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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12/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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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고 보드 작업을 다 마치고 사이딩을 붙여갑니다. 사이딩이 마무리된 곳부터 스테인을 동시에 칠한다. 오팔빛 스테인에서 우유향이 난다.

작은 지붕 아래에 루바를 붙였다. 영호네 가족과 친구들이 와서 귤을 따갔다.

 

12/11

창문 가에 실리콘을 바르고 스테인 바르기 끝. 투명 스테인을 머금자 집 빛이 더 짙어졌다. 지금의 선명함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햇살을 받고 바람을 맞고 비에 젖고 점점 무채색으로 변해갈 것이다. 집의 나이를 받아들이며 다른 색을 덧입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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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한림원에 보낸 편지에서, 밥 딜런은 많은 문인들의 이름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게된 것은 그야말로 'truly beyond words'라고 적었다. 밥 딜런은 그 세 단어 - truly. beyond. words. - 만으로, 세상의 온갖 우문에 현답을 했다.

 

12/12

원래는 외장재로 쓰이는 red cedar 채널을 내장재로 쓰기로 했다. 거친 나무면과 골에 어떻게 소리가 부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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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경사면은 어떤 방향으로 채널을 붙일 것인가. 고민 끝에 우리는 위로 솟는 디테일을 원했고, 마감은 더 어려워졌다. 

물창고로 쓸 일층 마감은 석고보드 대신 시멘트 보드로 한다. 실리콘 작업을 마쳤고, 정화조 기폭 장치를 달았다. 봉식 엄마가 손수 뜬 모자와 장갑, 목도리를 선물해 주셨다. '딱 맞는' 모자 선물에 무척 기뻤다.

 

12/13

오늘은, 산타 루시아의 날. 창문 마다 빠짐없이 놓여있던 촛불들. 스톡홀름의 12월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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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 현관에 손잡이를 달았다. 계단을 놓고 비계를 다 치웠다. 데크 작업 약간, 전기 공사 약간을 했지만 할 일은 아직 많이 남았다.

 

12/14

지영이네는 여행을 떠나고, 집짓기를 잠시 쉬는 동안 우리는 귤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한다.

 

12/15

보현이가 오랜만에 목욕을 했다. 서툰 목수일을 하는 한 달 가량 보현이를 제대로 돌봐주지 못했다. 사람의 한 달이, 강아지에겐 6개월의 시간과 같고 우리의 하루가, 그들에겐 일주일과 같을 것이다. 12월은 유난히 일 분 일 초의 길이가 짧다. 집이 잘 지어지고 있단다. 조금만 더 기다려줘.

세무서를 나오는데, 첫 눈이 내리고 있었다.

 

12/16

비와 눈이 섞여 내리는 날. 아내와 병원에 갔다. 이맘 때는 늘 koppången을 찾아 듣게된다.

 

12/17

귤을 들고 옆집에 갔다. 어머님께서 형님이 이번에 이장 선거에 나오신다고 말씀하셨다. 지영이네가 선물로 보낸 스피커와 앰프가 왔다. 과수원에 사는 새와 나무에게도 노래를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12/18

나와 이어져있지 않은 아름다움에는 전혀 감동할 수가 없다.

 

12/19

보현의 일곱 번째 생일날. 아침일찍 우리는 신나게 잔디밭을 달렸다. 저녁에는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보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계속 홈스쿨링을 하고 싶다고 했다.

농협에서 가까스로 컨테이너 20 개를 구했다. 대각형 3로 스위치를 겨우 찾아 시켰다.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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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명이 귤 작업을 하였다. 서울에서 내려온 생협 분들과 점심을 먹었다. 오두막에 인터넷이 설치되었다.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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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오두막이 있음에 감사하다.

윤성씨와 모처럼 연습을 하다.

 

12/22

추운 날. 회의 그리고 연습.

 

12/23-26

목소리와 기타, 대구. set list

  1. 여름의 꽃

  2. 늙은 금잔화에게 (24일) / 바람, 어디에서 부는 지 (25일)

  3. 평범한 사람

  4. 오, 사랑 

  5. 길 위

  6. Bittersweet (D. Sevesky)

  7. 봄눈

  8. 레미제라블

  9. 4월의 춤

  10. 아직, 있다.

  11. 명왕성

  12. Danza sin fin (Q. Sinesi)

14. 스며들었네

  1. 그대는 나즈막히

  2. 그럴 거에요

  3. 어부가

encore

  1. 고등어

  2. 바람 같은 노래를

 

네 개의 계절, 네 개의 도시, 열 번의 공연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한 걸음 또 걸어갔습니다.

 

12/27

또 다른 삶터로 돌아온 날. 비가 내리고, 수확해놓은 귤 포장을 하다.

 

12/28

귤 작업을 함께 하는 은혜씨가 예쁜 분홍색 양말을 선물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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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하늘이 아름답고 두려웠다.

 

12/29

진눈깨비 내리다. 오전 작업만 하고 모두 철수하였다. 아내가 감기 기운이 있다.

옆집 할아버지에게 연말 선물을 드렸다. 할아버지가 숭어회를 가지고 오셨다.

 

12/30

혼자 귤을 따다보면 무릎을 꿇어야할 때가 많은데 나무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몸을 낮춰 귤을 따는 그 기분이 나는 참 좋은데 정말 맑은 오늘 아예 나무 아래 풀밭에 누웠다가 귤과 나무와 하늘의 빛깔이 너무 예뻐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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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독감 판정을 받았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하다는 타미플루를 직접 보니 이건 뭐 티비에서 보던 연예인을 직접 만난 기분일세.

 

12/31

여행에서 돌아온 지영이네 가족들과 반가운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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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는 평소처럼 귤을 땄다.

2016년 모두 안녕. 2017년 어서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