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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0/18

9/9

중산간 들판에 억새꽃이 피었다.

경천이가 케이블을 빌려갔다. 서밍 믹서가 되돌아 왔다. 고칠 수가 없다고 한다.

'명상은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베르나르 신부님은 말했다.

어둠 한가운데서 음악을 들었다. 반딧불이를 만났다.

음압을 잔뜩 높힌 음악 속엔 공간이 사라져 버힌다. 연주의 공간도 음표의 공간도 없다.

요즘 같은 시대, 음압을 높이지 않으면 아무도 듣지 않는다.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9/10

가사는 글이 아니다. 노랫'말'이다. 읽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듣고 해독하는 것에 가깝다.

오랜만에 soundscape 작업.

문을 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열리면 들어가기 쉽다.

Jordan Rakei의 인터뷰. "free-flowing" 이란 단어가 마음에 남다.

솔새 한 마리가 앵두나무에 다녀갔다. 부전나비 애벌레가 진귤 나무에 붙어있다.

서밍 믹서 테스트. 접점부활제 뿌려서 다시 해볼 것.

9/11

Bill Evans의 64년, 75년 라이브를 보았다.

확성과 비확성, 나 혹은 타자를 위한, 라이브와 녹음. 모든 방식의 연주가 다 좋을 수는 없다.

물도, 공기도, 피도, 돈도, 마음도 고이면 썩는다. 흐르도록.

약간의 풋귤 수확을 했다.

서밍 믹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deoxit Gold의 위력은 대단해.

노래 1. 리허설. Creamer + pentode mode w/ C414

노란 고양이가 담벼락에 누워 밥을 주러 온 나를 본다. 기다리고 있었을까.

9/12

운명이란,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시력 5.0 짜리 안경은 필요 없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쓴다고해서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지는 않는다.

억새꽃이 만발한 중산간. 우리집 마당에 석산 꽃대가 올라오고 있다.

9/13

태풍 예보. 비가 많이 온다.

풋귤 포장을 마치고 우체국에 갔는데 비행기가 금요일까지 뜨지 않는다고 해서 난감하다.

보컬 테스트. Creamer +의 vocal channel엔 air, fat을 다 빼는 게 자연스럽다.

9/14

혹시라도 풋귤을 부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우편 집중국으로 가다. 9시 반이면 마감이라는 데 대기가 벌써 50 명이 넘는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해보다가 공항으로 가서 항공 택배로 몇 군데 겨우 귤을 부쳤다. 수도권 일부 지역만 보낼 수 있다.

오후 연습. 목소리가 마음에 안 드는데 뭐가 바뀐 건 지 알 수가 없다. 오후라 그런지. 습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부랴부랴 에어컨을 켜고 마이크를 케이스에 집어 넣었다. 늘 60% 이하로 습도가 유지되는 오두막과 내 방은 다르다.

보현이 혈뇨를 눠서 급히 병원에 갔다.

태풍이 오기 며칠 전부터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친 적이 있었나. 알락꼬리 마도요가 집앞에 왔다. 태풍에 길을 잃은 걸까. 태풍을 잠시 피하는 걸까.

노래 4. 연습과 녹음.

9/15

어마어마한, 날아갈 것 같은 바람을 뚫고 걸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도요새 두 마리가 휘파람을 불었다.

노래 4의 가사를 계속 다듬고 피치를 428 Hz까지 내려본다. 노래 2의 가사 한두 꼭지가 고민이다.

석산이 활짝 피었다.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Flo 작업 마무리.

저녁이 되자 비는 잠잠해졌다. 달의 얼굴이 살짝 보였다. 태풍 찬투가 조금만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좋겠다.

밤 늦게 재석 형님이 보내주신 옥돔이 왔다.

9/16

비+바람. 근육통+오한. 몸살 걸린 것과 비슷하다.

마당에서 부추꽃을 따왔다.

D16으로 데모작업을 시도했다.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가 커서 이불을 덮었고, 헤드폰 출력단에서 잡음이 난다. 20 년도 더 된 옛 친구. <오, 사랑> 앨범의 첫 곡 데모를 이 기계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작업을 함께하긴 어렵겠네.

다시 DR-40으로 연결. 노래가 마음에 안 든다.

타이레놀을 세 번 먹었다. 총 3,000 mg 복용.

Moss의 cassette tape이 뜬금 없이 집에 왔다. 하도 소식이 없어 실종됐나 보다 했는데 어찌어찌 먼 길을 왔구나.

9/17

José González의 새 앨범 전곡이 공개되었다.

M/V의 마지막 장면.

많이 듣는 것도,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게 아니다. 얼마나 깊이 듣는가. 얼마나 깊게 새기고 부를 수 있는가.

운섭 형님께서 집에 오셔서 차 한 잔을 같이 했다. 한동안 소식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수협에서 받았다며 조기 한 상자를 주고 가셨고 답례로 작은 선물을 드렸다. 마침 뭐라도 드릴 게 있어서 다행이다.

활짝 핀 석산 한 송이를 집에 데리고 왔다.

9/18-9/22 추석

노래 소식이 끊긴 형의 근황을 알게되었다. 얼굴이 좋아보여 다행이다.

새로운 산책길을 알아내었다. 그 곳에서 넘어가는 해를 끝까지 바라보았다.

해가 뜨는 산 봉우리를 보았다.

노래 4의 가사를 계속 다듬었다.

용기가 났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

아직 여름 햇살이 남아있다.

호랑나비의 번데기가 초피나무에 매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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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소로 만든 술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알데히드로 바뀌는 속도가 4.5 배는 느려지고, 알데히드는 산으로 재빨리 바뀔테니 숙취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중수소 에탄올로 만든 칵테일이 한 잔에 5 천불 쯤 할 거라는 건 함정.

9/23

추분.

아침 냇가에서 참매를 보았다. 종추.

석산이 지고 개머루가 익는다.

오전에 소포를 부치고 갤럭시 934, 15 포대를 밭에 부려두었다. 샤워부스 실리콘 작업을 하고 에어컨 배수관을 에폭시로 고정시켰다. 지붕의 빗물받이 안쪽 이음매를 실리콘으로 보강하였다.

경천이 오두막에 와서 한참 얘기를 하다 돌아갔다. 매 10 년마다 만나는 인연이다. 또 10 년 뒤에 만나자고 웃으며 보냈다.

처음 가보는 길을 보현과 걸었다.

9/24

결국 병원에 갔다. 외이도염. 나의 귓구멍이 남들보다 훨씬 좁다는 걸 처음 알았다.

보현과 일광욕을 했다. 1박 2일만에 라이트닝 케이블이 왔다. 너무 빨리 와도 이상하다.

저녁을 먹으며 진수의 CD를 들었다.

9/25

4:50am. 시리우스 별이 밝다.

오전 내내 노래 4의 key와 voicing을 바꿔보고 진공관을 triode <-> pentode로 바꿔가며 애쓰다. iPad에 첫 데모 녹음을 하다. 뭘 해도 마음에 안 든다.

vocal 160 Hz cut. triode, gain up, transformer ON.

guitar 80 Hz cut. pentode, GAIN 6db boost, AIR band 2 kHz ON, transformer ON

D key, Eb key, E key 그리고 2 가지 보이싱. 440 Hz과 432 Hz 튜닝. 뭘 해도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음에 들 때까지 뭐라도 해야하나. 그냥 버려야하나.

오두막의 실리콘과 에폭시는 잘 굳었다. 데크가 살짝 꺼져있어서 비료 포대를 딴 쪽으로 옮겨두었다. 과수원 호스 정리. 덩굴 제거. 루비 깍지벌레가 낀 나무.

가을 배꽃 두 송이가 피었다.

저녁을 먹고 돌아왔는데 보현이 현관 방충망을 찢고 마당에 나왔다. 어디갔다 오냐고, 난리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Federico Durand의 음악을 틀어주고 진정을 시켰다.

9/26

새 앨범은 늦어질 것 같다.

노래 4. 마이크 두 개 다 hypercardioide로. Eb key. 432 Hz. 2 번 줄을 1 step down.

노랑발 도요가 집앞에 왔다.

9/27

노래 4의 템포를 120 -> 118 로.

미니멀하면서도 풍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타 더빙.

상순을 만나서 순댓국과 커피를 먹고 돌아왔다. 엘피를 선물 받았다. 효리가 아내에게 요가 매트를 선물해 주었다. 우리는 홍옥 5 알을 건네주었다.

아내가 새로 쓴 글을 읽어주었다. 늦게까지 데모 작업을 하다. 목소리가 크리미하게 상태가 좋은데 오래 하지를 못하겠다.

9/28

몸이 안 좋다.

기타 더빙. meticulously.

목이 칼칼하다. 소화가 잘 안 된다. 귀는 많이 좋아졌다.

아침부터 반신욕을 했다. 아내가 서울에 갔다. 운섭 형님이 주신 조기 10 마리의 비늘을 치고 구워두었다.

노래 4 데모에 하루종일 매달렸다. 수리된 헤드폰이 왔다. 더이상 헤드폰에서 김가루가 날리지는 않을 것이다.

마종기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소포가 도착했다. 감사하다.

보현의 즉석밥을 만들어주었다. 고기. 비트. 오크라. 무화과. 감자.

9/29

노래 4의 데모를 마무리하고 노래 2로 넘어간다.

<aquele frevo axé>를 혼자 불러보았다.

아침에 보현이 컨디션이 좋지 않다. 아침인데 벌써 28 도다. 덥다.

세상에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있다. 풀려고하면 할 수록 삶이 피폐해지는 문제를 머리맡에 두고도 쉴 수 있는 방법 하나 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

3 살 때 부터 베이스를 쳤다는 사람. 보컬과 베이스의 유니즌 라인 flow가 아름답다.

아내가 돌아왔다. Eb-Ab-Db-Gb-Ab-Eb 튜닝에 D key 보이싱.

9/30

보현과 함께 밤새 잠을 설치다. Federico Durand의 음악을 틀어주고 나는 마루에서 쪽잠을 잤다.

노래 1. 템포?

시유지 쪽 덩굴 정리. 점점 야생이 되어 가는 이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다.

루비 깍지벌레가 맘에 걸린다. 방제 호스 정리. 덩굴을 가위로 하나하나 끊고 자르고 풀고 당기고. 퇴빗간에는 굼벵이가 바글바글하다.

보현 병원 내원. 혀의 염증이 터졌다는데, 다행이다.

방충망 수리 사장님을 5 년 만에 만났다. 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말씀도 많고 재미있으시다. 사장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치약 짜개 하나를 주고 가셨다. 요즘엔 다단계에 빠지셨다.

PMD430 bias 조정.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다. normal tape의 경우 bias를 (-) 방향으로 완전히 돌리는 게 좋겠다.

J. Lamotta의 음악을 듣다. 마빈 게이와 J Dilla가 환생해서 콜라보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음악이 나올까.

<문수의 비밀> 출간 소식을 들었다. 고양이에게 특식을 주었다.

10/1

노래 1. 템포 165 (6/4 박자) 가사 정리. 데모 작업 계속. 노래를 수정했다.

밭에 다녀왔다. 데모 작업 중에 재형이형 전화를 받았다. 작업 좀 그만 해. 형은 장난스럽게 한 말인데, 정말 하던 작업을 멈춰버렸다.

집에 들르는 노란 길고양이에게 '황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10/2

노래 1. 모니터하고 수정.

바비가 짝과 함께 집으로 왔다! 무려 4 번의 태풍을 맞았던 소나무 대신 비자나무 안에 둥지를 짓기 시작한다. 가까이 다가가도 경계를 하지 않는다. 바비의 짝은 몸집이 조금 더 작고 참 곱게 생겼다.

가을 비료 뿌리다. 여전히 땀이 비오듯 흐르는 날씨다. 오랜만에 농협 목욕탕에 갔다. 운섭 형님의 전화를 받고 포구로 가니 자연산 광어를 한 마리 주신다. 효리, 상순, 혜원씨 부부와 저녁을 먹었다.

Gemma Humet. 오랜만에 들어도 좋다.

10/3

매트리스를 마루 옆 방으로 옮기고 보현의 곁에서 잤다. 그래도 보현은 어김없이 잠을 설쳤고, <Alba> 앨범을 밤새 반복해서 틀었다.

Aldir Blanc 이 COVID-19으로 돌아가셨구나.

숲에서 까실 쑥부쟁이와 알꽈리를 만났다.

10/4

노래 1 데모 갈무리. 노래 14 시작.

비료 작업. 몸은 힘든데 마음은 좋다.

10/5

새벽에 보현이 여러번 깼다. 점점 더 몸이 힘들다.

노래 14 데모 작업.

관청에 들러 박스 지원사업을 물어보고, 농협에서 자재 구매 내역을 떼고 돌아오다.

보현 목욕. 홈트 시작.

10/6

간 밤 신비한 꿈을 꾸었다.

바비의 둥지가 점점 더 근사해진다. 혹시라도 필요할까 싶어 보현의 털 뭉치를 나뭇가지에 걸어두었다.

관청에 들러 일을 보고 비료 작업을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데크에서 몸을 말리던 어린 누룩뱀을 만났다. 귀여워!

올 가을 유독 촬영 건이 많다.

overstayer와 louder than the liftoff에 세츄레이션 박스 문의를 해두었다. COVID 때문에 다들 난리도 아니다. 내년이나 되어야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10/7

보현이 12 시 즈음 잠을 깼다. 아예 마루에 나와 또 쪽잠을 잤다.

예술이란 결국, 보고 듣고 맛보게 해주는 모든 것이 아닐까.

노래 14. 보컬에 gain up + attenuation을 동시에 하니 노이즈 플로어도 낮아지고 좋았다. (very creamy) 기타를 폴리리듬으로 더빙하다. 5 박 노래에 6박, 7박, 10박 poly poly poly.

아내는 파주로 가고, 머리가 너무 산란하다. 도망치듯 밭으로 가서 덩굴을 걷었다.

저녁을 굶었는데, 이상하게 밥 생각이 안 난다.

overstayer에서 의외의 답변이 왔다. 직접 보내주겠단다.

밤늦은 시간, 아내가 몸집만한 꽃다발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10/8

오늘은 새벽 2시 경 보현이 깨었다.

노래 14 데모 완성. 그간 만든 데모들을 회사로 보냈다.

10/9

보현이 깨지 않은 밤.

노래 8. 템포 99로 셋업.

제주로 놀러 온 효진씨를 만났고, 부처님 얼굴을 한 화병 선물을 받았다. 효진씨와 5 시간이 넘게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아내와 단둘이 고기를 먹었다.

10/10

노래 8. 기타 pentode gain up + att. 뭐랄까. 트랜지언트가 좀 더 둥글어진다고 할까. overload peak가 뜨는데 소리는 괜찮다. 자연스런 진공관 saturation이 가능하다.

10/11

노래 8. 보컬: pentode +6 db up + - 6 db att. 동시에. 80 Hz cut. 정말 creamy 하다.

밭일. 밭담가 덩굴 정리 완료하다.

황두가 손바닥 만한 쥐를 현관 앞에 두었다고 아내가 문자를 보냈다. 또 보은을 했구나.

10/12

노래 11. 템포 77 셋업하다.

10/13-14

서울 출장.

10/15

김동수 님이 사인한 책이 집에 도착해 있다.

서울을 다녀오면 어김없이 앓는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밭에 갔다. 귤꽃 두 송이가 가엾게 피어있다.

10/16

갑자기 춥고 비가 온다.

몸이 가렵다. 아무리 보호장구를 해도 밭에서 돌아오면 어김없이 온 몸에 뭐가 난다.

초생재배 용 종자를 알아보았다.

노래 11. 작업을 조금 하다 멈추었다. 그간 만든 데모를 다시 들어보았다.

중고로 찾은 <버스, 정류장>, <미선이> 테이프가 집에 왔다.

10/17

하루 만에 겨울이 온 듯 몹시 추운 밤. 아내의 방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직녀성이 유난히 밝다.

바이러스는 붙잡는 나노 viricide에 대한 Nature Biotechnology의 글을 읽다.

10/18

감협에 들러 검수자료에 서명을 받고, 농협에 들러 서류를 받고, 우체국에 갔다가 밭일을 하고 시유지 삼각지 정리를 다 끝내고 다시 관청에 가서 서류를 내고, 목욕.

이루네 가족이 와서 저녁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