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멧새소리가 들리는 과수원. 전정한 나무에 도포제를 발라주었다. 친환경 도포제가 있으니 걱정이 없다. 나무가 잘린 자리에 도포제를 바르다보면 내가 나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는 것 같다.
Carlos Aguirre의 신보가 나왔다.
믹서의 insert/main/monitor로 아웃풋 비교. monitor단은 헤드룸이 너무 낮고 insert 단은 3 db 정도 출력이 적다. main에 노이즈가 있다. 레벨은 수시로 변한다.
4/2
문수, 보현과 보낸 하루.
4/3
엄마가 부산으로 가셨다. 하루 종일 청소를 하고 마당 정리를 했다.
명자나무 꽃이 반갑다.
어김없이 온 우리집 앵두꽃.
4/4
pink noise로 믹서 채널 칼리브레이션.
배나무야. 배나무야. 올해도 이렇게 씩씩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웠구나.
4/5
나무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나무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도포제를 바르고 난 뒤, 온 밭에 초산 냄새가 가득하지만, 좋다.
4/6
전정과 도포제 바르기.
지금 이 계절은 사람의 나이로 친다면 몇 살 쯤일까.
꼬마 물떼새 6 마리를 보았다.
믹스를 전부 원점으로 돌려버렸다.
4/7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Calyx로 바꾸고 믹스는 모두 내가 떠맡기로 결정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아듀, Hans. 시간 약속이란 나에겐 일 이상의 의미야.
게인 스테이징부터 다다시. SSL 플러그인 테스트. 페달 리버브 테스트.
Henry에게서 답장. 마스터링부터 라커 딜리버리까지 3 주는 잡아야 한다는 말. 그렇다면 4월 말까지는 믹스를 마쳐야 하는 것이다.
무척 지친 날. 하지만 새로 산 전정 가위를 쓰니 조금 살 것 같다.
나는 선하고 독한 사람이 되고싶다.
4/8
보컬 체인. clip gain 6 db 낮추고, volume 0 db에 두고, tweaker 체크.
사피엔스 믹스. 결국 약간의 reverb를 쓰기로 마음먹다. 까실한 보컬을 조금 soothing하는 게 좋겠다.
물총새 성조와 큰부리도요를 만나다.
아내가 장에서 데려온 토종 병귤. 그리고 밭에서 온 배꽃 세 송이.
4/9
Hans가 메일을 보냈다. 미안해, 버스는 떠났어.
이수지 작가님 시안이 다시 도착. 거의 확정된 이미지인 듯.
오전 믹스.
to do list for 사피엔스
- 기타 panning
- 기타 EQ low shelf
- 치찰음 심한 음절 찾아내기.
- culture vulture를 쓰든지 creamer +로 진공관 디스토션 넣기
- 보컬 마지막 음절 echo 오토메이션
오후 방제. (방제 1-1: 마니카 보르도 2 봉 in 1000 L)
버섯 수확. 향기 별꽃이 정말 별처럼 피었다.
검은 딱새 종추.
왼쪽 귀가 이상하다. 8k-10k 근방 소리가 부스트되다가 사라진다.
dessin 프로젝트를 생각하다.
4/10
드디어 아기 멧비둘기가 태어났다. 외동으로 태어난 아니 비둘기에게 '고사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태어난지 며칠된 듯하다.
검은 딱새를 밭 근방에서 다시 만났다.
방제 1-2 (어제와 같다.)
꽃눈이 방긋방긋 돋았다.
사피엔스 믹스 마무리. MR 뜨는 걸 잊었다. 스튜더 믹서에서 mix buss로 받기로. master buss 분리해서 쓰자.
4/11
청소. 풀 뽑기. 보현과 놀기. Lupo, Hans, Henry에게 메일.
쉬는 듯 쉬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귀는 쉬었다.
4/12
오전에는 한 줌의 노래 믹스하다 포기. 사피엔스 믹스 마무리. 오후에는 홍옥 믹스 시작.
가지치기를 하며 Jeff Bhasker의 creative cribs를 계속 들었다. Jeff의 말 한 마디가 커다란 태양 같다. "Embrace your flaws and mistakes."
쌍살벌집 발견. 지금 손을 쏘이면 믹스도 농사도 끝장이다.
오두막 안이 후끈후끈하다. 에어컨을 틀다가 목이 잠겼다.
아내의 책이 도착했다. Henry에게서 메일이 왔다.
4/13
개미약과 톱날 살 것. 방호벽 에코 추가 주문.
후텁지근한 날. 아이스팩을 가져가서 랩탑 아래에 깔고 작업을 한다.
한 줌의 노래, 사피엔스, 홍옥. 그동안 한 믹스 전부 엎어버리고, 모두 또 다시. 러프믹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4/14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에어컨 청소.
사피엔스 믹스. 한 줌의 노래 믹스 마무리 (과연?).
비가 그친 틈을 타서 도포제를 발라주었다.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그래도 해가 나면 햇살이 제법 따갑다.
4/15
진술서 믹스. 기타의 masking frequency 를 걷어내다.
고사리의 솜털이 마당에 떨어져있다.
저녁, 모니터.
- 한 줌의 노래: 기타 400-500 Hz 체크. 리버브와 에코는 좀 더 빈티지하게.
- 사피엔스: 기타 frequency 정리.
- 진술서: 소리가 좀 더 다이나믹하면 좋겠는데. 아직 '평면적'으로 들린다. 편곡 때문일까.
- peak limiting 하지 말고 전체 음압을 -14 LUFS에 맞춰 마스터링을 보낼 것인가. 혹시 또 모르니.
며칠 째 아침 저녁 귀찜질을 한다. 왼쪽 귀에 이명이 생겼나 싶어 무척 걱정이다.
4/16
용서해 주오 믹스. 도포제 다 바르다.
비자나무에 바비와 루시가 또 포란을 시작한 것 같다.
오전 전정.
보현이 걱정되어 오후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서둘러 집에 왔다. 그런데 고사리가 둥지에 없다. 어디로 갔을까?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2022년 4월 16일. 세상은 달라졌을까. 달라지긴 한 걸까. 이 세상은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가.
4/17
선선한 날.
큰 나무를 전정하고 도포제를 바로 발라주었다.
SSL 플러그인 구매. Pro-DS 데모 기간 확인할 것. 용서해 주오 믹스. 생각보다 어렵다.
여전히 고사리가 안 보인다.
4/18
하루 휴식 (같지 않은 휴식). 많이 걸었다.
에어컨 청소. AD 컨버터 주문.
그리고, 고사리가 집에 돌아왔다! 그 사이 더 컸구나. 봄날 고사리처럼 쑥쑥 컸구나.
4/19
맑은 날. 그래도 적당이 사늘한 날.
귀가 조금 편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데 이젠 오른 손이 슬슬 신호를 보내온다. 믹스와 전정이 끝날 때까지 버텨야한다.
용서해 주오 마무리. 홍옥 마무리.
전정 중 아기 새가 있는 둥지를 발견하고 급히 자리를 떴다. 적어도 일주일은 근처에 가지 말아야겠다.
4/20
아내가 전정한 나무에 급하게 도포제 바르고 두 그루 전정. 토양 검정용 흙 채취. 맡기다.
알바트로스 믹스.
Norman이 커팅한 Kings of Convenience의 엘피가 집에 왔다. 적당히 hi와 lo를 cut한 소리다. 재미(혹은 자극)는 조금 덜해도 오래 들을 수 있을 듯.
새벽 4시부터 시작된 하루. 온종일 일을 하다가 저녁 8시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4/21
아내가 서울에 갔다. 간만에 루시를 만났다.
달맞이꽃 믹스. 이로서 1st round 믹스 모두 마무리.
AD+ clock 연결. 소리가 달라졌다. 묵직한 center감.
동축 케이블로 연결을 했는데 신호가 안 들어온다. 어, 뭐지 하는데, 케이블이 쑥 빠져버린다. 그만 일하고 어서 오라는 보현님의 염력인가.
마당에 서있는데 무언가 머리 위에서 후두둑 떨어진다. 멧비둘기 알껍질이다.
낮달맞이 꽃이 피었다.
4/22
맑고 더운 날. 제비들이 현관에서 노래를 하고 난리도 아니다. 입주하기로 결심한 걸까.
블투 스피커와 에어팟, 카오디오로 모니터링.
보현과 거리를 걷다보면, 떨어진 꽃잎들이 보현의 다리에 송글송글 붙어있다.
4/23-24
믹스 2nd round.
꽃도 잎도 감귤도 레몬도 모두모두 무럭무럭.
Viva Mangueira! 올해 망게이라 삼바스쿨의 주제는 세 명의 마에스트로. 노래(canto)와 시(poesia)와 춤(dança)을 각각 상징하는 Jamelão, Cartola, Delegado.
Cartola. 아, 나의 등대. 그 위대한 이름.
4/25
믹스 모니터. 저녁에 모니터를 해보니, 소리들이 너무 muffled 되어 있다.
4/26
장마 같은 비가 내린다.
오전 내내 홍옥 믹스로 지쳐버렸다.
한 줌의 노래. 사피엔스. 섬고양이. 믹스 다듬기.
한 때는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지려 애썼다면, 지금은 내가 가진 걸 잃지 않으려 애쓰는 게 중요하다 싶어.
4/27
노래 1-4 3rd round 믹스. 이 미친 짓을 누구에게 맡길 상상을 했다니. 아찔해서 웃음만 나온다.
누나와 일행들이 오두막에 들렀다. 덕분에 나도 잠시 한숨 돌리고.
4/28
노래 5-8 3rd round 믹스.
- 사피엔스: 소리가 얇다.
- 섬고양이: 너무 saturate된 것 같다.
- 홍옥, 달맞이꽃: 너무 muffled된 느낌.
- 알바트로스: 보컬이 거칠다.
전곡 4th round 믹스. 페이드 아웃 정리. 최종 점검.
4/29
우리 셋, 처음 만난 날. 와인을 마시며 하루 숨고르기.
4/30
오전 믹스 점검. 숲을 걸으며 모니터하다. version A와 B 중 무엇을 선택할 건가. 다른 것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아주 조금 눈꼽만큼이라도 더,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만.
점심 때 윤슬이네를 만나고 다시 작업실로.
작업실에서 모니터를 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결국 달맞이꽃, 섬고양이만 빼고 모두 inflator를 쓴 버전으로.
저녁. 알바트로스 수정. 모두 프린트.
5/1
믹스 끝. 베를린에 믹스파일을 보내다. 나무에 도포제를 마저 발라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의 선물 말하길:
바쁘다바빠 현대사회…를 살아가다 물고기마음에 들어와 해적방송을 접하면 마음이 여유로워 지는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가요. 항상 물고기마음에 있어줘서 고마워요. 노래해줘서 진심으로.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워요..
가을에 완성될 목소리와 기타를 기다리며, 함께 (연말에있었음하는..)공연소식도 기다릴께요!
2022년 6월 13일 — 11:27 오후
enojeon 말하길:
메모하고 기록하고 기억할만큼 좋은 문장들이 많네요 고맙습니다
2022년 6월 13일 — 12:03 오전
yjlim22 말하길:
문수가 제주를 다녀갔군요. (문수야 오랜만이야! 늘 건강하고 행복해야 해!) 선공개된 3곡을 듣고난 후라 그런지 작업 과정이 왠지 더 흥미진진해서 추리 소설 읽듯이 쭉 읽어내려가다가 “믹스를 전부 다시 원점으로.”에서 쿵- 제 심장이 다 내려앉았습니다…. 나머지 5곡이 채워져서 “목소리와 기타”가 완성될 날을 기다려요, 또 공연장에서 만날 날도!
2022년 6월 12일 — 1:31 오후
炫 말하길:
쭉 선한 사람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독해져야 할까요. 지난 일기를 연거푸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보게 될 5월의 일기도 기대됩니다.
2022년 6월 12일 — 11:14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