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소식 전하지 못했네요.

새 앨범 작업은 몇 번을 뒤집고, 다시 뒤집고...를 반복하다가 이제 (정말) 마지막 마스터링의 마지막 수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아니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면 정말 마무리할 수 있지 싶어요. 잘 마무리하고, 앨범 소식과 공연 소식 자주 전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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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모자 피드 업로드. Pau에게 메일 쓰다.

11/2

모자 회의. 엽서 회의. 모자 배달.

11/3

연습. (많은 일이 있었다. 호규, 상순, 혈형..) 재형이형 프로 녹화.

보현이 날카로워진 것 같고, 어딘가 통증이 심해진 듯하다고 아내가 얘기를 전했다.

11/4

재형형 집에서 자고, 같이 점심 먹고 공항으로. 귀가.

이제 아내는 보현을 돌보는데 전력을 다해야 하고, 농장일은 나 혼자 해야하지 않겠냐고 아내와 대화를 했다.

11/5

보현 병원에 다녀오다. 무릎에 물이 찬 듯하단다. 당분간 산책 금지.

작업실 정리.

11/6

날이 많이 풀렸다. 가을, 겨울 옷을 꺼내 세탁을 한다. 다올이 2시에 오두막으로 오기로 했다.

다올을 만나 어디를 어떻게 수리해야 할지 의논을 했다. 나무로 만든 것은 언젠가는 썩기 마련이다. 하긴, 나무만 그럴까. 쇠든, 돌이든 언젠가는.

귤이 무르다. 단단한 맛이 없는데, 걱정이다. 풀의 성장은 한풀 꺾였다. 온몸에 치렁치렁 덩굴을 뒤집어 쓴 나무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온힘을 다해도 농사는 좌절감만 주는구나. 그것은 때론 나를 겸허하게 만들지만, 대부분은 허탈함, 막막함이다. 누구도 이해해줄 수 없는 영역에 있기에 더욱 외로워진다.

내년부터는 아내 없이 혼자 하드캐리를 해야한다.

예초용 기름을 5L 받고, (오래된 기름을 비우고) 예초기를 돌리고 (잔유 소모) 앞치마 하나를 사고, 재웅 씨에게 줄 아미노 액비와 아내가 부탁한 청레몬 한 알을 따서 집으로. 기타 오래된 앨범들에 대한 이런저런 일을 한 날.

11/7

거실 온도가 19도 까지 떨어졌다. 간밤 여러 번 깼다.

과수원에서 full-time 일하다. 어제 산 예초용 앞치마를 반품하고 덩굴걷기. 덩굴이 어느새 이렇게 많아진 걸까. 덩굴을 걷고 예초를 해야겠다.

집에 오니 어김없이 온몸에 발진이 돋았다. 아무리 몸을 감싸고 일을 해도 소용없다.

<버스, 정류장> CD를 중고나라에서 샀다.

11/8

가려움에 잠을 설친 밤.

결혼 10주년. 회화나무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11/9-10 군포 공연

정동, 원서동에서 전시를 보고 공연장으로.

공연을 마치고, 오랜만에 고깃집 뒷풀이를 했다. 경호와 창희도 왔다.

11/11

감기기운이 있다. <버스, 정류장>CD를 받았다.

<음악으로 가득한> 책을 받다. 보현, 아내와 점심 외식. 가을날을 즐겼다.

11/12

예초 (오후) 줄이 자꾸 끊어져서 애를 많이 먹다.

Luis Salinas <Reencuentro>를 다시 듣다.

무당벌레를 'joaninha'라고 부르는구나. 너무도 사랑스러운 이 어감.

11/13

덩굴 걷기. 다시 몸에 발진이 시작되다.

융단처럼 나무를 뒤덮은 덩굴을 걷어내고, 자른다. 이 덩굴들을 또 땅으로 돌아가 나무를 키운다. 나무를 괴롭히던 존재가 나무를 돕고 살찌우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A Myriad of Tongues>읽기 시작하다.

11/14

Erica synths에서 레지던시 오퍼를 받았다.

귤박스를 타러 신효동에 가다. 오두막에 먼저 들러 정리를 하고 박스 300 개를 받아 싣고, 창고에 부려두다.

오후에는 덩굴을 걷다. 배나무 형제들 주변을 잘 정리해주었다. 건강하고 씩씩한 배나무들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아직 낙엽이 다 지지않은 이 기괴한 가을의 인사.

Luis Salinas를 들으며 일을 했다. 빌레에 우뚝 선 귤나무를 바라보며 열매 한 알을 따 맛을 본다. 눈물나게 달고 향긋한 열매를 먹으며 계속 나무를 쓰다듬었다. 나무가 분명 향기로 말을 건넸다.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잤다.

11/15

아내는 순천으로 가고, 집을 지켰다. 옛 앨범 유통 관련 일을 했다. 보현이 어딘가 불안해 보이지만 정작 나는 도움이 못 된다. 분명 어딘가 아픈데 (불편한데)가 있다. 혹은 욕구불만이라든가.

오늘도 항히스타민제를 먹고 자다.

11/16

새벽, 비. 보현이 4:30에 깨우다. 기적 같은 일. 덕분에 통잠을 (정말 잘) 잤다.

하루종일 보현을 돌보다. 보현과 오두막에 가서 점심을 먹고, 8현 기타를 가지고 집에 왔다. 기타줄을 갈고, 보현과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11/17

기온이 많이 내려간 날. 낮에 계속 보현을 돌보다가 아내를 데리러 공항에 갔다. 같이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11/18

추운 날.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불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다. 내복과 비옷을 껴입고 (하의는 3겹, 상의는 4겹) 중무장을 하고 덩굴 걷기. 이제 정말 조금 남았다.

오후엔 예초기를 돌리려 했으나 예초기가 말썽을 부려 읍내 수리점에 갔다가 임시 휴무라 농협에 가서 헤드 교체를 해버렸다. 예전 것보다 훨씬 쓰기 편한, 게다가 무려 '4날' 예초기 헤드다.

아내가 울적해해서 힘들었던 날. 오늘도 Salinas 부자의 연주를 들으며 나무들을 보살폈다.

11/19

예초를 다 마쳤다. 아직 걷어내야할 덩굴은 남아있지만 바닥은 제법 정리가 되었다. 새로 교체한 예초기 날통은 쓰기에 더 낫다. 아기 뱀 한 마리가 풀 위에 또아리를 틀고 햇살을 쬐고 있었다. 참 귀엽구나, 생각했다.

예초를 마치고 청소를 하는데, 통통한 배에 알을 밴 사마귀 한 마리가 내게 왔다. 예초를 해서 혹시 집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그 말을 하러 온 건 아닌지. 곧 알을 나을 때가 됐구나.

두꺼운 장갑을 사기 잘 했다, 는 생각을 한 날.

11/20

비가 부슬부슬 온 날. 잠시 고민을 하다 농장에 갔다. 차를 마시고 일 시작. 1:40까지 일을 하고 점심을 먹고 내가 차 열쇠를 가져온 걸 알고 3:30까지 귀가. 씻고 아내를 픽업하고, 묵음에서 엽서 최종회의를 하고, 돌아와 Riga 행 비행기표를 끊다.

11/21

Erica synths에 답장 보내다. 새 컴퓨터를 샀다. 아내는 병원 순례 겸 휴가 차 시내로 갔다. 전심 전력으로 보현을 돌본 날. 저녁으로 오리고기를 보현과 나눠 먹었다.

11/22

낮까지 보현을 돌보다가 혼자 사계로 갔다. 바닷가에 살면서 바다가 보고싶다니.

남쪽 바다. Maro의 <Hortelã> 앨범을 들으며 무작정 걸었다. 조개를 줍고, 생각을 하다 또 멈추고, 혼자 걸었다. 뿔논병아리떼를 만났다. 석양을 받은 돌멩이들이 푸르던 날.

11/23

다올과 일찍부터 만나 오두막 데크+계단 수리. 2X6 방부목과 사이딩을 사서 하나씩 뜯어가며 공사를 했다.

데크를 열어볼수록 심난해졌다. 결국 사 둔 목재가 모자라 3시에 수리를 마치다. 다올을 보내고 목재상에 가서 벽돌과 2X6 5장을 더 사서 오두막에 부려두고 집으로.

마종기 선생님이 메일을 주셨다.

Mood II 주문. 시벨리우스 crossgrade. 이제 악보를 그릴 시간이다.

11/24

그래도 어느 정도 계단과 데크 수리를 마무리했다. 남은 건 기둥보강과 데크 하단 계단 만들기. 다음 주말에 마저 하기로 하고 다올과 헤어졌다.

11/25

아내는 병원에 가고, 나는 sonarworks sound ID 업그레이드.

11/26

목재를 사러 멀리 갔지만 사이딩이 없어서 다른 건재상으로. 2X6 세 개, 사이딩 세 개 사서 밭에 내려두다.

수확 도장이 없어진 걸 알았다.

11/27

아내 서울행. 서울에 폭설이 내렸고 아내가 무척 힘들어했다. Erica synths에서 답장이 오다.

11/28

아내를 공항에서 데리고 왔다.

11/29

수확도장을 결국 못 찾았다. 급히 주문을 하려는데 일주일 넘게 걸린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 끝에 다른 업체를 찾다.

확실히 번아웃이 온 것 같다.

2-3월 발틱행 비행편 예매.

11/30

Song#4에 매달리기.

시벨리우스로 하나하나 멜로디를 새기며 (수정아닌) 수정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