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6:52am
아침 산책, 조니 미첼을 듣다.
7:03am
종추. 꼬마물떼새.
7:09am
집앞에 황로떼가 몰려왔다. 황로 13 마리, 중대백로 1 마리, 왜가리 2 마리다.
7:34am
고깃배가 포구로 들어온다.
농협에 들러 애미 두 통을 사고, EM-B 액비 발효 준비를 하다.
11:15am
삼각지 동백낭, 까마귀쪽나무, 찔레를 정리했다. 귤나무에서 새 둥지를 보았다. 다행히 모두 이소한 뒤다.
1:47pm
봉식이네가 맡겨놓은 레몬 나무가 예쁘고 건강하게 소생했다.
당근 마켓 거래를 처음 해보았다. '점적 관수 호스 공짜로 가져가세요.' 글을 올리자 마자, 댓글이 주르르.
집에 돌아오니 조국 선배님의 책이 와 있다.
6/2
6:07am
멧비둘기가 옛 둥지에 와서 노래를 했다. 평소와 소리가 조금 달라 유심히 듣는데, E와 Eb 사이 어딘가에 음가가 있다.
6:27am
다시 멧비둘기 소리. 예쁘게 생긴 멧비둘기가 멀리있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듯 하다.
4:45pm
제비 주니어 탄생.
저녁 산책을 하고 오니, Takagi Masakatsu의 바이닐이 와 있다.
6/3
4시 50분 기상. 일기예보가 바뀌었다. 내일 방제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여름비가 촉촉하다.
Takagi의 음악 속에 익숙한 새소리가 담겨있다. 반갑고, 궁금하고, 이름이 알고 싶다.
6:06am
멧비둘기 부부가 집에 왔다. 암컷이 단음의 소리를 내며 둥지에 앉았다.
7:09am
암컷은 둥지에 있고, 수컷은 경호를 하 듯 담벼락 위에 있다. 포란을 시작한 건 아닐까.
9:11am
아내에게, 서울 가는 '비둘기 표' 끊어야지, 라고 말하고는, 그만 웃어버렸다.
윤정, 기연씨 부부와 점심을 먹었다.
8:31pm
오일장 소리 편집 완료.
6/4
2:54pm
샘플 컨텐츠를 보냈다. 음압 -18 LUFS. 총 51 분이다.
2:55pm
스즈키복을 입고 늦은 출근. 생각보다 시원하다. 감협에서 마니카 보르도 네 포를 샀다. 중성이라 심지어 유황합제와도 혼용이 가능하다는데, 딜러의 말로는 실제로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단다. 보르도칼보다 조금 저렴하다.
오두막 색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색이 튀지 않아 너무 다행이다.
EM-B 발효 시작. 애미 두 통, 당밀 한 통, 청국장 800 gr 곱게 간 것 in 200 L of 물. 돌아오는 길에 사계유 두 통 사오다.
옥상에서 멧비둘기의 둥지를 내려다 보니 아직 산란을 하진 않았다.
큰 길가에 장군보살 집이 개업을 했다. 오후 내내 북소리가 들려온다.
7:49pm
아름다운 저녁.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무탈하고 행복했습니다.
Federico durand의 신보 소식을 접했다. 프랑스 레이블 Laaps 에서 나온단다.
6/5
바다 끝에 안개가 자욱하다.
Mascus Fischer의 <Monocoastal> 바이닐 주문하다.
도장 작업이 착착 진행되어 간다. 2층의 두 면과 너와 색이 바뀌었다.
방제#1. 마니카 보르도 두 포 더하기 사계유 한 통. 이런 블루, 오랜만이다.
정신 없이 방제를 하는데 새 한 마리가 후다닥 달아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보니, 귤나무에 둥지를 틀었고 너무도 하얀 멧비둘기 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서 급한대로 바가지로 물을 떠 왔다. 보르도액이 묻어 있을까 알과 둥지를 여러 번 씻어주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다행히 엄마 새가 곧 돌아왔다.
농협에서 모자 두 개를 얻어왔다.
과수원에 줄딸기가 주렁주렁 열렸다.
6/6
아침 소풍. 빵과 과일, 커피를 먹고 걷다.
9:43am
멧비둘기 암수는 번갈아 알을 품는데, 하루 두 번 서로를 부르고 교대를 한다.
EM-B를 100 배, 아미노액비를 400-500 배 희석해서 앵두나무와 치자나무에 엽면 시비를 해주었다. EM-B를 50 배 희석해서 앵두 치자 나무 아래에 관주해주었다. 앵두 나무와 치자 나무 전정을 해주고 잔디밭 풀을 뽑았다.
6/7
처음 보는 진갈색 알껍질 하나가 마당에 떨어져있었다. 참새 알이다.
보현이 많이 걸으려 하지 않았다.
중대백로 두 마리가 서로 엉켜 놀고있다.
여름 비료를 주문했는데 바로 갖다주시겠단다. 장마가 일찍 올 지 모른다.
8:50am
Tim Bernades와 Gal Costa가 부른 Baby를 듣다. 90 년 대 생 뮤지션에서 70 년대의 바이브가 나는 것이, 참 신기하다. 태어나고 자란 시대와 상관없는 시대감이 묻어 나는 목소리라는 게 정말 있구나.
비료 도착. 40 포대를 부려놓다.
방제 #2. 마니카 보르도 두 포. 사계유 한 통.
시청에서 지원 사업 검수를 하러 오셨다. 나는 허공에 대고 계속 말을 하며 멧비둘기 둥지를 피해 방제를 했다.
2:27pm
집 멧비둘기 부부가 포란 교대를 한다.
3:47pm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알이 없다. 상상임신이었을까.
7:50pm
Teresa Cristina가 부른 O mundo e um moinho를 꺼내 들었다.
나의 등대, 카톨라.
앵두나무에 여름순이 돋았다. 고맙다 인사하듯 손톱만한 순들이 자라나있다.
6/8
멧비둘기 부부가 이제 오지 않는다.
새벽 일찍 액비 익는 소리를 채음했다. 그런데 창고 안에 벌이 들어와서 난리도 아니다. 마이크를 설치해두고, 일단 철수했다.
6:34am
도시락을 먹고, 다시 창고로 갔다. 어마어마하게 벌들이 많다. 어디로 들어온 걸까. 창가 방충망에 다닥다닥 붙어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일단 방충망을 뜯어서 나갈 수 있는 아이들은 내보내고 기진맥진한 아이들도 나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비료 20 포대를 뿌리고, 멍석딸기를 따 와서 먹었다.
6/9
7:34am
사람들이 많아질 무렵, 공항 채음 시작.
머리를 자르고, 틈에 들러 촬영을 하고, 인규씨와 긴 대화를 했다. 갈피가 조금 잡혔지만, 나는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다.
자정 즈음 잠이 들었다.
6/10
일포드에서 새로 나온 필름 두 통을 사고, 치과 진료를 받았다.
공항 채음.
치자꽃 한 송이가 활짝 피었다.
피곤한 나머지 뻗어버렸다.
6/11
비가 거세게 온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Terry 가 보낸 롤러가 도착했다. 릴데크를 안 켠지도 한참이 되었구나.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72/6547/1220/tab-pdf
원문을 보고 싶은데 access가 안 된다.
6/12
새벽 2:50. 잠이 깨었다. 간밤 너무 많은 꿈을 꾸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 안개가 자욱하여 새벽 소풍을 취소했다.
나레이션을 녹음 하는데 컴퓨터 팬노이즈가 심해 그만둘 수 밖에 없다.
6/13
6:56am
안개 낀 아침.
아기 사마귀를 만났다.
중문에서 재형이형을 만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로 형을 데려가서 같이 커피를 마시며 초원을 보았다.
보현과 숲속 탐험을 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서 뜻밖의 계곡을 만났다.
<작은 날개 위대한 여정>을 보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뻐꾸기들 중에도 2만4천 킬로미터를 날아 아프리카에서 온 녀석도 있을 거라 생각을 하니, 위대하구나. 새느님.
6/14
6:21am
도시락과 커피를 싸고, 녹음기를 챙기고, 어제의 그 숲으로 출발.
7:08am
도착. 아무도 없는 숲 속 금은화향과 두견이 소리만 가득하다.
7:17am
채음 시작. 삼각대를 두고 와서 어쩔 수 없이 나무의 도움을 받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소리와 숲의 소리가 매 순간 다르고도 조화롭다. 숲이 연주하는 generative music이다.
8:03am
샌드위치에서 올리브 조각 하나를 흘렸는데, 왕개미 한 마리가 열심히 끌고 간다.
8:04am
왕개미의 친구가 합류했다. 두 녀석이 서로 가져가려는 걸까. 뒤 늦게 온 녀석의 힘이 압도적이다. 둘은 협심을 하기로 한 듯 하다.
8:07am
개미들은 올리브 조각을 입에 물고, 누군가는 끌고 누군가는 당기며 어디론가 간다.
8:10am
채음 53 분 경과. 점점 내가 사라지는 것 같다. 내가 사라진 자리에 다른 이들이 하나둘 들어찬다.
8:18am
내 몸 하나 움직이는 것도 세상에는 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채음 한 시간 경과. 그만. 음악은 끊이지 않는다.
8:20am
잎사귀에 덮힌 숲의 피부가 너무나 폭신하다.
8:53am
돌아오는 길에 뻐꾸기 한 마리를 만났다.
10:10am
전화로 잔여백신을 예약하고, 점심을 먹고 비료 작업을 마무리했다. 삼각지에 깍지벌레가 많이 보인다.
지은님이 책 두 권과 편지를 보내주셨다.
아내의 번역서 소식이 들려왔다. 기쁘다.
다리 마사지를 꼼꼼히 그리고 자주 해주어야겠다.
6/15
5:37am
외할아버지께서 꿈에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전남고속 버스를 타고 사천에서 택시를 타고 외갓집으로 가자'고 말씀을 하셨다. 사천에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야겠지요?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겠냐, 말씀하셨다.
비가 온다.
정말 오랜만에 농협 목욕탕에 갔다. 그 사이 사람이 많아졌다.
액비 포장. 10 통이 넉넉히 나왔다. 재형이형에게 줄 액비도 작은 병 두 개에 담아두었다.
12:10pm
생태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빗소리를 채음했다. 점심을 먹는데 빗줄기가 점점 거세진다.
<어려워> 책을 읽다. 세시까지 아이와 놀고, 밀린 이메일을 쓰고, soundfield 작업을 하다 잠들다.
6/16
6:19am
바람이 거세다. 새로 받은 차를 마셨다. 바람 부는 숲으로 향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가 듣고싶다.
커다란 무지개가 바다 위에 떴다.
오후에 또 무지개를 보았다.
저녁에 또 무지개를 보았다.
빗소리 soundscape 작업.
6/17
5:15am
https://actu.epfl.ch/news/new-imaging-center-pools-the-know-how-of-five-epfl
학교에 이런 facility가 생겼구나. 이제 EPFL 연구원들은 UNIL 까지 가서 TEM 찍고 그러지 않아도 되겠네.
5:38am
수협 공판장 도착. 채음 시작.
5:55am
외부인은 출입이 안됩니다. 나가주세요.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이 안 된단다. 그래서 숲으로.
숲 소리 채음. 한 시간 반 동안 숲길을 걷고 또 걸었다.
Underwater 세션을 만들었다.
관주를 하러 밭에 갔으나 호스를 집에 두고 온 걸 뒤늦게 알아 다른 일만 하고 돌아왔다. 그 사이 비계는 깨끗이 철거되었다.
가는 실비를 뚫고 보현과 저녁 소풍을 다녀왔다.
2017년 8월 5 일 오후 8시 17분에 과수원에서 녹음한 풀벌레 소리를 꺼내듣다. 올해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녹음을 해볼까. 4 년이 지나는 사이, 타운하우스가 가득 들어선 이 곳의 생태 환경은 달라졌을까.
6/18
새벽 두 시 경, 아이가 놀라 잠을 깼다. 한동안 진정이 되지 않는다.
Federico Durand의 새 앨범이 공개되었다.
날이 잔뜩 흐리고 간간히 실비처럼 소나기 내리다. 숲을 걷다 산딸기 몇 알을 아내에게 따 주었다. 엊그제 봐 둔 네잎클로버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가 네잎클로버를 하나 찾았다.
보현이의 여름 쿨매트가 왔는데 너무 미끄러워서 도저히 쓸 수가 없다. 화이자 음원이 7/3에 발매된다고 인규씨가 소식을 전해왔다.
영호네 가족을 만난 저녁.
6/19
6:01am
꿈에 혈형 재형형 장원이 나왔다.
어떤 아이가 꿈에 나왔다. 아이는 새가 되었다가, 다시 아이가 되었다.
수평선에 구름이 가득하다.
요가를 마치고 누운 채 Mallu Magalhaes의 음악을 들었다. 소리의 결이 한 겹, 한 겹 살아있다. 정가운데 놓인 목소리와 기타는 하나인 듯하다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는 것처럼, 마치 반투명의 섬유질 두 겹이 겹쳐져 있는 것 같이 들려왔다.
보현 목욕을 시켜주다. 아이가 이렇게 찬물을 싫어하는 줄 몰랐다.
2:34pm
예덕나무 꽃이 많이 피었다.
종추. 섬휘파람새를 아주 가까이서 한참동안 보았다.
땅에 기대 산다' 는 말이 마음에 남다. 기댄다는 건, 믿는다는 것.
나는 나의 땅을, 나무를, 풀을 얼마나 믿고 있는 걸까.
polising Res.
6/20
맑고 더운 날.
운동을 하고 돌아와 영호네를 만나러 갔다. 집근처 해수욕장 주차장은 초 만원이었다. 숨이 막혔다.
아이를 데리고 숲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뻐꾸기를 보여주었다. 뻐꾸기는 우리를 보고는 천천히 사라졌다.
<Home of samba> 를 오랜만에 들었다. 그 사이 세상을 떠난 삼비스타들도 하나둘 늘어났다. Emilio Santiago, Beth Carvalho,… 그리고 Dona Ivone Lara 할머니도 하늘나라로 가셨다.
뒤늦은 기도를 했다. 감사합니다, Dona 할머니. 할머니 노래 가사처럼, 그곳에서도 마음껏 꿈꾸고 노래하고 계시길.
옥상에 올라가 노을 머리가 사라질 때까지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하지 전 마지막 해넘이. 내일이 지나면 다시 해가 짧아질 것이다.
삶의 하지는 언제일까.
내일부터는 섬머타임이다. 기상 시각을 한 시간 당기기로 했다. 방제는 열 시 전에 무조건 마쳐야한다.
6/21
6:02am
하지. 데크가 마르지 않은 것 같다. 방제를 내일로 미루고 새벽 소풍을 갔다.
6:13am
구름이 아름답다.
옆집 형님이 옥수수를 잔뜩 주셨다.
도장업체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1층 작은 문에 큰 개미집이 있으니 약을 꼭 놓으라신다. 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에 겁이 덜컥 났다.
오전 forest 작업. 새소리는 2 k-4 k Hz 사이의 주파수가 도드라진다. 그런데 왜 귀가 아프지 않는걸까.
오후 underwater 작업. 중고음역대 전기 노이즈를 걷어냈다.
안개가 자욱한 저녁. 하지 파티를 했다.
형석 형님과 통화를 했다.
6/22
5:19am
올해 첫 새벽 방제. 하늘빛이 상서롭다.
유황 합제 다싹 한 통 in 1000 liter.
레몬 여름순에 귤굴나방 흔적이 보였다. 순을 다 살릴 욕심은 버리고, 살릴 수 있을 만큼만 살리는 수 밖에 없다. 레몬 여름순은 느낌으론 두어 번 혹은 더 잦게 돋는 것 같다. 지금 돋는 보랏빛 순은 아직 괜찮다. 비티력 방제까지만 버텨주길.
유황합제는 생각보다, 마일드한 편. 괜찮아 보인다.
감귤 잎은 전반적으로 괜찮다. 저번 마니카보르도 방제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 느낌이다.
개미집에 약을 뿌렸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서도 나는 꽤 태연하게 학살을 하고 있었다.
선녀벌레도 모기도 아직 없는, 바삭한 바게트 같은 여름. 2016년의 데자뷔 같다. 지금은 관주 설비가 있으니 나무들을 목 마르게 하진 않을 것이다.
바다보다 하늘보다 파란 달개비꽃이 피었다.
마당에 액비를 관주해주고 엽면시비도 해주었다. 소나무 돈나무 비자나무 앵두나무 초피나무 찔레 치자 로즈마리 진귤나무 잔디까지 모두모두 고루고루.
Res. 작업, 오타리 mx5050을 통과시켜 프린트. 40 분 좀 지나서 계속 노이즈가 생기도 좌우 밸런스가 3 db 나 벌어진다. 리콜도 안 되는 이 위험하고 치명적이고 그러나 그래서 매력적인, 아웃보드들이여.
초당옥수수와 벤자리, 완숙토마토로 제철 밥상을 차렸다.
6/23
6:00am
어제 많이 피곤했는 지 늦잠을 자버렸다.
7:17am
노랑부리 백로 넷과 쇠백로 둘이 함께 찾아왔다. Res를 모니터하며 산책을 했다. 참 길게도 끌고 있구나. 네가 세상에 나올 수는 있을까. 사람들이 들으면 과연 뭐라고 할까.
아기제비들이 날 준비를 한다. 엄마 제비가 원을 그리며 집위를 빙빙 날며 아이들에게 뭐라고 계속 얘기를 하는데 둥짓담에 앉은 아이들은 겁이 나는 지 아직 쭈뼛쭈뼛이다.
Res printing thru MX5050. 한 시간 동안 무사히 잘 마쳐주었다.
10:03am
제비 아이들 날다. 한 마리만 아직 둥지에 있다.
생전 마더 테레사의 명함에는 이런 글이 쓰여있었다지.
사랑의 열매는 희망
희망의 열매는 봉사
봉사의 열매는 사랑
6/24
4:00am
기상 삼십 분만에 후다닥 집을 나서다. 어둑한 길을 달리다보니, 여름이 왔구나, 싶다.
레몬 꽃이 또 맺혔다.
감귤 여름순이 돋기 시작한다.
다싹 방제 이튿날.
날은 점점 더워져오고 고글은 습기로 가득하고 방제를 하는 중 계속 일이 생겼다.
방제 도중 아내가 나를 불렀다. 아무래도 이 근처에 벌집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한참을 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다가, 문득 쌍살벌집이 눈에 들어왔다. 119 에게 연락을 했다. 작년에도 왔던 데네, 하며 대원들이 벌집이 있는 곳으로 가셨다. 여름이면 늘 생기는, 미안하고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가 또 아내가 꿩 둥지를 발견했다. 멍석딸기 줄기 아래 위장이 되어있어서 얼핏 보면 알 수가 없는 모양새다. 덤불을 걷고 살펴보니 알 세 개가 깨졌다. 깨진 알 안으로 흐릿하게 만들어지고 있던 꺼병이의 눈이 보였다. 고민을 하다 얼른 깨진 알을 거둬내고 남은 알을 물로 씻어주곤 다시 딸기 덩쿨을 덮어놓았다. 남은 알이 16 개. 까투리는 한 둥지에만 19 개의 알을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방제를 마치고, 개미약을 바르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누군가는 죽임을 당한다.
마당에서 방아잎과 부추를 따서 전을 부치고, 고등어를 굽고, 화정과 윤아씨를 맞았다. 밤 열 시까지 얘기를 나누다 돌아갔다. 달이 예쁜 밤, 모든 게 오랜만이다.
6/25
나태주 선생님과 조국 선배님께 작은 답례를 했다.
악기를 잠시 치우고, 글 쓸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숲에 갔다.
며칠 사이 간벌된 숲을 오가며, 카톨라의 노래를 들었다.
여느 때처럼 카톨라가 내게 말을 건네준다.
따뜻해라.
노래해라.
차가워지지 말아라.
식지 말아라.
죽기 전까지
따뜻하게
노래를 불러라.
ibja 말하길:
문득 정말 오랫동안 폴님의 소식을 보고있자니 괜히 혼자 폴님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쩌다 모르는 사람한테는 이렇게 말할 것도 같아요. 나 제주도 사는 친구있다… 부지런한 농부고 음악가 새를 좋아하고 사진찍는 것도 좋아하고 좀 멋진 친구 있어…
2021년 7월 23일 — 9:52 오전
닉네임 말하길:
마니카보르도라는 단어를 보니 너무 반가워 댓글을 안쓸수 없네요. 한창 엄청 사고 싶어서 많이 망설였었거든요.ㅎㅎㅎ저는 방구석 가드너라 양이 너무 많고 사실 잘못 사용해서 아이들이 초록별로 떠날까 무서워 포기했었는데..폴님 이거 쓰셨군요. 이제 30일만 있으면 폴 공연 갑니다.ㅎㅎㅎ며질전 뷰민라를 갔었는데 폴님 생각이 많이났었습니다.
건강하게 30밤 자고 만날게요.
2021년 6월 29일 — 2:29 오후
benji 말하길:
액비 보르도 50배 희석 관제 .. 외계어지만 낯익은 용어들과 추상화 모양의 소리를 (알아 듣는 양) 천천히 읽어가며 숲길 바닷길 한바퀴 따라 걷고, 마지막 녀석도 날아올라야 할 텐데 알을 맹물로 씻으면 부화가 안 되는 건 아닌가 그러다가, 아. 나. 지금 여기. 서울이지. 근데.. 읽다 보면 괜찮은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세상은 그럭저럭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 그런 기분.
우주의 입자로서는 일정하게 차갑고 사람이란 이름으로는 애틋하고 따듯한, 그 둘이 다르지 않아서 괜찮은, 그런 사람의 음과 글. 늘 고마워요.
2021년 6월 29일 — 12:29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