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
경주 여행.
10/3
작업.
브라질 대선. 룰라는 48%를 얻어 5% 차로 보우소나루를 따돌렸지만 과반을 얻지 못했다. 결국 2차 결선 투표로 가게되었다.
마당에 새끼뱀 한 마리가 죽은 듯이 있었다. 살짝 몸을 건드리니, 움직인다. 살아있다. 탈진한 건지 다친 건지 알 수가 없다. 물을 떠다 옆에 두고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자리를 피했다가 가보니 그새 조금 기운이 생겼다. 곧 센터에서 구조요원이 와서 아이를 데리고 갔다.
어김없이 금목서 향기와 함께 찾아온 가을. 아내, 보현과 행복하게 걸었다.
10/4
룰라는 혼도니아, 호라이마, 아크레 등 몇개 주를 제외하고 북동부와 북부 전체에서 이겼고, 미나스 제라이스를 제외한 남동부, 남부와 중서부의 모든 주에선 보우소나루가 승리했다.
<Dolosoro> another taping.
윤정, 기연씨네에 다녀왔다.
10/5
밭일. 거지 덩굴이 밉기도 고맙기도 하다. 우산처럼 나무를 덮어 말라죽이는 위험한 녀석이지만 다른 덩굴에 비하면 걷어내기가 수월한 편이다.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정낭에 사마귀 한 마리를 보았다. 거꾸로 매달려있는 모습이 예뻐서 한참을 서있었다.
1차 투표에서 3 위를 한 Simone Tebet가 룰라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4 위를 한 Ciro Gomez는 직접적으로 지지 여부를 말하지 않고, 다만 소속정당(PDT)은 룰라를 지지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이 희한한 상황에 사람들은 Ciro의 SNS에 '쫄보'라는 댓글을 달고 있다. União Brasil 은 아직 중립.
Sharpless가 Bertozzi와 함께 결국 노벨상을 탔다. CLICK chemisty.
10/6
밭일을 마치고 실밥을 풀러 보현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혀도 목도 잇몸도 잘 아물었다.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재석 형과 효진 씨와 통화.
이제 풋귤이라고 할 수도 없는, 반쯤 익은 귤이 벌써 근사한 맛을 낸다. 맛의 틀이 잡혔다.
얼마만인지 달리기를 했다. 걷다 뛰다 걷다 뛰다.
10/7
자연은 사물이나 공간이 아닌 거스르지 않는 '상태'다.
아내는 서울에 가고 나는 병원에 들렀다가 고양이 밥을 사서 돌아왔다. 포획틀에 한 마리가 잡혀있다.
Goías에 사는 Cristina와 수업. 알아듣기 조금 어렵다.
test pressing을 받았다.
10/8
Estevam과 수업. 생각보다 좋았다.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느낌. 11월에 두번의 수업을 예약했다. 인기가 많은 선생님이라 예약을 미리 해두어야 한다.
하루종일 집안 일을 하고 달리기를 하다. 아내를 데리러 공항에 갔다.
10/9
몹시 추운 날. 달리기. 무릎 보호대는 필수다.
10 가지 토종쌀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전 만해도 우리쌀은 1000 여종이 넘었다 한다.
Blooper로 작업.
10/10
Josias와 수업. 2주 간 한 일을 에세이로 쓰고 교정 받는다. 도움이 크게 된다.
어떤 논문을 바탕으로 계산을 해보니, 우리 과수원이 1년 동안 흡수하는 CO2가 2톤에서 3톤 가량된다. 관행 과수원을 기준으로 한 논문이라 초생재배나 다름없는 우리 밭은 흡수량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농사를 짓는 의미를 아내와 한 번 더 되새긴 날.
10/11
Josias와 수업.
고양이 두 마리가 잡혔으나 너무 작단다. 보내주었다.
이하나님이 쌀과 <한글의 탄생>을 보내주셨다. 나의 최애 책이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나를 찾아왔다.
보현이 스피노자를 읽다 졸고 있었다.
10/12
아침. 기타치는 모습을 아내가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숲에 가서 사진을 찍고 걸었다. 산책을 마치고 숲을 빠져나오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보현의 조직검사 결과, 세 군데 모두 악성이 아니라 양성이다.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달리기. 저녁엔 양성 기념 파티.
10/13-14
서울. 아버님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 아내의 어릴적 사진을 폰에 담아왔다.
10/15
포획된 고양이 두 마리를 병원에 데려다 주었다. 그 중 한 마리는 참깨다. 임신이 아니면 좋겠는데.
Josias와 수업. 그런데 오늘은 왠지 기분이 시무룩했다. 말이 잘 안 나와서 그런가.
Víkingur의 새 음반을 듣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피아노 소리에 놀랐다. 나는 이 피아니스트가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쪽 필드에선 어떤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지만 프로듀싱 단계에서 소리의 timbre를 이 정도로 고민하는 피아니스트는 흔치 않다.
다시 온 몸에 뭐가 난다.
10/16
비교와 굴종의 내재화. 교육과 사회의 열매.
밭 진입로 예초를 했다. 한로가 지났건만 여전히 비오듯 떨어지는 땀방울.
청레몬을 따와서 레몬청을 더 담갔다.
우리는 우리의 모어에서도 polyglot이 되어야 한다.
메일이 안 된다.
10/17
여전히 메일이 먹통이다. 사보 프로그램을 사야하는데 메일은 안되고 씨름을 하다보니 오전 시간이 훅 지났다.
오후 내내 보현과 시간을 보냈다.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DW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10/18
몹시 추운 날. 하나님께 레몬청을 보내고 시벨리우스를 컴퓨터에 설치하느라 고생하다.
<Doloroso> 테이프를 누군가 훔쳐갔다고 연락이 와서 AP#2를 부랴부랴 만들어 퀵으로 보냈다.
10/19
모기는 어떤 사람을 잘 무는가? 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와 그에 대한 코멘터리.
언젠가 모기를 매혹시키는 화학물질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모기에 물린 뒤 가려움을 줄여주는 연고를 개발할 수도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지금 모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사보 시작.
보수주의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BBC 다큐.
보수주의자가 된다는 것은,
낯선 것보다 익숙한 것을
실험하는 것보다 이미 시도된 것을
감춰진 것보다 드러난 것을
가능성보다 확실성을
무한함보다 유한함을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을
넘치는 것보다 적당한 것을
완벽함보다 편안함을
영원한 기쁨보다 순간의 웃음을 더 원한다는 것이다.
- Michael Oakeshott
10/20
시벨리우스, 너무 좋다. 사피엔스 사보.
귤이 많이 익었다. 맛도 꽤 들었다. 무채색 몸빛 사마귀가 눈에 많이 띈다.
10/21
Feliz 프리앰프에 문제가 있어서 수리점에 보냈다. 운동을 하고 Josias와 수업을 하고 사보를 하고 동영상 관련 회사와 메일을 주고 받았다.
통제하지 않는 것. 그것이 락앤롤의 본질이다.
- Bill Bottrell
10/22
<No Signal> 책을 받았다.
진술서 사보. 아내 비엔날레 녹화날.
10/23
촬영을 앞두고 유리창을 닦았다. 창문을 닦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오늘에서야 알았다.
10/24
하루종일 프로필 사진과 동영상 촬영. 아침엔 구름이 끼어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거짓말처럼 구름이 개었다.
10/25
촬영을 마친 집안 정리. 엄마 맞을 준비.
10/26
엄마가 오셨다.
엄마의 생신. 밤하늘에 신비한 불빛이 떴다.
10/27
오늘 또 이 노래를 듣다 울고 말았다.
들을 때마다 가슴 벅찬,
내가 아는 한 가장 아름답고 강렬한
삶에 바치는 송가.
난 아이들의 목소리로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지
삶은,
삶이란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간다는 건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끝없이 깨닫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노래하고
또 노래하는 것이라고
그래, 나도 알고 있지
우리 삶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나는 끊임없이 말할테니
삶은 아름답다고
산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삶은,
산다는 건 대체 무엇일까
말해보게, 친구여
심장이 뛴다는 것인가
달콤한 환상인가
무엇일까, 대체 무엇일까
산다는 건
삶이라는 건
경이일까 고통일까
기쁨일까 슬픔일까
무엇일까
대체 무엇일까, 친구여
우리의 삶 따위는
세상의 아무 것도 아니다
한 방울 물이다
일초도 안 되는 찰나일 뿐이다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삶은 신성한 것
심오한 신비
사랑으로 가득찬
고귀한 창조주의 숨결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삶은 전쟁이며 환희다
누군가는
삶은 그냥 ‘사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니 죽는 게 더 낫다
산다는 건 그저 고통이라 말하는 여인도 있다
나는 그녀를 믿으며
그녀에게 믿음의 힘을 주었어
주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대로
원하는 대로
우린 우리의 삶을 꾸려갈지니
삶이란
세상 모두가 강렬히 원하는 것
아무리 잘못된 인생이라 해도
죽음을 원하는 이는 없다
건강과 행운을 바랄 뿐
물음이 꼬리를 물고
머리를 어지럽혀도
아이처럼 나는 분명히 대답할 수 있네
삶이란,
삶은 아름다운 것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간다는 건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이라고
끝없이 깨닫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노래하고
또 노래하는 것이라고
그래, 나도 알고 있어
우리 삶은 더 나아져야 한다는 걸
그리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하지만 그렇든 아니든
나는 끊임없이 말할테니
삶은 아름답다고
산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 Gonzaguinha <O que é, o que é?>
피부과 약은 과연 독하다.
앨범 예판 공지가 뜨다.
Taylor Deupree와 Marcus Fischer의 석장 짜리 카세트 앨범이 왔다.
10/28
Felix 받고 연결.
10/29
공연 연습. 앰비소닉 마이크에 문제가 있는지 가슴이 철렁했다. 밤 늦게까지 사보하다.
발진이 가라앉았다. Eno의 인터뷰를 듣다. 'premature sheen'. 많은 것을 쉽게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지금 이 세상. 그리고 피카소의 말. '마무리 짓는 것은 시작하는 것보다 언제나 어렵다.'
10/30
참사.
10/31
Josias와 수업. 한달 반만에 처음 칭찬을 들었다.
사보 끝. 그런데 <알바트로스>는 도저히 멜로디를 그릴 수가 없다.
룰라 당선.
유목민 말하길:
꽃잎을 이고 있는 보현이의 똘망똘망한 눈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스피노자를 읽는 그의 옆태도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요.
‘한글의 탄생’은 처음 들어본 책인데 작가도 흥미롭고 주제에 대해 깊이 탐구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폴님의 플레이리스트 덕에 음악의 스펙트럼이 풍성해진 것만큼 책 추천도 그러합니다.
제주도 여행을 가거나 폴님의 노래를 들을 때나 어떻게 지내실까 궁금했는데 소식 알려 주셔서 감사해요.
2023년 1월 6일 — 5:52 오후
炫 말하길:
이미 지난 일이지만, 보현이 참 다행이에요!
이번에 새로 나온 Cell paper 읽으셨었군요. 저도 그 코멘터리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저는 잘 물리는 편인 사람인데 같이 있을 사람이 있을 날이 소원하네요.
룰라 당선은 제가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브라질 친구들에게도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 얘기를 하다가도 다른 나라 정치에 대해 무지한 저에게 신나서 강의를 곁들인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2023년 1월 6일 — 12:23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