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여권 갱신. Song#2, #3, #4, #7, #8, #9 믹싱
8/2-3



오두막 연통에서 아기 참새들이 노래를 한다.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조용히 해달라고 아무리 부탁을 해도 소용없다. 눈치없이 재재거리는 아기새들이 지쳐가는 마음을 달래주는구나.
전곡 마지막 리뷰.
8/4


믹싱 완료.
마스터링 넘기다.
8/5
Norman이 마스터를 보내왔다. 잘 하는 스타일과 아닌 스타일이 확연히 느껴진다. 조목조목 리비전 요청하다.
8/6
Norman이 수정본을 보내왔다. 그다지 더 나아진 것 같지 않다. 큰 트랙에서 잘 된 것도 아쉬운 것도 많이 바뀔 수 없겠다. 다시 리비전 요청을 했고, 몇몇 곡에서 섬세하게 남겨둬야할 디테일이 왜 사라졌는지 한 번 더 유심히 봐달라고 요청했다.
8/7-8/13
Norman의 두번째 리비전. 큰 기대를 접었다. 세번째 수정본을 보내올 때까지, 나대로 vinyl premastering을 해야겠다.
몇 년에 걸쳐 만든 노래의 마지막 옷을 입혀주는 이 순간, 소리의 발란스나 음량이 단 0.3 db 만 달라져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지금은 음악을 귀로 '듣는다'기 보다 몸으로 '느낀다'. 딱 0.3 db만, 아니 0.5 db 만 올릴까, 말까. 내릴까, 말까. 이 플러그인을 걸까, 말까. 수천 번 undo/redo를 하며, 꿈꿔온 '그 곳'에 1 밀리미터라도 더 가까워지려 애를 쓴다. 때론 가까워진 것 같지만 또 어느새 멀어져있고, 그리고 다시. 또 다시.
황금귀를 가진 엔지니어라면 한두 번만 들어도 노래의 정수를 붙들 수 있을까. 지극하게 세공한 천겹의 소리를, 세밀화처럼 그려낸 모든 소리를 그런 통찰로 뚝딱 다듬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기는 할까.

시칠리에 사는 한 문맹 여성이 독일로 노동을 하러 떠난 남편에게 보낸 그림 편지를 보았다.
편지 한 장에 담긴 그 모든 것이 그저 아름답다.
8/14
엘피 프레싱 공장에 프리마스터를 넘겨야하는 날. 오늘에서야 겨우 Norman에게서 3차 수정본을 받았다. 밤 늦게 Norman은 새로운 버전을 또 보내주었다. 그런데, 이미 너무 늦었다.
Song#5, Song#9만 노만의 프리마스터를 쓰겠다고 회사에 전달했다.
8/15-17
아내와 떠난 몇 년 만의 여행.
짧은 여행 중에도 끊임없이 오는 메일과 카톡.



8/18
엄마, 부산행.
운동 시작. 나를 챙겨야 한다.
8/19
문수가 남겨두고 간 소중한 것들을 나누었다.
8/20
Brian Lucey라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알게 되다. 마스터링을 (무료로 한 곡) 해주겠다는 인스타 피드를 읽었다.
8/21
Brian 에게 별 기대없이 한 곡(Song#6)을 보내었다.
8/22
아침 일찍, Brian에게 마스터가 왔다. 좋다. 아주 좋다.


점심, 재주도좋아에서 화정, 윤아, 로사 씨 등등과 감자 옹심이를 먹었다. 윤아씨는 보현을 위한 옹심이와 감자전까지 마련해주셨다.
오후, Brian에게 메일 보내다.
저녁, 무려 2 달 만에 Luan과 수업. 지금 Rio Grande do Norte에 있다며 지금 머물고 있는 Pipa라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참을 얘기해준다.
8/23
곧 문을 닫을 예정인 카페에 들렀다. 보현과 갈 수 있는 소중한 곳이 사라져가고 있다.
8/24

바다. 무지개.
8/25
Brian에게 보낼 믹스를 다시 만들다. 특히 <피에타>와 Song#4, 손을 많이 댔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
8/26
오전, Brian에게 새로 만든 믹스 보내다.
밤, 마스터 버전 1 도착.
원영 형과 밤 늦게 통화를 했다.
8/27
마스터 버전 1 모니터. 소리가 깨진 곳이 꽤 있다. 좋은 점과 이해할 수 없는 점이 혼재한다. '성의 없다'고 까지 말하고 싶진 않지만, 문득 문득 거친 손길이 느껴지는 마스터링이다. 내가 보낸 요청 사항 - 코멘트를 (아마도) 읽지 않은 듯하다.
Brian에게 긴 코멘트를 보냈다. 이날 밤, 금세 마스터 버전 2 도착.
공연 미팅. 메아리와 통화.
8/28
버전 2 모니터. 디스토션을 줄이느라 그랬는지 음압이 낮아졌다. 몇몇 곡은 Mid 채널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다시 코멘트를 보냈다.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다.
벗어나고 싶다.

향유포도원의 포도가 도착했다. 베니바라드, 경조정, 흑바라드, 세네카... 일년만에 다시 만난 보석 같은 열매들을 한 알 한 알 아껴 먹으며 영혼을 달랬다.
8/29
누나에게 생일 편지를 보내고, 승연 샘 강아지(코코) 간식을 보내고, 기계상사 사장님과 통화를 했다.
아직 마스터가 오지 않았다.
8/30
10월 연습 일정을 챙겨 보다가 서울행 비행편이 모두 매진이라는 걸 알았다. 이 날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구나... 승빈씨와 급히 통화.
8/31
Freddie Washington의 연주를 계속 듣다. 도무지 어떤 음악도 들을 수 없는 요즘, 그의 연주는 들을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구나.
최근 댓글
khj113: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면서, 가끔 공연장의 색깔과 공기를 떠올리며 위로받아요. 좋은 공연 감사해요. 또 보고, ..."
우후:
"2.8.(토) 공연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이 공간을 찾습니다. 쌀쌀한 겨울 바람에 미리 장갑도 ..."
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