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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인사 그리고 4/1-4/30

추석 전날,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가을이 되어서야 초봄의 일기를 올리게 되었네요.

공연도 있었고 전해드릴 소식도 간간히 있었는데, 제때 소식 전하지 못해 참 죄송합니다.

저번 주말 공연장에서는 오랜만에 물넷 지기님도 뵈었군요.

피아노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올 연말에는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밀린 일기도 차근차근 쓰고, 늦지 않게 소식 전하겠습니다.

보름달처럼 환한 날들 되시길 빌며,

폴 드림.

4/1

전정.

죽은 나비를 튤립 꽃잎으로 감싸 화단에 묻어주었다.

기도를 드리고 왔다.

4/2

오전에 서귀포에 다녀오다. 오후에는 내일 방제 준비를 하고 약간의 예초를 했다. 약줄을 정리했다. 오랜만에 근력운동을 하다.

4/3

보르도액 방제 #1-1: 보르도 두 포 + 사계유 4 L in 1000 L

한국친환경에 보르도액 20 포를 주문했다. 사계유와 관련해서 상담 신청을 했는데 답이 오지 않는다.

4/4

비 소식. 방제를 못하고 사과꽃이 가득 핀 곳에서 밥을 먹었다.

보현과 병원에 들러 선생님을 뵈었다.

사계유 8 L 짜리 재고가 농협에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유동룡 미술관을 둘러보고 쉬었다.

4/5

Dasein. Mitsein.

EM-B 발효시작. 귤굴나방 방제 미생물인 BT력 2 봉을 넣고 함께 발효시킨다. 청국장 800 gr + 애미 2L + 당밀 1통

창고 정리하다.

microtonal music 실험 시작.

에이펙스 트윈, 의문의 1패.

4/6

보르도액 방제 #1-2

정범씨가 사인 시디를 보내주었다. 하지만 나도 이미 주문했는 걸.

4/7- 9 서울 여행

정동에서 만난 백송.

친구들과 영화를 본 것도, 조조영화를 본 것도 대체 얼마만일까.

4/10

전정. 납땜. <법고전 산책>과 푸디토리움 시디가 집에 오다.

백강탄 관련 상담을 하다. 벌레 몸에 기생하는 동충하초로 방제를 하는 개념인데... 안되겠다. 비선택적으로 너무 많은 벌레가 죽는다.

4/11

고래와 인간의 합주.

하루 종일 전정. 오후에는 비가 보슬보슬 내렸다.

깍지 벌레가 너무 심한 나무들이 있다.

내 몸의 소리를 듣는다는 건 얼마나 귀중하고도 필수적인가. 뇌의 소리가 아니라, 몸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하지만 물 속에서는, 소리란 온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입니다.

Helmreich S.

4/12

타일러 가족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14 년 전 스위스에 만난 실험실 친구를 제주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타일러는 그때 한창 사귀던 엘레오와 결혼을 했고 두 아이 아빠가 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에 왔다. 시간은 없고 할 얘기는 많고. 온갖 얘기를 하느라 막상 잘 먹지도 못했지만, 아이들은 젓가락으로도 고기를 어찌나 많이도 잘 먹는지. 마냥 즐겁고 애틋했던 만남.

4/13

아침부터 오후까지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하루종일 전정을 했다.

4/14

비오는 날. 약한 나무들에게 새로 나온 비료를 주었다. 구아노가 80% 랑베나이트 10%인 고농축비료. 뿌릴 때마다 손에서 당밀 향기가 난다.

배꽃이 왔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불룩 솟은 아기 열매. 아우 배나무가 아기 배를 낳았구나. 너무 아름답고 너무 대견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안세권 선생님께서 현상학 강의 영상을 보내주셨다.

무뎌지지 말아야 한다. 날을 계속 갈아야한다.

납땝을 마무리 했지만 커패시터가 모자라서 추가 주문을 했다.

4/15

뛰었다. 달리기를 하며 현상학 강의 듣다.

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왔다. 보현과 40 분 넘게 바닷가를 걸었다. 누나를 보러 동쪽에 다녀왔다.

음악은 무엇인가가 아닌, 음악은 내게 어떻게 드러나는가. 어떻게 음악이 되는가.

삶은 무엇인가가 아닌, 살아있음을 나는 어떻게 경험하는가. 어떻게 삶이 되는가.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주 조금의 과장이나 장치도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로 변하고 만다.

4/16

세상은 왜 쉽게 달라지지 않는가.

80 년 전, Heifetz가 연주한 <G 선상의 아리아>. 아무 말도 필요가 없다.

현상학 강의 #3,4

운동. 보현 돌보기. 마당 일. 휴식. 아내 맞을 준비. 그리고 Heifetz의 연주 샘플링.

4/17

EM-B 발효 끝. 전정 세 그루하다. <Viajante>를 오랜만에 들으면서 일을 했다. 정말 좋은 노래야.

친구들에게 커피와 책 보내다.

현상학 강의 #5.

그런데 후설은 왜, 스피노자와 헤겔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을까.

4/18

전정. 실비가 내렸다. 묵은 유기칼슘 비료 정리. EM-B 통 정리. 릴데크 조립.

BTTB를 들으며 전정하다. 감흥 없다.

왠지 번아웃 된 날.

현상학은 지적으로 자애로운 태도다.

- 요한 바오로 2세

사랑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 맹목적 사랑. 뒤바뀐 사랑. 부족한 사랑. 나는 '무얼' 사랑하는가. 무엇이 (진정) 사랑할만한가. ens와 res. being과 thing.

사랑이란 (사랑한다는 것이란) 사랑 받는 이의 눈을 통해 바라본 모든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C. Engelland <Phenomenology>

4/19

온화한 아침이다. 아내가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을 한다. 이제 편의점에서는 키트를 팔지 않는다.

현상학 #8.

Arvo Pärt. Serialism 과 Minimalism.

자연: 반복되는 변화. 끊임없는.

유기칼슘 발효 시작. (7/19까지) 현미식초가 3 L 가량 모자라다.

릴데크가 완전히 고장이 났다. 4년을 씨름한 릴데크와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잘 가거라. 나는 정말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그 덕으로 정말, 정말 많이 배웠어.

Heifetz의 <G 선상의 아리아>를 재료로.

화단에 낮달맞이 꽃과 작약이 피었다.

동률을 만나고 왔다. 4 년 만인가.

4/20

전정. 올해도 귤꽃이 적잖이 올 것 같다.

4/21

전정. 손가락을 조금 다쳤다.

Paul X stretching 작업

일을 마치고 쉬는데, 문득 들리던 노래.

4/22

Hubert Dreyfus의 강의 듣다. 우리는 세상의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하는가.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다룰 뿐이다.

- Martin Heidegger

그것이 바로, being-in-the-world.

눈앞에 있음 vorhandenheit. through equipment. zuhandenheit. through analysis and contemplation.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Doloroso II 세션을 꺼내보다.

전정. 깍지벌레가 심각하다.

주홍부전나비가 왔구나.

4/23

하와이 왕국의 '국가'가 참 아름답다. 그들의 말도.

대한제국에도 국가가 있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

보현과 숲을 걸었다.

noesis/noema

Air on G string 작업.

현상학 강의 #11

Arvo Pärt와, 니체의 음악을 듣다. 그런데, 니체의 음악은 별로 감흥이 없구나.

4/24

Live 작업. "air" pro tools로.

유기칼슘 두번째 발효 시작.

studer 169의 왼쪽 채널에서 노이즈가 심해 모듈을 모두 분해했다. Deoxit으로 세척하고 재조립하다.

4/25

오전에 비 오다. 서귀포 나들이.

feeling alone can instead be perfectly peaceful.

외로움을 피하기 위한 부수적인 사랑이 아닌, 존재 자체를 따뜻이 맞이할 수 있는, 바로 그런 사랑.

조율법. Vallotti 조율.

4/26

마당에 송이를 깔았다.

브라질에서 선물이 왔다. 우표가 다닥다닥 붙은 책과 스티커, 편지.

Arvo Pärt. Tintinnabulation. morphing. microtonality.

4/27

방제 #2-1. 무척 맑은 날이다.

후회없는 삶을 산다는 건 뭘까.

4/28

방제 #2-2. 흐린 날이다.

동하와 길게 통화를 하고 방제를 하고 보현과 카페를 갔다.

트럭 검사를 받는데 사이드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어 불합격이란다. 수리를 맡기고 돌아왔다.

CharGPT는 작곡을 할 수 있을 것인가.

Natura naturans와 natura naturata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제비가 집에 왔다.

또 Tintinnabulation를 생각하다.

4/29-30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