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대서가 지났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는 여러 가지를 만들고, 쓰고, 다듬느라 일기 쓸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머지 않아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거에요. 빨래처럼 밀린^^ 일기도 하나하나 올리겠습니다. 그침 없이 이어지는 비 소식에 다들 무탈하시기를.
폴 드림.
3/1
비가 보슬보슬 오다. 체크인하다.
3/2-3/9 Lisboa, Coimbra e Porto
시아두에서 바이후 알투로 가는 길. 어딘가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 공연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하며 길을 걷는데 아무리 들어도 목소리가 귀에 익다.
오르막길을 더 올라가니 Armazéns do Chiado가 보이고, 쇼핑몰 입구 삼거리에 무대가 있었다.
무대에는 검은 옷을 입은 여가수가 다섯 명의 동료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Carminho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생각치도 못한 시간,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지금 내 앞에 있다.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Carminho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준다. 새 앨범 <Portuguesa>의 쇼케이스를 하는 것이다.
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노래들을 듣고 듣다 공연이 저물어갈 무렵, 그는 대서양을 건너온 노래가 하나 있는데 다같이 불러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브라질 가수 마르셀루 카멜루의 곡 <Levo o meu barco no mar>를 불렀다. 사람들도 그를 따라 다같이 노래의 후렴구를 따라불렀다.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생각치도 못한 사람들과 노래를 불렀던리스본 거리의 밤.
떨어지는 꽃잎 줄기, 모래위 바닷물의 주름, 빛나는 고동색 눈빛, 보름달 가득찬 힘
산을 뒤흔드는 바람, 짙게 물든 초록빛 숲, 굽이치는 은빛 강물에서
나는 비로소 길을 찾았네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배를 띄우자, 바다로
바다로 배를 띄우자
Carminho <Levo o Meu Barco No Mar>
3/10
엄마와 점심을 먹고 엄마를 공항에 모셔다 드렸다.
3/11
3/12
(no record)
3/13
미팅 차 세종에 다녀오다.
3/14
아내가 서울에 갔다. 운섭형님이 도미를 가져다 주셨다.
3/15
앵두꽃이 핀다.
전정. 좁쌀만한 봄눈이 돋았다.
아이와 걷기.
3/16
바람이 거센 날. 아내가 돌아왔다. 릴데크 도착
3/17
생일 선물들을 받았다. 누나의 노트와 꽃.
금귤 씨앗이 이렇게 예쁜줄 몰랐다.
3/18
생일. 팬이 분 구근을 아내가 심었고, 수선화가 피어났다.
3/19
얼마나 많은 정수비율을 유지하는가. 그러면서 또한 얼마나 많은 조로 조옮김을 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는 서로 부딪힐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중세의 조율법은 그 두 가지 대립 요소를 어떻게 중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
중세튜닝에 대한 공부. Wreckmeister II, Vallotti 등. 맥놀이를 듣고 조율을 했다니.
전정. Brian Eno <Lux> 듣다.
3/20
Scordatura
tape loop 작업.
전정을 하다 잘못 잘린 나무에 테플론 테입을 감아주었다.
릴데크 점검, NAB 어댑터 도착.
3/21
비오는 날.
종묘제례약과 문묘제례약 듣다.
릴데크 점검.
3/22
전정 세 그루. 배꽃을 만나다. 아직 수분이 되지 않은 선홍빛 수술.
금과 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정주씨 선물 받다.
3/23
새벽부터 비가 온다. 죽은 나무를 자르려다 실패했다. 톱날을 갈아야할 것 같다.
3/24-25 서울
3/26
향기 별꽃이 피었다.
다올 만나 석고 보드를 대고 창고를 수리했다. 릴데크 분해 시작.
3/27
에드문트 후설의 '사이'와 '현상학적 다리'에 대해.
릴데크 컨덴서 교체 시작.
오일장에 가서 전정 가위와 칼을 모두 갈았다.
3/28
리캐핑을 계속 하다.
튤립이 피었다.
3/29
병원.
3월 말이 되어서야 복수초를 보았다. 왜 숲길 한 번 걸을 여유가 없을까. 늦게 찾아온 봄 선물 같은, 노란 꽃망울.
3/30
날개가 녹은 나비 한 마리가 마당에 떨어져 있다. 아무래도 거미줄에 걸려있다가 떨어져 나온 모양이다.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다.
올해엔 결국 예초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만 몇 배로 천천히, 살살, 아무도 다치지 않게.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배꽃이 만개하고 무당벌레가 보이기 시작한다.
Estevam과 수업.
3/31
전정.
날개를 잃은 나비에게 꿀물을 가져다 주었지만, 죽어가는 나비는 먹으려 하지 않았다.
yjlim22 말하길:
먼 나라에서 거리를 걷다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봤는데 와! 정말 인생에 한번 있을까말까 한 행운 아닌가요!ㅎㅎ 경사진 골목길 사진 보니까 포르투갈 여행하면서 느꼈던 고통(?)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네요, 밤마다 무릎을 쥐고 앓게 만들었던 저 돌바닥ㅋ 그래도 포르투갈은 가장 그립고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예요.
전에 폴님이 올려주셨던 스토리 보고 기억해뒀다가 주말에 “수라”를 보고 왔어요. 상영관이 얼마 없어서 시간 맞추느라 꽤 애를 먹었지만 영화도 아름답고 영화 속 사람들도 아름답고… 정말정말 좋았어요. 고맙습니다.
머지 않아 올 여러 가지 소식을 고대하며!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2023년 8월 7일 — 1:42 오후
robotguru 말하길:
안녕하세요, 폴님. 지나가는 스물일곱 남홍재라고 합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이던 2009년에
폴님의 라는 고등어라는 곡과,
리쌍과 함께 작업하신 부서진 동네라는 곡을 알게 되어 참 좋아했습니다.
아이리버 mp3에 옆집 형이 여러 노래를 넣어주었는데,
폴님의 노래가 좋아서 다음곡으로 넘어가면, 이전 곡 버튼을 눌러가며 계속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서 학사 석사를 졸업하고,
이틀 후인 8월 7일에 미국 퍼듀로 박사를 하기 위해 떠납니다.
오늘 8월 6일에 인천으로 미리 올라가기 위해 짐을 다 챙겨두고,
핸드폰 메모를 쭉 훑어보니,
제가 올해 2월 4일에 폴님이 유퀴즈에 나오신 모습을 유튜브로 보고,
“루시드폴 물고기의 마음에 글 남기기” 라고 써두었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글도 남겨봅니다.
저도 여러 추억을 디지털로 남겨두는 것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폴님께서 운영하는 물고기의 마음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아
묘한 느낌도 드네요.
유퀴즈를 통해서 선배님이셨다는 사실도 알게 되어 신기했습니다.
저도 폴님처럼 앞으로도 하루하루 추억을 잘 담아냈으면 합니다.
제 어린 시절에 좋은 노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중학교 때는 직접 전해드릴 생각을 못했는데,
스무살이 넘어 물고기와 마음이라는 블로그를 알게 되어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2023년 8월 5일 — 9:35 오후
백 말하길:
폴님, 무더위에 잘지내고 계시는지요?
곧 말복입니다. 몸 보신하시고 기운내시기를..
2023년 8월 3일 — 9:52 오후
yeon530 말하길:
‘바다처럼 그렇게’ 듣다가 문득 글을 남기고 싶어졌어요 폴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어딘가 마음이 한 켠이 뭉클하네요. 폴님 노래를 듣고 있으니까 잃어버렸던 저를 기억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갑자기.. 오래전 신형철 평론가의 팟캐스트에서 가네코 미스즈의 동시들을 소중하게 소개해 주셨던 일도 기억이 나고, 홈쇼핑에 나오셔서 앨범이랑 귤이랑 완판하셨을 때도.. ㅋㅋ무국적요리도 재밌게 읽었던 것도…ㅜㅜ 풍경은 언제나나 그것사랑이었지도 참 많이 좋아했었는데ㅜㅜ
여름 안부 넘 반가워요. 폴님도 가족 분들과 항상 무탈한 나날 되시길 마음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3년 7월 31일 — 12:21 오전
봄눈 말하길:
엉엉ㅠㅜ 아껴읽을래요
2023년 7월 29일 — 5:08 오후
닉네임 말하길:
폴님 봄 이야기를 보니 왠지 저는 그 봄 들을 함께 겪은듯 한 기분이 듭니다. 배꽃이 너무너무 이쁘네요. 폴님 저는 해적방송이 큰 힘이 됩니다.
ㅎㅎㅎㅎㅎㅎ폴…..우리 아저씨가 제가 잘때 코를 너무 골아서 도망 갔답니다. 폴의 수면케어 덕이랍니다. 고마워요!!!!!!
2023년 7월 26일 — 12:31 오전
닉네임 말하길:
폴 저는 오늘도 무척 잘 잤습니다. 연인들의 눈오는 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2023년 7월 26일 — 4:44 오후
Han. 말하길:
오랜만에 물고기마음이 생각나서 들어왔는데 반가운 폴님 새 글이 있어서 반갑네요~! 다들 무탈히 잘 지내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
2023년 7월 24일 — 10:02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