다 처음 뵈었지만 한결 같이 깊은 대화로 저를 이끌어주셨습니다. 아름답게 첫 무대를 빛내주셨어요. 그리고 돌베개 출판사 이하나 편집자님의 도움으로 모두가 물흐르듯 자연스런 진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용가 손승리님의 공연을 저도 콘솔 옆에서 몰래 보았는데요. 마지막 날 공연 때엔, 너무 눈물이 나서 좀 힘들었지만 그만큼 말할 수 없이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마에스트로 윤성님, 파코와의 케미는 말 할 것 없이 좋았고, 오래토록 함께 해준 음향 감독 정오형도 참 오랜만에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수어 통역, 레슨을 해주신 김홍남 선생님. 저의 분신처럼 함께 이야기해주신 최황순 선생님과의 인연도 더 오래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 바랐습니다. 두분께서 농인 한 분과 같이 공연장에 오셨는데요. 리허설을 모니터해주시고 나중에 수어로 두분께 꼼꼼히 피드백 드리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인회 때 오신 분들, 한 분 한 분 빠짐없이 모두 감사했습니다. 창작자로서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될 지 모르지만, 언제라도 결과물이 나오게 된 과정을, 몸을 낮춰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싶어요. 모두 오래토록 함께 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연말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쉬기도 하고 도시가 주는 (제주에서는 얻을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맘껏 누리려 합니다. 물론 공연이 끝나고 전시회와 음감회 사인회 같은 여러 행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전시회와 음감회 소식은 내일 쯤 자세히 전해드릴까합니다.)
SNS가 전파력도 강하고 더 많은 분이 빠르게 소식을 접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여전히 물고기 마음은 저의 깊은 마음을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스무 살이 넘은 이곳에, 내년부터 글도 더 자주 남기고 종합장에 피드백도 남길까 해요.
이틀 동안 아니 그 이상의 시간 동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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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ub Arc @ LG arts center
Stage 1
북토크 with 김하나, 이수지 (진행), 김홍남, 최황순 (수어 통역)
Stage 2
<Mater Dolorosa> performed by 손승리
Stage 3
concert with 조윤성 (피아노), 파코 드 진 (퍼커션), 김홍남 (수어 통역)
- 용서해주오
- 봄눈
- 강
- 물이 되는 꿈
- 바람, 어디에서 부는 지
- 아직, 있다.
- 홍옥
- 바다처럼 그렇게
- 은하철도의 밤
- 고등어
- 걸어가자 (encore)
- 사람들은 즐겁다. (encore)
greensweater 말하길:
폴님 덕분에 행복한 12월이었습니다~ 그 마음이 남편에게도 전해졌나봐요. 남편과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데, 씨익 웃더니 폴님의 음악을 틀어주더라고요.( ღ’ᴗ’ღ ) 처음으로 손을 꼬옥 잡고, 함께 봄눈을 들었어요! 새삼스레 다시 한 번 깨달았어요. 행복도 물처럼 음악처럼 낭만처럼 흘러간다는 걸요…ㅎㅎ 폴님, 고맙습니다! 폴님과 폴님처럼 애정하게 된 하나작가님, 어여쁜 보현 모두 평안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사카모토님이 참여하신 앨범에서 새소리를 듣지 못했어요. 나중에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은데…..너무너무 궁금해서 여쭤보아요. 유튜브에서도 그 소리 들을 수 있나요? 고요한 시간에 영혼의 마주침이 있길 바랬으나, 아무래도 사비아기 된 조빔을 만나는 데 도움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ꇴ ்̀)
2023년 12월 31일 — 6:03 오후
폴 말하길:
감사합니다. GREENWATER 님도 남편분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
물론이에요. 유튜브에서도 들린답니다. As Praias Desertas 의 2:39 부분을 들어보시겠어요? 새소리가 들리실 거에요!
2024년 1월 1일 — 7:16 오전
greensweater 말하길:
아아~~ 들었어요!! 폴님 덕분에 새해 아침에 아주 특별한 새소리(이 귀여운 추임새를 왜 못들었을까요?!)를 들었습니다~ 마침 짙게 낀 안개도 걷히고 있어요 대박! 새해복!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1일 — 9:58 오전
kune51 말하길:
저도 물고기 마음이 여기 그대로 있기를 바라요.이곳이 너무 고요해서 사라지는 걸까하는 불안한 해도 있었어요. 접근성이 용이하고 오픈 된 가상의 공간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요. 그러나 이곳의 고요함과 여기에서만 가져 볼 수 있는 템포가 좋아서 꾸준히 머물 수 있었어요. 물고기 속도로 나아가길 :)
2023년 12월 30일 — 5:03 오후
폴 말하길:
감사합니다. 얼마전에 적형과 동률의 홈페이지를 ‘공식적’으로 닫는다는 글을 어디선가 보았어요. 해킹과 랜섬웨어(?) 공격 때문인 것 같은데… 물고기 마음은 언제까지나 안전지대로 남아있을 수 있게 힘쓸게요. :)
2024년 1월 1일 — 7:17 오전
닉네임 말하길:
폴 고맙습니다. 인간이라서 슬플때도 많았어요. 36도의 체온이, 피가 흐른다는게 참 괴로울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사람이니까 폴의 공연을 갈 수 있었고 폴의 음악을 들을 수 있잖아요.
알수없는 무엇으로 가득찬 충만한 공연이었습니다.
고마워요. 곁에서 응원합니다.
저는 아쉽게도 알라딘에서 연락이 안 왔지만 괜찮습니다. 원체 뽑기, 당첨운이 없는 팔자인지. 뭘 응모해도 된적이 없었기에 이번에도 안될걸 짐작은 했었어요.^^
그런데요.
폴에게 물어보고 싶은거 적으라고해서….
방구석 가드너가 직접 만들수 있는 식물을 위한 수제 영양제?좀 알려주세요. 뭐 그런거 였습니다. 에구 좀 멋있는 질문을 했어야 하나봐요.ㅠ
2023년 12월 20일 — 3:28 오후
폴 말하길:
네. EM 원액을 준비하세요. (‘애미’라고 검색해보시면 나옵니다.) 물 1 리터당 애미 (EM 원액) 10mL (1/100 희석) + 청국장 4 gr 갈아서 + 소금 작은 티스푼 하나 + 당밀 (혹은 설탕) 100 gr을 섞고, 40도씨로 열흘 발효시키면, EM-B 라는 액비가 만들어집니다. 이 액비를 흙에 주실 때 (관주) 에는 50 배, 잎에 뿌려주실 때에는 (옆면 시비, 주로 잎 뒷면) 200 배 희석 하셔서 뿌려주시면 나무들이 기뻐할 거에요. :D
2023년 12월 21일 — 8:28 오전
닉네임 말하길:
우와~~~~~~~~!!!!!!!너무 감사합니다!!!!! 고작 먹이는게 하이포넥스나 일본효소 영양제등 뭐… 요상 야릇한것만 먹였었는데…..꼭 우리 아가들에게 정성껏 만들어 먹여 보겠습니다!
2023년 12월 21일 — 4:15 오후
yjlim22 말하길:
아, 맞아요! 북토크 때 들려주신, 고민에 대한 답이 “더 열심히 설명하겠다”여서 정말 감동이었고 또 한 번 폴님께 배웠습니다. 오래오래 함께, 잘 따라갈 테니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2023년 12월 20일 — 12:56 오후
폴 말하길:
:)
2023년 12월 21일 — 8:28 오전
Han. 말하길:
올한해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웰컴드링크의 오동통한 소중한 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ㅎㅎ 운좋게.. 알라딘인가.. 북토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책 이야기 또 들을 수 있게 되었네요. 공연 때는 책을 안 읽은 채로 이야기를 들어서 책 읽을때 아~ 이 이야기셨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그것도 재밌더라구요.
+)물고기님들 다 감기조심하시구 연말 잘 보내시기를!!
2023년 12월 20일 — 7:24 오전
폴 말하길:
23일에 뵈어요!
2023년 12월 21일 — 8:31 오전
enojeon 말하길:
작년과 올해 두번 운이 좋게 폴님의 공연을 모두 보게 됐습니다. 이번 공연 정말 좋았어요. 예술하고픈 창작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멋진 공연을 위해 노력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해요. 진심으로요!
그리고… 누워서 하는 음감회 무척이나 기대 중입니다 ㅎ
2023년 12월 19일 — 12:48 오후
폴 말하길:
내일 중 공지가 나갈 예정이에요. 20분만 모실 예정이기는 합니다만, 이번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생각해주세요! :D
2023년 12월 21일 — 8:29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