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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돌아가셨다. 급히 비행편을 알아보다. 내일 부산으로 가서 엄마를 모시고 시골로 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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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공항에서 엄마를 만나 시골로. 몇십 년 만에 선화 누나와 욱이 형을 만났다. 누나 아이들이 듬직하게 컸구나. 엄마를 모시고 고향 마을을 차로 돌고 바닷가로 갔다. 할머니가 굴을 캐던 바닷가에는 더이상 개펄이 남아있지 않았고, 작은 자갈만 듬성듬성했다. 그 고왔던 개펄이 사라진 말라버린 바닷가. 옛 외갓집은 다른 사람이 이사를 올 모양인지 낯선 이들이 들락거리고 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할머니가 매일 붙들고 있었던 동백나무와, 구들장이 시커멓게 탔던 할아버지의 사랑방을 멀리서 보다가 부산으로 차를 돌렸다.

문수와 몸을 꼭 맞대고 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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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를 어렵사리 떼어놓고 엄마를 모시고 서울로.

Song#3, Song#1 연습.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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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며들었네>, <은하철도의 밤> 연습. 편곡을 마친 곡이 이제 6곡이 되었다.

모모 액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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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로. 몸이 많이 안좋다. 코로나는 아닌 듯, 독감 아니면 감기인데.

음식물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에 대한 DW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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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프로펜으로 버티다 병원으로 갔다. 1시간 반을 기다려야한다는 말에 잠시 집에 갔다가 다시 오다. 결국 독감 판명. 병원 문을 닫을 때가 되었는데도 꼭 맞아야한다는 말씀에 수액을 맞고 집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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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잠을 한숨도 못 자다. 낮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왜 병원약을 먹고 더 심하게 아팠을까.

팔레스타인 산 올리브오일을 구했다. 향을 맡고 맛을 음미하는데, 자꾸만 눈을 감게 된다. 자꾸,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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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흐린 날. 날이 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간밤에는 그럭저럭 잠을 잤다. 몸은 70%는 회복된 듯하다. 올리브나무 정령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Nabali 오일을 스푼 채 먹었다.

Mood II 리서치. micro-looper 채널은 아무리 봐도 어렵다. 이론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많이 만지고 경험하면서 '감'을 익혀야할 듯 한데.

제주아그로 통화. 벡시플랜트를 반납하고 얼라이브 비료를 받기로 하다.

Pau에게서 메일이 와서 답장을 보냈다. 답장 하나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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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운 날. 바람 소리,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목이 탄다. 몸은 어제보다 조금 더 회복되었다.

sync next 피디님과 줌 미팅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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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의 Telefunken live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료가 좋다면 많은 걸 넣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세 군데 업체에 지원사업용 견적서 요청. 농협에 애미, 당밀 가격 문의.

Screenshot

우루과이 전 대통령 무히카가 식도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다. 우루과이 시민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 아니 노혁명가는 "솔직히, 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사도 쉴 권리가 있지 않을까요."라며 항암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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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Sync Next 공연 타이틀을 생각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전쟁'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학살'과 '인종청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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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음에 들러 원두를 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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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 연습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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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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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강권에 못 이겨 수액을 맞았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어, 그건 참 신기하더라.

상순 집에서 하루 자다. 효리와 친구분이 차려준 저녁을 거하게 먹고, 수정 같은 눈망울을 한 강아지들과 어둑한 산길을 같이 걸었다. 서울이지만 서울이 아닌 동네. 서울에 별이 이렇게 많이 보이는 곳이 있구나. 난롯불을 쬐며 대추차를 마셨다. 10여 년 전, 처음 소길에 있던 아이들 집에 갔던 생각이 난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모두 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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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아나와 인사를 나누고,

상순, 효리와 조조 영화를 보고, 순용이를 만나 브런치를 다같이 먹었다. 왠일인지 세종 PD 님 문자가 와서 극장에 들렀다 간단한 미팅을 하고 연습을 하러 떠났다. 연습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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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8. 첫 런스루. 제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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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현 작가님과 통화. 2월 10일 세종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어제 PD 님이 제주로 내려와 부 작가님의 전시를 보고 가셨다고 했다. 액션이 빠르신 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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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현 작가님의 <궁극공간>을 보고오다. 공간을 채우는 매질을 빛으로 자르고, 그 단면으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내는 놀라운 전시 (혹은 퍼포먼스). Sync Next 공연과 놀랄만큼 접점이 많다.

200 여 개 단어를 안다는 보더콜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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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잠을 잘 못자고 있다.

케이블을 잔뜩 주문했다. 회사에 "누구도 일러주지 않았네" MR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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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커피를 마시고, 병원에 들렀다 장을 보고 돌아오다.

보현을 돌보다 보니 연습 기간이 모자라다. 공연 때 쓸 믹서를 주문해 회사로 보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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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점 방문. 허님과 의상 관련 의논을 하다.

Y 케이블이 왔는데 크로마 콘솔에 맞지를 않아 급히 광주로 반품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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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큐시트 수정. 아마도 거의 최종일 듯. (하지만 또 모른다.)

패치 케이블을 주문해서 회사로 - 퀵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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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에게서 답장이 왔다. Song#1 드럼 트랙을 유지하고 베이스 없이 기타만 녹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Carminho의 노래 <물방울>을 듣다. "눈물은 나의 것. 하지만 울음은 나의 것이 아니야."

연습 #9. 연습을 마치고 처갓집에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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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어머님이 LA 갈비를 구워서 떡국과 내주셨다.

연습 #10. 제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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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묵음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샀다.

작년에 수확한 우리 귤로 만든 막걸리가 왔다. 맛이 너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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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wara에게 Song#3 악보와 MR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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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올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Dagmar Zuniga의 음악을 듣고, 공연 연습. 아주 미세한 것들을 fine tuning하다. harmonizer가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마땅한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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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설날. 몹시 춥고 눈이 내린다. 집안 온도가 15도 까지 떨어졌다.

허상점에 가서 차를 마시고, 옷을 맞추고 돌아왔다.

뭔가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Song#6은 4년 째 실마리가 잡힐 듯 잡힐 듯 정말 잡히지 않는구나.

하루 중 가장 맑고 빛나던 시간. 언젠가부터 내게서 새벽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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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풀렸다.

Song#4. Borsta로 실험.

진실은 단순하다는 말은, 맞고 틀리다. 진실의 현상은 더없이 단순하지만, 현상의 근원은 너무 여리고 정교해서 섬세하지 않으면 절대 다가갈 수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무뎌지고 거칠어지고 부정확해진다. 진실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오래된 기계를 끊임없이 calibration해서 쓰듯, 영점조절을 포기하는 순간, 인간은 진실에 멀어지고 괴물이 된다.

가수는 나이가 들수록 깊어진다는 믿음은, 나이 든 이들이 만들어낸 환상 혹은 무책임하고 엉성하게 만든 논리는 아닐까. 나이가 어릴수록 - 어린 가수들이 오히려 덜 '훼손된', '순수한 자연'에 가까운 건 아닐까.

목욕을 하고 물속을 걸었다. 작업 중인 노래들을 꺼내 이것저것 해보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성당에 가서 기도를 했다. '무엇을 기도했는가'는 일종의 고해성사라, 혼자 간직하는 게 좋다.

멀어지는 것을 인정하기. 바라보되, 너무 손을 내밀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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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컴퓨터 USB 허브가 말을 듣지 않아 깜짝 놀라다. (Vongon Replay가 버스파워로 전력을 너무 소모해서였던 것 같다.)

탈린에서 리가로 가는 버스를 끊다. 탈린, 리가, 빌뉴스 숙소를 모두 예약했다.

아내가 허리를 다쳤다. 한의원에 아내를 데려다주고, 아내 대신 우편물을 부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