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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31

5/2

5/3

Flo 화상 회의.

내일 비소식이 있다. 새순이 제법 자랐는데, 더뎅이병 흔적이 꽤 보여 걱정이다.

나는 나의 노예가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다 일찍 잠들다.

5/4

레몬나무와 작업를 했다. 작업을 하는데 빗방울이 흩뿌렸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니 걱정이다. 열한 시를 넘어가니 비가 제법와서 장비를 주섬주섬 챙겼다. 도장 업체 사장님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다 가셨다.

비가 많이 온다.

돌아오는 길에 농협에서 사계유 네 통 보르도칼 네 개를 사왔다.

엉망이 된 작업실 정리. 장비가 많아지고, 글쓰는 공간과 음악 작업을 할 공간을 둘 다 확보하는 게 힘들다.

<Moment in Love>의 프로젝트 세션을 열었다. 다시 오지 않는 순간이라는 게 있다는 것, 그 순간을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문득 느낀다.

노래를 만드는 것과 노래가 아닌 음악 작업을 하는 건 다르다. 노래가 마치 육식동물의 사냥과 같다면, 노래가 아닌 음악 작업이란 초식 동물이 풀을 뜯는 것과 비슷하다. 꾸준히, 묵묵히, 하면 된다. 하지만 노래는 순간의 선물이다.

5/5

아침 일찍 보현, 아내와 산책을 하고 먹을 것을 사고 또 산책을 하고 보현과 놀고 요리를 하고 보현의 발바닥 털을 깎아주고 어린이날을 보내었다.

5/6

5월 첫 방제. 사계유 1 통과 보르도칼 두 봉.
오늘은 분무기가 말썽을 부리지 않아 다행이다. 옆 밭에서 농약을 뿌리는 냄새가 난다. 멍석 딸기가 엄청난 속도로 번져서 걱정이다. 더뎅이병은 친환경 농가라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버릴 수 없다면 담대하게 함께 가야 하는데. 건조한 날씨 덕분에 방제를 상쾌하게 그리고 무사히 마쳤다.

몇 년만에 바리톤 기타를 잡았다. 어떻게 손을 움직여도 이야기가 된다. 시 도 레 그리고 디 메이저. 세 개만 기억하고, 내일 다시 쳐보기.

작업실 정리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스피커와 인터페이스를 주문했다.

제비들이 물창고 앞으로 둥지를 옮긴 것 같다. 수컷은 현관이 좋은 지 현관의 도어클로저 위에서 잠은 자는데, 하루를 그렇게 자던 암컷은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5/7

겨울 철새들이 떠난 하천에는 백로와 왜가리, 흑로만 남았다. 철새화된 흰뺨 검둥오리 한 쌍과 중대백로가 보인다. 쇠백로만한 몸집에 부리가 노란 새들이 보이는데, 노란부리백로일까. 그리도 보기 귀한 새를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겠지.

8:22am
도장업체 사장님이 연락을 주시다. 지붕이 약해져 있는 것 같아 도장 작업이 고민된다는 것이다. 5 년이 지났으니 그럴만도 하다. 일요일에 장비를 타고 직접 올라가 보겠다 하신다. 오두막에 문제가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쿵 떨어진다.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사람이나 집이나 하자가 생겨야 비로소 챙기려 드는 건 왤까.

구름이 조금 낀 날씨. 방제 이튿날. 어제와 같이 뿌리다.

방제복을 입으며 수천 개의 초록빛 눈으로 쏟아지는 남쪽 햇살을 쬐는 레몬 나무를 보는데 문득, 세상을 살아가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생각을 했다.

배나무가 많이 자랐다. 노란 얼룩이 진 잎이 보여 찾아보니 적성병이라는 곰팡이 병이다.

Hate takes effort.

Taylor Deupree의 바이닐이 집에 왔다.

5/8

6:31am
늦잠을 자고 차를 내렸다.

중대백로 한 마리, 쇠백로 두마리, 중백로 하나, 둘 혹은
중백로 하나, 노랑부리백로 하나 그리고

물총새. 흑로 두 마리, 흰뺨검둥오리 한 쌍 만나다.

마당 정리. 포토마루에서 화일링된 필름을 보냈다. 12년 간 내가 찍은 모든 필름들이 차곡차곡 정리 되어 있다. 그 긴 시간에 비한다면 그리 크지도 두껍지도 않아 조금 놀랐지만,

무겁다. 작고 무겁게 필름들이 켜켜히 쌓여있다.

오후에 기연, 아영, 이루가 놀러왔다. 나와 아내는 그들에게 절대 '비건의 삶'에 대해 먼저 물어보지 말자고 약속을 했다.

5/9

6:15am
아침 시간이 아름답다. 피곤했는 지 보현도 늦잠을 잤다. Natalia Lafourcade를 들으며 아침을 차렸다.

12:29pm

계속 immersive audio에 대해 생각을 했다.

광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건네들었다. 몇 년 전 성탄절, 대구에서 본 게 마지막이 되었다.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dvs.202100559

KTH 연구자들이 시트러스 과일에서 추출한 모노머로 투명한 폴리머 컴퍼짓을 만들었다.


5/10

4시에 보현이 잠을 깨워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5/11

6:29am

https://cen.acs.org/food/food-science/Nouveau-noodles-spiderweb-soundscapes/99/i17?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CEN

새로운 모양의 파스타가 개발되었다는 뉴스. 그게 생각보다 어려운 모양이다. "Mission: imPASTAble"

거미도 마치 거미줄을 하프 줄을 뜯듯 거미줄을 뜯으며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멧비둘기 소리가 들려온다.

흐리고 습한 날. 오두막의 온도가 25 도 가량 올라갔다. 며칠 사이에 귤꽃이 만개했다. 80-90% 가량 핀 것 같다.

12:40pm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1-03399-1.epdf?sharing_token=Dt1WCsn2Bqe0NqUjsaXGAdRgN0jAjWel9jnR3ZoTv0O8s2TeJVtJ2hNIKxYV1Up8o6i-gkzhTfjjqlSVvRBrQejI4W0Ur1b46OCp_escDDRawV1GCegGxkxqNCBiEXdbuzK7Ysb1APSO7SEHp7q4FcPtuxvkmp4Coj6sb3Ec9zs%3D

네이처에 발표된 wooley lab의 연구.


김혜정님의 책과 선물을 받았다.

레몬 나무와 작업한 것을 테입으로 옮겼다.

5/12

5:27am

간밤, 꿈에 노래를 만들었다. 모든 게 흘러간다는 당신의 말만 남았다. 자유롭게 흘러간다는 말.

7:48am

레몬나무와 작업한 곡을 템포 54 bpm로 맞추고 타스캄 246 multi로 녹음. 그리고 Pitch down을 할 것이다

냇가에는 씨앗을 날려보낸 노란 솔새 쭉정이들이 하늘거린다.

4:32pm

진료. 주사 ㅠ 꽤 아프고 뻐근하다.

5/13

콘크리트 강화용 바닥재를 알아보았다. 씨카 제품에 눈길이 간다.

8:59am

숲에 오다. 어떤 나무의 잘린 줄기에서 노란 핏방울이 흘러 나오고 있다.

9:52am

다 말라 죽어가는 듯 보이던 나무에 꽃이 피었다. 어떤 나무일까.

농협에서 장갑, 케이블타이, 실리콘 헤라를 샀다. 유황합제 스펙을 보았는데 한 통 사면 1000 리터 방제는 가능할 듯하다.

창고 실리콘 작업을 절반 정도하다가 실리콘이 떨어졌다. 전정과 적심을 했다.

4:35pm

Memory of love that i don’t have.

5:17pm

띠의 춤을 보았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꽂꽂이를 해두었다, 초피 잎과 비자나무 잎 그리고 붉은 찔레. 모두 우리 정원에 사는, 가시가 가득한 식구들이다. 뾰족한 녀석들이지만 가까이 코를 대보면 한결 같이 향긋하다.

토양검정 결과가 왔다. 마그네슘이 조금 부족한 것 외엔 모두 기준치 이상으로 땅이 좋다. 산도도 올해까진 괜찮아 보이고, 유기물, 칼슘, 유효인산 모두 기준치 이상이다. 마그네슘이 조금 부족한데, 고민이 된다. 당분간 패화석, 골분은 안 써도 되겠다.

5/14

6:53am

많이 힘들고, 많이 잔 날.

산책을 하다가 산딸기를 따 먹었다.

천천히 걸었다.

5/15

8:59am

친환경 도포제가 나왔다! 방호벽 에코.

황산가리고토 남해화학. 마그네슘 보충제. 액비로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을까?

7 년 만에 마루의 전등을 갈았다. 선반을 다시 만들기 위해 적벽돌을 사 왔다.

아이와 성당길을 걸었다.

귤꽃은 자가수분을 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바보다.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16

7:35am

방호벽에코 주문.

유튜브로 농업기술원 강의를 들었다.

휴식의 날. 비가 많이 내린다.

나는 나를 어떻게 더 아껴줄 것인가. 나는 나를 어떻게 더 용서해줄 것인가.

78 rpm 음악을 듣고, 테잎에 옮기고 속도를 바꿔보았다. 모노로도 음악은 충분하고 노이즈가 있어도 괜찮다. 쉘락으로 디스크를 만들던 세계의 전통을 듣다보니, 음질은 늘 마지막 순서가 되어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음질'이 나쁜 것과 음악의 '텍스처'가 나쁜 것이 같은 얘기가 아니다.

Soundfield = 음장?

동하와 통화를 하다. 이제 현서 또래의 미국 아이들은 한국 이름을 하나씩 갖고 싶어하고, 현서는 자신이 한국계 미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한다고 전해준다. 30 년 후쯤 우리가 서양식 christian name 을 짓고 부르던 것이 촌스러웠다 느끼진 않을까.

노랑부리 백로를 확실히 보았다. 중산간에서 어린 황로들을 보았다.

5/17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아침이 저녁만큼 어둡다.

쌀쌀한 날. 보슬비를 맞으며 보현과 걸었다.

8:52am

기계상사 사장님 통화. 금요일에 작업하기로 약속하다.

마루 오디오 장을 짜다.

아내와 차를 마시며 장비 지원 사업 일정을 의논했다. 콘크리트 바닥 강화제를 주문했다.

4:13pm

며칠 만에 잎이 숙숙 자라났다. 꽃이 거의 다 지고 진딧물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잿빛 곰팡이 주의할 것. 바닥 실리콘 작업 완료.

경환 사라씨가 엽서와 전호권 님의 시디, 노트를 보냈다. 몇 년 전, 같이 귤꽃을 따던 기억이 하련하다.

한림 농협에 유기 자재공시가 된 황산칼리고토 (K2Mg(SO4)2) 를 판매한다고 한다.

사람의 감각 중 청각만큼 속이기 쉬운 감각은 없다. 그 다음으로 속이기 쉬운 건, 미각 같다.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 가장 퇴화된 감각들은 아닐까.

똑같은 사료를 먹고, 똑같은 메마른 향기의 길을 걷고, 대부분 집안에서 생활하는 도시 반려견들의 후각이 40-50 년 전 개들의 후각과 같을까.

5/18

방호벽에코 읍내 판매처가 있다.

흑로가 텃세를 부린다. 노랑부리백로를 또 만났다.

돈나무에 무당벌레가 많이 늘었다.

5월 방제 #2-1. 보르도칼 2 봉 + 사계유 1 통

꽃잎을 떨궈주듯 방제를 하다. 자연낙화하는 레몬꽃이 많다. 찔레가 무성한 곳이 많아져 큰일이다. 동백낭이 건강하고 무성해지고 있다.

방호벽에코. 씨카 푸리고 도착하다. 거실 장 정리를 했다.

음악을 들려준다는 것을, 소리를 체험하도록 돕는 일로, 더 넓게 보고싶다.

5/19

6:24am

마음이 몸보다 커질 수 있을까. 와인잔 하나에 바다가 담길 수 있을까.

멀리 백로 네 마리가 앉아 있다. 왠일인지 오늘은 포구에서 멀찍히 떨어진 갯바위 위에들 앉아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어떤 분이, 삼각대를 꺼낸다. 사진 작가 같다. 슬쩍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백로 사진 찍으시나요? ...네. 말수가 적은 분 같다. ...귀한 녀석이 있어서요. 멸종위기종인데... 아, 노랑부리백로. 말씀이신가요? ...네.

맞구나, 노랑부리백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 제361호.

운동을 하고 아이와 숲에서, 올해 첫 뻐꾸기 소리를 들었다.

‘뻐’-‘꾹’은 완전 4 도에 가깝다. <Wood notes wild>를 생각했다.

5/20

7:00am

비가 예쁘게 내린다. 빗소리를 녹음기에 담아보았다.

던에드워드에 색을 고르러 갔다가 냇가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대백로가 있었고, 물냉이가 지천인 냇가로 물이 흐르고 수없이 많은 하얀 나비들이 놀고있었다.

소득세 신고 서류 준비를 마쳤다.

5/21

아침 산책길. 총 11 마리의 백로들이 모여있다. 몇 마리의 쇠백로가 노랑부리백로와 섞여있다.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

멧비둘기가 옥상에 찾아왔다.

우체국에 가서 이곳저곳으로 소포를 보내고, 한국산업에 가서 이것 저것 사고, 과수원 창고 물건을 들어내고 콘크리트 표면 강화제를 도포하고. 생각보다 금세 마르고 깔끔하다. 두어 번 덧칠 한 뒤 점심을 먹고 기계상사 사장님을 만났다.

귤밭에 오신 사장님과 보조금 사업 집행 시작. 지원을 받은 기계들 앞에서 사진을 하나하나 찍고, 설명을 들었다. 타카, 톱, 컴프레서, 동력분무기, 소형 전동분무기, 각종 배관 호스 등등. 그리고, 물이 새는 관주 호스 조인트를 갈고, 약줄을 세 군데에 더 달았다. 총 길이만 200 미터다. 이제 방제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친환경 감귤 강의를 두 편 들으며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유황합제와 보르도액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생겼다.

언제나 다정하고 싶다.

5/22

아침 여덟시 반 기계상가에 가서 서류를 받고 약줄 원터치 코크 세 개를 받아왔다.

봄 진딧물 창가병 방제 2-2. 저번과 동일 배합.

새 분무기, 호스, 모두 굿. 너무 좋아.

제비가 아무래도 어제 즈음부터 포란을 시작한 것 같다. 삐죽삐죽 노래하는 새소리를 들었는데, 새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5/23

이른 아침, 노랑부리 백로 한 마리와 쇠백로 한 마리가 다정하게 갯바위에 앉아 있다.

보현이 왠 일인 지 늦잠을 잔다. 아침 산책도 많이 걸으려고 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다리가 불편한 건 아닐까, 마음이 쓰인다. 아침을 다 먹었을 즈음, 집 앞으로 노랑부리 백로가 날아왔다. 그리고 뒤이어 쇠백로가 왔다. 쇠백로가 노랑부리 백로를 졸졸 따라다닌다.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 같다.

저 둘은 서로를 다르다고 여길까.

아내에게 물었다.

다르다고 생각하겠지. 그런데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보현과 숲을 걸었다. 성당 앞에서 기도를 했다. 민간인,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해 죽이는 나라가 2021년 지금도 아직 지구 어딘가에 있다. 어떤 나라는 미사일로, 어떤 국가 기관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같은 인간을 죽이고 가두고 있다.

Arp 2600 으로 스케치.

5/24

마도요 한 마리를 만났다.

창고 실리콘 작업 마무리. 트럭의 짐을 창고에 부리고 공구박스를 정리하고 감귤 컨테이너를 창고로 들이다.

밭 주변을 걸었다. 메밀꽃을 보았다. 연분홍빛 메밀꽃잎이 있다. 등심붓꽃이 피었다. 걸으면 모두가 더 가까워진다. 제비도, 옆 밭 나무들도, 풀 뜯는 말도.

노란 반점이 돋은 배나무 잎을 일일히 따주었다. 적성병의 숙주는 향나무란다. 보르도액으로 방제가 되기는 되는 모양이다. 찔레와 멍석딸기가 심한 곳을 정리해주었다.

5/25

흐린 날.

일찍 메일 몇 통을 쓰고 비계팀이 8시까지 밭으로 온다고 해서 서둘러 밭에 갔는데 아무도 없다. 펑크. 작업을 목요일로 미루었다.

빌레 쪽 나무 다듬고 덩쿨 정리. 밭일에 끝은 없다. 모기가 드문드문 있다. 이제 시작이구나.

올해 유난히 무당벌레가 많이 보인다. 풀은 무당벌레의 집이라 예초기로 예초를 안 하려 버티는 중이다. 풀을 발로 밟고 가위로 자르며 버텨본다.

10:17am

날이 조금씩 개고 있다. 뻐꾸기 소리가 많이 들린다. 상순이 마스터링을 마쳤다고 연락을 주었다. 때죽나무 꽃길에서 두견이 소리를 들었다.

4:48pm

아이와 산책 후 유튜브 강의를 듣다.

5/26

6:29am

마음이 괴로운 건 몸이 괴로운 것과 정말 똑같다.

쇠백로 네 마리, 노랑부리백로 두 마리, 그리고 황로 한 마리가 함께 무리지어 다닌다. 멀찌감치 중대백로와 왜가리, 흑로가 보인다.

오전에는 오두막 빗물받이 보수를 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아스팔트 테입으로 빗물 받이의 틈새를 봉했다.

우울할 때는 돌아보지 마라.

저녁이 되니 비가 꽤 온다.

5/27

7:12am

작고 잦게 기뻐할 것. 뇌보다 몸을 배려할 것. 잦은 헤어짐에 마음 쓰지 말 것.

바다가 아름다운 아침. '아름답다'는 형용사는 참 아름답다.

한 시간 반 가까이 오일장 구석구석을 걸으며 소리를 담았다. 몇 년만에 들른 오일장엔 커다란 주차장도 생겼다. 오리알 할머니도 고수 할머니도 기름집 사장님도 모두 그대로다. 그것만으로 반갑다. 헤드폰을 쓰고 사람들 사이를 걷다보니 또 하나의 눈이 생겨난 듯 하다. 스치는 사람들 모두가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며, 내게 다가왔다, 멀어졌다. 완벽한 우연이 모여 질서가 되는 세상의 섭리가 들렸다. 모든 소리는 세상의 하모니이며, 모든 것은 의미한다는 평범한 경구를 떠올린, 감사하고 감동받은 하루.

5/28

6:14am

자신을 잘 바라보는 것. 그게 지혜.

6:22am

새로운 max for live에 나의 화두가 가득하구나. Mutation. Permutation. Randomness. Generation.

아내가 먼저 밭으로 갔다. 뒤이어 집을 나서는데 보현이 나를 보내주지 않는다.

10:58am

비계팀이 비계 설치를 시작했다. 나무들을 다치지 않게 잘 부탁드렸다. 빗물받이가 새서 테입을 모두 떼어버렸다. 소나기가 올 것 같다.

3:00pm

올해 첫 귤굴나방을 발견하다. 어두운 낮 시간이다.

5/29

7:55am

나무는 나를 위로해주지 않는다. 돌보고 가꾸는 마음을 키워줄 뿐, 그렇게 키워진 나의 마음이 다시 나를 위로해주는 것이다.

작업자 두 분이 일찍 밭에 오셨다. 한 분은 중국인 반장님은 한국 사람이다. 도장 업체 사장님을 만나고, 비계를 놓은 김에 빗물받이 실리콘 작업과 연통 청소를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10:32am

시유지 정리 끝내다.

아내가 폐차를 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폐차 직전, 차에서 네잎 클로버 여섯 장이 나왔다며 사진을 보내준다. 35만 킬로미터를 뛴, 나의 자동차 사진을 보고 멍 하니 나무들 사이에 서있었다. 그때, 내가 대체 뭘 잘못 눌렀는 지 갑자기 이어폰에서 joyce의 음악이 흘러 나온다.

매일같이 이 노래를 듣던 십 수년 전의 햇살이 떠올랐다. 나는 자꾸만 쓸쓸해져서 레몬나무 곁의 덤불을 걷고 치우기만 했다.

10:59am

쓸쓸하도록 내버려 두기. 헤어짐에 대한 유일한 예의다.

5/30

아침 산책길에 바다 직박구리 한 쌍이 서로를 마주보며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목줄이 풀린 하얀 개를 만났는데, 보현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비치코밍을 하러 집을 나서는데 방울새 한 쌍이 대문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하얀 갯강활꽃이 무성하게 핀, 너무나 아름다운 바닷카에 너무도 많은 바다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사람들은 쓰레기를 피해 사진을 찍느라 바쁘고 아내와 화정은 쓰레기를 줍느라 바쁘다. 해안가의 굴 속에도 쓰레기가 가득하다. 한자로 적힌 페트병과 어구들이 널부러져 있다.

썰물이다. 나는 쓰레기를 줍는 소리도 담고 파도 소리도 담았다. 돌 틈 사이 말갛게 닳은 유리병 조각들이 한 점 한 점 보인다. 유리병 조각이 보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바다가 이 날카로운 유리조각을 둥글고 아름답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갯강구, 깅이, 보말, 거북손, 따개비, 고둥. 모두가 바삐 움직였다. 다들 움직이는 모습이 분주하지만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다. 갯메꽃, 모래지치, 갯강활, 벌노랑이가 핀 쓸쓸하고 아름다운 바다.

5/31

7:15am

수평선 어딘가는 뿌옇고 또 어딘가는 명징하다.

오두막에 들러 의자를 갖고 수월봉으로 향하던 중, 종추. 붉은부리 찌르레기 혹은 쇠찌르레기 같다.

바람이 잠잠하다. 인적이 드물어 감사하다. 바닷 소리 담고 바다 쓰레기도 담고 돌아왔다.

다올이 안부를 전해왔다.

2:59pm

종추. 노랑때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