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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31



12/1

귤 수확을 시작하다. 낮 기온이 20 도를 넘나든다. 후드티 하나를 입었는데 땀이 날 정도로 덥다. 다음 주, 주말 즈음 한 바탕 비가 왔다 가고 나면 기온이 떨어진단다. 귤은 익을대로 익었다. 하지만 예년과 많은 것이 다르다. 맛이 옅고 과피가 여기 말로 '부껐다.' 잦은 비 그리고 이렇게 더운 가을과 겨울의 날씨가 원인인 듯 싶다.

옆 공사장 입구를 지키던 흰둥이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가끔 간식을 주고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임시 창고 건물이 있던 곳은 하루 만에 평지가 되었고, 또 하루가 지나자 '공구리' 바닥이 되었다. 돌담 안쪽의 나무들은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컨테이너 10-11 개를 수확하다. 귤맛이 신통치가 않아 우울하다. 이건 누구의 탓일까. 하늘의 탓이려나. 가라앉은 기분으로 목욕을 하고 나왔다. ADT와 SK telecom이 손을 잡았다는 광고가 보인다. 과수원 근처 땅 문제가 해결되면 담도 쌓고 CCTV도 달아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서글픈 일이다. 귤 박스 15 묶음을 사왔다.



12/2

수확과 포장. (15 kg 짜리 10 개 10 kg 짜리 29 개) 요즘 같은 '핫 시즌'에는 택배차가 과수원으로 올 수가 없다. 택배사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풀 가동이다. 제주의 12월은, 이렇다.

여전히 더운 날, 낮 기온이 20 도를 오르내린다. 새로 들어설 타운하우스와 경계에 쌓을 돌담 길이를 재고 있는데, 엊그제 친 '공구리' 위로 땅 주인이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익숙한 부산 사투리로 말을 건넨다. 콘크리트가 하루 만에 다 마르는구나.

부끈 귤도 대과도 여전히 많이 보인다. 저녁에 비 소식이 있다.



12/3

비가 오락가락한다. 어중간하게 내리는 비가 더 밉다.

아침에는 거실의 전구가 터져버렸다. 한전에 연락을 하고 전기 업체를 수소문하는데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한전 직원이 오셔서 여기 저기를 살폈지만 원인을 알아낼 방법이 없다. 내일 아침 전기 업체에서 오기로 했는데, 정말 오실 지 모르겠다. 영 마뜩찮은 목소리였다. 두꺼비집을 열어보니 맨 오른쪽 스위치가 내려가 있다. 가끔 내려가곤 하던데 실마리가 되려나.

비도 오고 하니 선생님 과수원에 견학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는 도중 비가 멎었다. 6000 평이 넘는 과수원은 여전히 아늑한 천국 같다. 달려있는 열매와 나무와 땅과 흙을 유심히 보았는데, 어쩌면 이렇게 우리 과수원과 비슷한가. 그 선생에 그 제자라고.

견적서도 받고 키토 목초액을 사러 센터로 갔다가 우연히 선생님을 만났다. 반 년 만에 뵌 선생님이 여전하셔서 반갑고도 기뻤다. 건강하시다는 말씀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올 겨울에 왜 이리 부피과가 많은 지 농업 센터에 물어보았고 관련된 자료를 찾아 읽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1. 여름 순을 지켜야 한다. 봄 순에 대과가 열릴 확률이 높다.
  2. 부피과의 가장 큰 원인은 날씨다. 고온 다습한 날씨. 그리고 어쩌면 질소 과다.
  3. 나무 뿌리의 60%는 땅에서 40 cm 이내의 얕은 곳에 분포한다. 귤 나무는 말 그대로 천근성이다.
  4. 내년 봄에서 여름, 그러니까 정확하게 '서재페' 즈음이 관건이다. 작년에 서재페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더뎅이병이 확 번지는 것을 보았다.
  5. 친환경 방제제를 쓸 것인가.
  6. 님 오일Neem Oil을 쓸 것인가. (대유 플라즈마 님: 15,000원 - 20,000원 / 500 ml)
  7. 봄 비료를 줄 것인가. 건너 뛸 것인가. 어렵다. 선생님의 말씀과 기술센터의 조언이 충돌한다.

보현이가 하루 종일 웃은 날.



12/4

아침을 먹는데 소나기처럼 폭우가 쏟아진다. 오락가락하는 소리에 놀란 보현을 달래주러 천둥 셔츠를 입혀주었다. 오전에 일기 쓰기를 마무리하고 읍내 일을 보러 나갔다. 세탁소에 가서 십수 벌의 옷을 찾고, 열쇳집에 가서 주루룩 열쇠 복사를 하고, 대문스토퍼를 사고, 근처 철물점에서 과수원에서 쓸 쓰레 받기와 생태화장실 창문 걸이를 사고, 농원 인감을 파고, 집으로 가다가 운섭 형님의 콜을 받고 부둣가로 가서 메밀가루와 흑임자, 보리, 참깨, 대봉감을 받고 돌아오다.

내일은 이번 주중 유일하게 비가 없는 날이다. 내일과 주말에 일을 하러 올 사람들을 섭외하고 정리하였다. 님 오일을 알아보다가 에코사이드란 약제를 추천받았다. 지렁이 마을과 통화를 해서 카탈로그를 받고, 보르도칼이란 스페인제 보르도액 가루를 찾아보았다.

13.5 브릭스의 당도.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일 년 농사력을 정리하다. 싼 기계유유제가 있어서 견적을 받기로 하다. 친환경 살충제를 문의하였다.

감귤이 맛있다는 첫 피드백이 왔다. 귤이 달고 '크다'는 수녀님의 전화가 왔다. 내 기준에는 맛이 옅고 단순한데, 사람들의 반응이 그 반대라 당황스러우면서도 안도가 된다. 나는 락을 하고 싶은데, 정작 사람들은 나의 발라드에 열광하는, 그런 기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결과는 무조건 나쁘고,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과가 좋을 수 만은 없는 일, 농사다.



12/5

주중 유일하게 비가 오지 않는다는 날. 친구들이 와서 작업을 도와주기로 했다. 서귀포에서 동원씨, 제주시에서 휘학 원장님 일행 세 분이 각각 8시, 9시에 오다. 거의 정각에 맞게 빨간 농약 회사 모자를 쓴 동원씨가 갤로퍼를 몰고 왔다. 그 너머로 또 다른 옹벽을 쌓는 김반장 아저씨가 보인다. 이번 벽은 더 높다. 인사를 하니 환히 웃으면서 귤 안 따세요, 라고 몇 번을 묻는다. 그러고 보니 저분은 작년 귤이 열렸을 때도 똑같은 타운하우스 현장에서 일을 하고 계셨지. 밖에서 집이 안 보여야 되니까, 라며 3 미터 가까이 높은 벽 위에 걸터 앉은 채 계속, 귤 안 따요?, 묻는다.

바람이 거세다. 오두막 불을 때고 동원씨가 사온 커피를 나눠 마시다 작업 시작. 나는 도장지를 잘라내는 전정과 귤 따기를 같이 하기로 하다. 9시. 원장님 일행 도착. 커피를 내려드리고 일을 하다가 참을 먹고 쉬는 시간에 친환경 살충제 상담을 하다. 나방에 특효인 약 이름이 '나방자바'란다.

사람이 많으니 컨테이너가 금세 금세 찬다. 아내와 나는 컨테이너를 비우기 위해 포장을 했다. 15 kg, 9 박스. 10 kg, 11 박스를 택배사에 맡기고 귀가하다. 아내가 어깨를 삐긋했는데 걱정이다.

그루브가 제대로면 아무리 반복이 길어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밤 바닷가 바람이 거세다.



12/6

비. 바람도 역시 거세다. 이제서야 겨울 냄새가 나지만, 그래도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겨울이다. 오전에는 어차피 움직일 수가 없으니, 귤 박스에 함께 넣은 편지를 쓰고, 청소를 하고, '지렁이 마을' 사장님과 통화를 하다. 비가 잠시 멎은 틈을 타서 보현과 바닷가 산책을 했다.

농협에 가서 박스를 사려는데 10 kg 짜리 박스가 품절 대란이다. 20 개 이상은 팔지 않는단다. 그래서 15 kg 짜리 100 개, 10 kg 짜리 20 개를 사고, 밭 근처 상점에서 10 kg 짜리 박스 80 개를 더 사서 창고에 부려두었다.

집을 비우는 사이 여자들만 일을 할 상황이라 3 단으로 낮게 컨테이너를 정리해두고 파치와 상품을 선과하였다. 집에 와서 반찬과 국을 해두고 화장실 청소.



12/7

첫 눈.

보현과 집을 나서는데 하늘에서 눈송이가 떨어진다. 짐을 챙겨서 공항으로 가다.

부산은 제주보다 훨씬 더 춥다. 문수와의 상봉. 송정 바닷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문수와 같이 자려고 일부러 바닥에 요를 깔고 누었다.



12/8

문수와 해변을 걸었다. 이 추운 날씨에도 서핑을 하는 서퍼들도 있고 오리발을 끼고 수영복을 입은 분들도 있다. 나는 귀가 아릴 정도로 추운데.

단골 목욕탕에 전화를 했더니 폐업을 했다고 한다. 믿기지도, 믿고 싶지도 않다. 저번에 왔을 때 왠일로 불이 꺼져있더라니.

점심을 먹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내려갔다. 오렌지빛 하늘과 바다. 푸르고 붉은, 맑고 시린 초겨울의 고향 바다. 버스를 타고 내려가는데 호텔인지 아파트인지 건물의 키가 숙숙 자라는 것이 보이고, 널찍하게 땅이 파헤쳐진 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불이 꺼진 단골 목욕탕이 보인다. 초라한 건물의 유리 문에 뭔가 잔뜩 쓰여있는데, 무슨 사연이었을까.

오송역 도착. 황량하다. 문호와 제익이 기다리는 청주의 어느 중국집으로 가다. 이미 두어 시간 전부터 술을 먹고 있다. 죽엽청주 한 병. 칭따오 한 병. 연태 고량주 한 병에 식은 유린기 한 접시와 정체 모를 빨간 요리 하나.

술을 마시다가 해가질 무렵 호텔 아래 연안식당으로 가서 멍게 무침으 먹고 다시 이자까야로. 현진과 귀웅이가 오다. 이때부터 시계가 대학 시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12/9

잠결에 아이들이 들낙거리는 소리며 무슨 민중가요 소리며 들었던 것 같다.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나니 방 구석구석에 아이들이 널부러져 있다. 나는 탈출한다, 얘들아. 귤 따야 되거든. 비행편을 더 당겨서 표를 사고 꾸벅꾸벅 졸면서 제주로 오다. 과수원으로 가니 시내씨, 화정, 윤아씨, 브루스 씨가 와있다. 60 개 컨테이너 넘게 가득찬 귤은 모두 포장이 끝났고, 일을 바로 시작하다. 점심을 먹고, 계속 귤을 따다가 트럭에 박스를 옮겨싣고 택배를 맡기고 컨테이너 정리를 하고 나머시 박스를 싣고 택배사로 가다. 내일부터는 송장을 먼저 출력해야할 것 같다. 집에 오니 보현이가 미친듯이 나를 반긴다. 브루스씨가 밭에 누가 싼 똥을 발견하였다. 누굴까. 집에 오니 능룡의 CD가 와 있다.



12/10

조금 따뜻한 날씨. 하늘이 아름답다. 능룡의 CD가 자꾸 튄다.

동원씨, 시내씨 오다. 차를 마시면서 송장 출력 메일을 보내다. 나와 아내는 컨테이너를 비우기 위해 포장을 먼저 시작. 택배 사무소에서 송장 다발을 찾아오고 농협에서 거래증명서 (친환경 자조금)을 떼고 관청에 가서 친환경 지원신청을 하다. 돌아오는 길에 1 kg 박스 50 개를 사서 싣고 오다. 수확과 포장을 반복하다.

옆 현장의 김 반장님이 와서 죄송하다고, 현장의 어떤 인부들이 몇 번 똥을 싸고 간 것 같다고 한다. 우리 밭에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동원씨가 희한한 벌레 무리를 보았는데, 찾아보니 귤큰별노린재인 것 같다. 삼촌이 전화가 와서 귤따기 봉사를 하고 있다고 하셨다. 우리 밭으로 와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수정씨가 직접 키운 쌀을 보내주셨다. 대관도大關稻라는 이름의 토종쌀이다. 알갱이가 아주 작고 통통하고 예쁘다. 어릴적 경주의 남산에서 보았던 탄화벼가 생각난다.

스피커를 수리하기 위해 남땜 인두와 납, 스탠드를 주문했다. 초생재배 문의를 하니 목요일 이후 전화를 하라고 하신다.

이 겨울날, 레몬꽃이 피어났다.



12/11

낮 시간에는 줄곧 비소식이다. 갈길은 먼데, 비가 오면 억지로라도 멈춰야한다. 별 수가 없다.

예정대로 과수원 도착. 수확은 글렀지만 다른 일을 해야한다. 시내씨가 편지를 접고 나머지는 포장 시작. 66 컨테이너 가량. 101 박스 (10 kg), 56 박스 (15 kg) 포장 완료. 오늘 보낼 박스는 양이 많아 밭으로 와주신다고 한다. 잠시 비가 그쳤는데, 돌아와서 송장을 붙이고 택배 트럭을 기다리는 동안 전정을 하다. 박스를 다 옮겨 싣자마자 비가 주루룩 온다.

'물이 되는 꿈' 그림책이 나오게 될 듯 하다.



12/12

잔뜩 흐리다 가는 실비가 내리다.

귤이 젖어 있어서 손이 시리다. 점심 전까지 15 컨테이너 가량 수확을 하다. 국밥을 먹고 상품 위주로 수확을 해서 14 컨테이너를 더 떠다. 상품이 모자랄 것 같아 걱정이다. 입구 쪽엔 다시 돌담을 쌓기 시작하고, 브랜드 아파트가 근처에 들어선다더니 멀리서 돌 깨는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가 자라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 동박새들의 소리.

귤 수확이 마무리 되다.

2시 까지 일을 마무리 하고 면사무소에 가서 시유지 대부 건을 마무리하고 돌아오다. 주말에 영호네와 갈 식당을 예약하다. 선휴씨가 와서 부탁드린 옷을 가져다 주고 와인 선물을 해주셨다. 일이 일찍 끝나고 오랜만에 보현과 숲에 다녀왔다. 귤 출하량을 계산해보니 다행히 모두 발송할 수 있을 것 같다. 홀가분한 가운데 머리 쓸 일이 많았던 하루. 혜민 스님이 보내주신 책이 오다.



12/13

안녕하세요.

먼저 주문 취소를 부탁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제대로 수확량을 예측하지 못한 저희의 불찰입니다. 입금하신 대금은 전액 환불해드렸지만, 주문 후 시간을 기다려주신 마음에 조금이나마 보답코자 작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이 귤을 조금 크고 못난 비상품 귤이지만, 저희가 상품 귤과 똑같이 키운 건강한 귤입니다. 말 그대로 무상으로 선물드리는 것이니 맛있게 드시고 조금이나마 저희의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사과드리며 건강하게 겨울 나시고 또 뵙게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두막에 도착해서 편지를 봉투에 접어넣고, 10 kg 와 5 kg 박스를 사러 가다. 마트에 5 kg 박스가 딱 43 개 남았다고 해서 모두 가져오다. 박스를 싣고 돌아오는데 빗방울이 또 떨어진다. 달려라 달려. 박스들 젖기 전에.

10 kg 짜리 포장을 마치고 5 kg 박스 포장. 목수들에게 보낼 것은 5 kg 짜리 3 개로 마련해두다. 포장을 하는 중 선휴씨 가족이 와서 차 한잔 대접하고 아이들과 놀다가 포장을 마치다. 포장을 다 마치고 가는 중 트럭에서 박스가 떨어져서 택배사무소에서 부랴부랴 귤을 확인하고 닦고 다시 포장하고 도내 백태는 취급을 안 한다는 말에 목수들의 귤은 또 빼놓고.

집에 와서야 17 일 이후에 받게 해달라고 했던 한 분이 기억나서 부랴부랴 택배 사무소에 전화를 걸다. 내일 아침 5톤 차가 나갈 때 다시 연락을 주시라고 부탁을 드렸다. 일단 분류를 해보고 전화 주시겠다고 한다. 쫑파티를 하러 중국집에 갔는데 깐풍육을 시키자 마자 숙모님께 연락이 왔다. 또 한 분 배송이 잘못된 듯하다. 다시 택배사에 전화를 했다. 끝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12/14

잔뜩 흐림.

오랜만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다. 오두막에 가서 택배를 마무리했다. 5 kg 짜리를 다 열어서 골라내서 안테나에 2 박스, 목수들에게 15 kg 짜리 한 박스로 포장하고 정리. 이ㅂㅅ님 택배를 찾아오고 숙모님께 다시 택배 보내고 남은 15 kg 박스는 농협에 반납하고 환불 처리하다.

집에서 잠시 쉬다가 참나무 장작 파티 6 컨테이너를 실어오다. 보현의 피검사 결과가 좋다. 다행이다. 신장 수치만 신경 쓰면 될 듯.



12/15

날씨가 쨍하다. 아침에 오두막에 장작을 부려두고 승환씨를 만나서 영상촬영을 하다. 목욕을 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아내와 그림책에 대한 얘기를 하다.

영호네 가족이 귤밭으로 왔다. 아이들과 귤을 따면서 놀다가 집에 와서 보현이를 데리고 바닷가 산책을 함께 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왔는데, 속이 불편해서 차를 마셨다. 수녀님들이 선물을 보내주셨다. 마을 경로 잔치에 쓰시라고 이장 형님께 돈을 조금 전해드렸다.



12/16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새벽부터 속이 아파서 고생을 하다. 죽과 양배추를 먹다. 오두막에 가서 일기장을 찾아왔다. 뭐만 먹으면 잠이 쏟아진다. 계속 잠을 자다가 밤에는 위통에 잠이 안와서 잠새 뒤척이다.



12/17

흐림.

아침에 메롱하게 일어났다. 양배추를 씹어먹으며 급한대로 속을 달래고, 아침을 먹고 다시 누워있다가 점심 즈음 ,병원에 갔다. 고래회충일 지도 모른다는 말씀에 화들짝 놀라 약을 받아오다. 보현과 산책을 하다 돌담 업체 연락을 받고 과수원에 가서 견적을 받아오다. 저녁을 집밥으로 먹고 온천을 하고 왔다.



12/18

비교적 맑은, 약간의 구름도 있는 날씨.

노ㅅㅈ님께서 귤을 잘 받았다는 연락을 주셨다. 이로써 올해의 모든 과수원 일이 끝났다.

그간 귤 작업을 하느라 엉망이 된 집 정리, 청소, 빨래, 이불 정리 등을 하다. 오두막에 가서 음식물을 묻고 장작을 정리해두고 과수원 주변의 쓰레기를 줍다.

초생재배를 알아보다. 들묵새는 11월 말 아니면 아니면 2월 말에 파종을 하는데, 적어도 2 주는 온화해서 발아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한다. 그래서 2월에 파종을 하면 가을에 파종한 경우에 비해 종자가 튼실하게 성숙할 시간이 모자랄 수도 있단다. 100 평당 1 kg (2 만원)의 종자를 뿌린다.

저녁으로 몸국을 먹고 귀현씨 현상이네 가족에게 연말 선물을 주고 수녀님께서 보내주신 김치를 정리하다. 오랜만에 소파에서 기타를 치자 보현이가 내 곁에 딱 붙어서 들으며 너무나 좋아한다.



12/19

새벽에 위통으로 깸. 오늘은 보현의 아홉번 째 생일이다. 미세 먼지가 조금 있지만 그래도 맑은 편이라 다행이다. 아침 생일밥으로 연어 타르타르를 만들어주었다. 아침 9시, 작은 여행길에 올랐다.

아기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둘레길을 걷다. 간식 놀이를 하다. 편의점 옆 벤치에 햇살이 쏟아져내렸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갔다가, 눈이 시릴만큼 밝은 해변을 한참동안 걷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맛있는 저녁밥을 만들어 주다. 킁킁 담요 선물을 개봉해서 맛뵈기 시연을 하고 , 기타를 치면서 '겨울 아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12/20

새벽. 천둥과 빗소리에 아기가 놀라 온 식구가 잠을 설치다. 천둥 셔츠를 입히고 헥헥대는 아기를 끌어안아주었다. 보현이 내 팔을 베고 잠이 들었다.

우체국에 보낼 것들이 많다. 필름과 리사이클할 토너와 책 등을 보냈다. 계속 비가 와서 밖에 아기를 데리고 나갈 수가 없다. 이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들이 도착했다.



12/21

흐림. 아주 간간히 비가 흩뿌리다.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보내고 오두막으로 가서 NS-10M 트위터를 교체하였다. 몇 십년 만의 납땜인지.

제익이 선물을 보냈다. 조금 늦게 잤다. 카세트 레코더를 주문했다.



12/22

밝고 아름다운 날씨가 흐리고 꾸무리해지더니 비가 내렸다.

'차별'에 대한 얘기를 아내와 나누다. Sonarworks의 Reference 4가 왔다. 전기 공사를 하실 기사님이 오셔서 방수와 배관까지 보고 가셨다. 사료회사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보호소의 외상 값이 꽤 되는 듯 한데 마음이 너무나 무겁다. 점심을 거르다시피하고 오두막에 가서 XKR(m)-TRS(f) 케이블 1쌍을 만들어오다. 남땝질 하나를 해도 보조 도구가 정말 많이 필요하다. 인간은 도구의 동물이 맞구나.

들짐승이 와서 퇴비간을 파헤치는 일이 잦아졌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보현과 산책을 다녀오려다 비가와서 포기를 하고, 현상이네 부부와 저녁을 먹었다. 브로컬리 한 송이가 300 원에 나가는데 서울의 마트에서 몇천 원에 팔린다는 얘기, 조합장 선거 얘기, 내가 모르는 마을 얘기 등등을 해준다. Machine과 Battery 4 를 공부하다가 자다.



12/23

약간의 비. 그런데 날이 흐리다가 또 거짓말 같이 맑아졌다.

꽤 추워졌지만 예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생선으로 보현의 밥을 만들다. 늘 가시가 문제인데 손으로 하나하나 발라내야 할 때가 있다.

문경과 남자친구를 집 근처 식당에서 만나서 저녁을 먹었다. 식당에 들어가는데 TV에서 정치가 '고등어'를 부르고 있다.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차를 한 잔 했다. 남자친구가 기타를 친다는 얘기를 듣고, Peterson 튜너와 V pick 몇 개를 선물로 주었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받았다. 세탁기가 고장이 났다.



12/24

미세 먼지 없음. 화창한 크리스마스 이브.

전기 공사 기사님이 방문하셨다. 방에 있는 NS-10M을 보더니 갖고 싶다고 얘기하다. 아, 전에 음악을 하던 분이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운동을 하고 우편물을 부치고 2 시간은 걸려서 저녁 거리를 사서 돌아왔다. 세탁기는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아내, 보현과 조촐하게 저녁을 먹고, 카드를 썼다.

Merry Christmas.

함께 더 많이 나눌 수 있기를.

여유가 샘 솟기를.

조바심 내지 않고 뚜벅뚜벅 걸을 수 있기를.



12/25

구름 약간.

보현과 산책을 하고 트럭을 몰고 공항에 가다. 서울은 얼마나 추울까 감도 오지 않는다.

표를 끊고 면세점에서 뭘 좀 사고 탑승. 비행기 안에서 아내의 카드를 읽고, 나도 다올과 남경씨에게 카드도 아닌 것이 엽서도 아닌 뭔가를 쓰는데 글씨가 엉망이다. 비행기가 원래 이렇게 심하게 흔들렸었나.

공항에사 회사 차를 타고 연세대로 가다. 3년 전 이곳에서 공연을 했었지. 공연장 근처에는 벌써 승환의 팬들이 사진기를 들고 승환이를 기다리고 있다. 대기실에서 말 그대로 대기를 하며,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읽다 다올과 노래와 율동 연습을 하다. 위트와 천함의 경계는 어디서 어떻게 나뉠까.

무대가 끝나고 마지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밤 11 시.



12/26

날씨가 꾸물꾸물.

늦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기계상사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지금 시간이 있냐는 말씀에 부리나케 오두막으로 가서 전기톱을 갖고 정신없이 기계상사로 가다. 사장님께 전기톱 사용법을 한 번 더 배우고, 동영상을 찍어두다. 세탁기를 보러 이 매장 저 매장을 들렀다가 커피를 마시고 돌아왔다. 그런데 난 요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왜 이리 좋은 지 모르겠다.



12/27

내일 눈이 오고 날이 추워진단다. 오늘도 꽤 춥다. 우체국에 가서 비트를 보내고 아내 앞으로 온 소포를 받았다. 유채씨를 뿌려야겠다 싶은 날. 내년부터 대부하기로 한 땅에 3 kg 유채씨를 준비해서 뿌리다. 갈퀴로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덮고. 과수원 입구에도 씨를 뿌리다.

카페에서 화정과 브루스씨를 만나다. '바라던 바다' LP를 선물 받았다. 우리가 산 LP는 다른 곳에 선물을 해야겠구나.

우리 감귤로 만든 감귤차가 메뉴에 있다. 게다가 우리 귤로 만든 정과를 맛보여주셨는데, 그 맛이 너무나 감동적이다. 저녁에 CCTV 신청을 하고 몇 개의 계약 관련 메일을 쓰고 마무리하다. 그나저나 보일러가 이상하다.



12/28

몹시 춥고 눈이 오는 날. 나에게는 첫눈이나 다름이 없다.

보일러에 문제가 있는데 기사님은 일요일에나 오실 수 있단다. 어찌어찌 보일러를 돌려보다. 15 도 까지 집안 온도가 내려갔다. 바람에 거세다. 너무 추운 날이다.

Machine mikro가 왔다. 밀린 일기를 쓰고 시내가서 점심을 먹고 차마시다. 보일러실을 하루종일 들낙거려야했다.



12/29

눈발이 날린다. 보일러는 다행히 돌아가고 있다.

아내가 목욕을 간 사이 기사님이 오셨다. 10 년 넘은 보일러라 교체할 때가 된 것 같단다. 일단은 쓰는데까지 쓰고 부품을 갈던지 새로 보일러를 갈던지 해야겠다. 겨울이라 보일러 기사님이 바쁘시구나.

목욕탕에 들렀다가 디퓨저 세팅을 하러 작업실에 갔다. Reference 4로 측정을 하며 디퓨저의 효과를 실험하다. 전면에 설치하니 80 Hz 부밍이 줄어들었고 10 kHz 이상의 roll-off가 약간 줄어들었다. 뒷면에 설치하는 건 아무 변화가 없다. dip이 줄어든 주파수도 있다. 아무튼 전면에 설치하는 건, 미묘하지만 효과가 있다.



12/30

흐림. 아주 가끔 눈.

중산간에는 눈이 많이도 쌓여있구나. 집에서 작업과 Machine 연습을 하다. 온천을 했다. 하나로마트에 유기농 와인이 있다.



12/31

한라산의 눈꽃을 보고 오다.

전기 공사 약속을 잡다. 경환이가 CD를 보냈다. 달에 닿아와 오은비씨의 노래가 귀에 들어온다. Machine 과 Battery 4 공부/연습. Taylor Deupreé의 'Somi', 'Wood, Winter, Hollow'를 듣다.

수녀님이 보내준 김치와 굴밥, 와인을 먹으며 조촐한 송년회를 했다. 올해의 마지막 날, 눈꽃을 보고 와인을 마시고 이렇게 일기를 쓰고 음악을 듣고, 이 모든 게 감사하다.

감사합니다. 2018 년.

저는 더 나은 감귤 나무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Playlist in December, 2018

  1. Makaya McCraven et al. - Butterss’s
  2. Monat Schmitz - Our Time
  3. Monte Booker & Naji - Mona Lisa
  4. Nils Frahm - Encore 1 (whole album)
  5. FKJ - Is Magic Gone
  6. Janelle Monaé - Don’t Judge Me
  7. Helios - Nineteen
  8. Karin Krog & Georgie Fame - On a Misty Night
  9. Sea Moya - Purple Days
  10. Hablot Brown & Tim Atlas - Color World
  11. Pearl & The Oysters - Mermaid Parade
  12. Little Dragon - Don’t Cry
  13. Jamiroquai - Destitute Illusions
  14. The Staves - Home Alone, Too
  15. Helios - The red Truth
  16. Various Artists - 바라던 바다 (whole album)
  17. Taylor Deupree - Wood, Winter, Hollow (whole alb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