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집을 비운 사이 책와 음반이 한 가득 와 있다.
집을 비운 사이 치자 나무 잎이 싹 사라져버렸다. 거의 모든 푸른 잎을 애벌레가 다 먹어치웠다.
공연 준비를 하며 쉬다.
10/8
<고산 도들 페스티벌>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2. 오, 사랑
3. 물이 되는 꿈
4. 여름의 꽃
5. 4월의 춤
6. 아직, 있다.
7. 바다처럼 그렇게
8. 고등어
10/9 – 10/10 서울
<Ambient Temple in 원남교당>
1. Citron Dance
2. Aviiir
3. Dancing with Water II
4. Microcosmo





10/11


아침 일찍 하이드로폰과 앰비소닉 마이크로 소리를 들고 소리 채집을 하다.

유산청 라이브 음원 믹싱.
진귤 나무 한 그루에 깍지벌레가 심하게 꼬였다. 물로 나무를 씻어 주었다.
10/12

기타 줄 갈기. 조금 더 길들여야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가 줄어들 듯하다.

귤은 (겉으로 보기엔) 꽤 익었는데 맛이 들기엔 아직 멀었다. 모기의 입이 아직도 이렇게 꼿꼿한 10월이라니.


예초. 1/3 쯤 했을까. 예초기가 고장이 나서 좌절하다. 농협 수리센터에서도 고칠 수가 없단다. 읍내에 있는 예초기 전문점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
Hani와 수업.
10/13

아침 산책을 하다 땅강아지를 만났다.
자카르타 공연 연습. 오랜만에 440 Hz 조율로 하는 공연인데, 걱정이다. Hani와는 마지막 수업을 했다.
지구상회에 가서 친구들과 감귤 엽서 회의를 하고 오다.
10/14

아침 일찍 예초기 수리를 하고 왔다. 휘발유 오래된 거 쓰지 마세요. 사장님이 한 마디 하신다. 기름 찌꺼기가 분사구 노즐을 막은 것 같다. 이제 힘차게 잘 돌아간다. 당분간은 걱정이 없겠다.

보현 모자가 왔다. 묵음에서 모자 회의를 하고, 짐을 싸고,
10/15
서울행.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너머까지 연습. 윤성씨, 파코와 금세 케미가 잘 맞아들어가 너무나 기쁘다. 소리가 아주 tight 하다.

개들도 고민을 하며 밤잠을 설친다는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나쁜 경험을 한 개들은 기쁜 경험을 한 개들에 비해 유의적으로 수면의 질이 낮고, REM 수면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10/16-10/20 자카르타
<The Minstrel with a Guitar: Lucid Fall’s Music Story>
1. 봄눈
2. 강
3.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4. 물이 되는 꿈
5. 한 줌의 노래
6. 국경의 밤
7. 평범한 사람
8. 4월의 춤
9. 아직, 있다.
10. 바다처럼 그렇게
11. 은하철도의 밤
12. 어부가(漁父歌)
+ 걸어가자
+ 고등어



10/21
간밤부터 고열, 복통, 오심으로 고생을 하다 병원에 갔다. 음식냄새가 역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다. 문득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다. 38.2도까지 열이 올랐다. 링거를 맞고, 주사를 맞았다. 선생님은 장염+몸살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만 증상이 3-4 일 후에도 재발한다면 콜레라일 가능성도 있다고 하신다. 집에 와서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10/22
많이 나았다. 서서히 일반식으로 전환하는 중. 공연을 마치고 앓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24일 강연은 무사히 갈 수 있으려나.
10/23

거의 회복되었다. 하지만 계속 잠을 설치고 있다.

새 앨범을 낸 조용필 선배님의 인터뷰를 보고 들었다. 이렇게도 진지하고 겸허하게 음악을 대하는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와 힘이 된 시간.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얼마나 잊혀진 시대인지,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 그 진지함이란 얼마나 커다란 미덕인지 한 번 더 느끼게 해 준, 귀한 뮤지션.
10/24-25 안산

4.16 유가족분들의 초청으로 안산에 간 날. 2020년 이후 두번 째. 나에게 안산은 곧 세월호다.
어머님 두 분과 아버님 한 분이 나를 맞아주셨다. 온갖 감정과 사교의 거품이 다 사라진, 고요한 세 분과 마주 앉아 띄엄띄엄 대화를 나누며, 나는 이곳에 오길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어머님들이 만드셨다는 손수건 포장을 그 자리에서 벗겨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으며, 아내가 항상 내게 “손수건을 갖고 다니는 게 어때?”라고 말하곤 한다고 어머님들께 말했다. “자주 잃어버리시지요?”라고 한 어머니가 말씀하셨고, 나는 “이거 잃어버리면 어쩌죠.”라고 대답했다.
<아직, 있다.>를 부르는 건 참 어려웠다. 애써 마음의 줄을 당기고, 평온을 잃지 않으려 애쓰다가, 처음으로 내 기타 소리를 ‘들어야’겠다 생각했다. 마치 누군가가 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며 노래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하는데, 그 순간 그 노래를 나 혼자 부르는 것이 아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노래를 채우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기타를 치는 이도, 노래를 부르는 이도 아니었다. 내 팔과 손과 목소리를 잠시 빌려준 이. 나는 그런 이었는데,
세상에 잠시, 아주 잠시 나를 빌려주고 온 날.
집에 돌아와 손수건을 보며 이 노란 꽃은 무얼까 골똘히 생각한다. 유채꽃일까, 왕고들빼기일까, 씀바귀일까. 이 시대의 Mater Dolorosa들이 내게 선물해 준, 둘도 없는 이 손수건을 나는 늘 갖고 다닐 것이다. 노래를 쓰다 지칠 때, 세상 소음에 힘들어질 때, solastalgia로 슬플 때마다 꺼내서 잠시 눈을 감고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어여지.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강연을 마치고 아버님 한 분이 꼭 보여줄 게 있다며 나를 사무실로 데려 가신다. 누군가 만들어 주셨다는 액자에 적힌 <아직 있다.> 의 가사와 노랑나비들.
“왜 너무 잘 하려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는가”에 대한 BBC Brasil 기사.
10/26



아이들과 귤밭에서 모자 촬영을 하다. 아직도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을 아닌 가을의 귤밭. 서글프고, 두렵고, 애잔한 올가을.
오두막 계단 하나가 파손되었다.
10/27
지구상회에 모여 엽서 회의를 하다.
10/28
당일 치기로 밴드 연습을 하고 돌아오다. 오랜만에 보는 호규, 동진. 처음 합을 맞추게 된 용준씨. 안정된 타임이 있으니 연주가 쉽게 흐른다. 함께 음악을 해왔다는 것. 음악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건 참 위대한 것이다. 그리고 윤성 씨의 부재가 몹시 낯설다.
10/29
이른 오전 성택씨와 줌미팅을 하다. 많은 스마트팜에서는, 수경재배도 아닌, 뿌리를 공기에 노출시키는 – 뭐라 해야할까 반 ‘공경’ 재배? – 방식으로 채소를 키운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런 스마트팜에서 키우고 파는 식물은 대체 무엇인가. ‘양액이 고체화된 형상의 식물체’라고 해야할까. 어리석다 해야 할까 잔인하다 해야 할까. 아니면 우매하다 해야 할까. 인간이란.
아내가 휴가를 떠났고,
10/30
보현을 돌보고, 밥을 하고, 집안 일을 하다보면 금세 하루가 간다.
모자에 사인과 넘버링.
10/31
팻 매스니가 나일론 바리톤 기타로 솔로 앨범을 냈다. 스틸 바리톤 기타에 비해 확실히 소리가 무디다.
중산간 낯선 어느 동네에서 아내를 만나, 셋이 함께 같이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