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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부 그리고 3/1-3/31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대서가 지났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여러 가지를 만들고, 쓰고, 다듬느라 일기 쓸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머지 않아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거에요. 빨래처럼 밀린^^ 일기도 하나하나 올리겠습니다. 그침 없이 이어지는 비 소식에 다들 무탈하시기를.

폴 드림.

3/1

비가 보슬보슬 오다. 체크인하다.

3/2-3/9 Lisboa, Coimbra e Porto

시아두에서 바이후 알투로 가는 길.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 공연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아무리 들어도 목소리가 귀에 익다.

오르막길을 더 올라가니 Armazéns do Chiado가 보이고, 쇼핑몰 입구 삼거리에 무대가 있었다.

무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가수가 다섯 명의 동료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Carminho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생각치도 못한 시간,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지금 내 앞에 있다.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Carminho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준다. 새 앨범 <Portuguesa>의 쇼케이스를 하는 것이다.

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노래들을 듣고 듣다 공연이 저물어갈 무렵, 그는 대서양을 건너온 노래가 하나 있는데 다같이 불러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브라질 가수 마르셀루 카멜루의 곡 <Levo o meu barco no mar>를 불렀다. 사람들도 그를 따라 다같이 노래의 후렴구를 따라불렀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과 노래를 불렀던리스본 거리의 밤.

떨어지는 꽃잎 줄기, 모래위 바닷물의 주름, 빛나는 고동색 눈빛, 보름달 가득찬 힘

산을 뒤흔드는 바람, 짙게 물든 초록빛 숲, 굽이치는 은빛 강물에서

나는 비로소 길을 찾았네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바다로 배를 띄우자

Carminho <Levo o Meu Barco No Mar>

3/10

엄마와 점심을 먹고 엄마를 공항에 모셔다 드렸다.

3/11

3/12

(no record)

3/13

미팅 차 세종에 다녀오다.

3/14

아내가 서울에 갔다. 운섭형님이 도미를 가져다 주셨다.

3/15

앵두꽃이 핀다.

전정. 좁쌀만한 봄눈이 돋았다.

아이와 걷기.

3/16

바람이 거센 날. 아내가 돌아왔다. 릴데크 도착

3/17

생일 선물들을 받았다. 누나의 노트와 꽃.

금귤 씨앗이 이렇게 예쁜줄 몰랐다.

3/18

생일. 팬이 분 구근을 아내가 심었고, 수선화가 피어났다.

3/19

얼마나 많은 정수비율을 유지하는가. 그러면서 또한 얼마나 많은 조로 조옮김을 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중세의 조율법은 그 두 가지 대립 요소를 어떻게 중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

중세튜닝에 대한 공부. Wreckmeister II, Vallotti 등. 맥놀이를 듣고 조율을 했다니.

전정. Brian Eno <Lux> 듣다.

3/20

Scordatura

tape loop 작업.

전정을 하다 잘못 잘린 나무에 테플론 테입을 감아주었다.

릴데크 점검, NAB 어댑터 도착.

3/21

비오는 날.

종묘제례약과 문묘제례약 듣다.

릴데크 점검.

3/22

전정 세 그루. 배꽃을 만나다. 아직 수분이 되지 않은 선홍빛 수술.

금과 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정주씨 선물 받다.

3/23

새벽부터 비가 온다. 죽은 나무를 자르려다 실패했다. 톱날을 갈아야할 것 같다.

3/24-25 서울

3/26

향기 별꽃이 피었다.

다올 만나 석고 보드를 대고 창고를 수리했다. 릴데크 분해 시작.

3/27

에드문트 후설의 '사이'와 '현상학적 다리'에 대해.

릴데크 컨덴서 교체 시작.

오일장에 가서 전정 가위와 칼을 모두 갈았다.

3/28

리캐핑을 계속 하다.

튤립이 피었다.

3/29

병원.

3월 말이 되어서야 복수초를 보았다. 왜 숲길 한 번 걸을 여유가 없을까. 늦게 찾아온 봄 선물 같은, 노란 꽃망울.

3/30

날개가 녹은 나비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거미줄에 걸려있다가 떨어져 나온 모양이다.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올해엔 결국 예초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만 몇 배로 천천히, 살살, 아무도 다치지 않게.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배꽃이 만개하고 무당벌레가 보이기 시작한다.

Estevam과 수업.

3/31

전정.

날개를 잃은 나비에게 꿀물을 가져다 주었지만, 죽어가는 나비는 먹으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