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비가 많이 온 날. 새로운 노래 작업을 시작했지만, 영 신통치 않다.
BBBBBGA
나를데려가줄래?
AABAGEGG
슬픔이없는곳으로
서울에 두고 온 나일론 기타 생각이 간절하다.
2/2
Song#7 급 탄생. 아침에 본 책의 뒷표지, 단 한 줄이 노래의 실마리가 되다니.
"식물을 좋아하다 보니, 저는 제가 식물이 된 것만 같습니다."
길게 가사를 썼다가 송폼을 아주 단순하게 다시 만들었다. 1절만 남기다시피한 노래를 아내와 보현에게 들려주었다.
2/3
다시 추워지고 있다. 노래의 2절 가사를 살리고 송폼 확정. 진수에게 보내주고 공연 때 부르기로 했다.
'단순하게', '쉽게' 노래를 만드는 게 힘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unlearn'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나날. 이번 공연에 미선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건 잘한 결정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볼 수 있고, 회고의 힘으로 'unlearning'을 한 번 해보는 것이다.
큐시트를 정리해서 공연팀에 넘겼다. 날이 추워진다는데 관객분들 대기 공간이 마땅치 않을까 걱정이다.
2/4

주문해 둔 parallelyzer 실전 투입. 피에타 뒷부분에 Mood II를 과감히 써보기로. 정말 '미친' 것처럼 그런 '무드'를 위해. 11번 째 리허설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페달보드 세팅하다. 필요한 케이블을 모두 퀵으로 시켰다. 공연 의상을 집에서 갖고 오지 않아 아내에게 택배로 보내달라 부탁을 하고, 허상점과 라마홈에서는 퀵으로 옷을 보내고,
2/5

Cecília가 추천한 영화 <The Room Next Door>를 보고, (거의) 종일 연습. 페달 밟기가 익숙해지려면 노래하면서 정확히 밟는 연습을 계속 하는 수 밖에. M-vave와 Blooper 연결이 만만치 않음을 알고 좌절하다가, 우연히 TRS-2TS 스플릿 케이블을 꽂았더니.. 된다! 스플릿 케이블 하나 급히 주문.
2/6


현장 리허설. 정말 너무, 너무 춥다.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스탭들이 다들 난리가 났고, 진수와 서윤은 손이 많이 시려보인다. 걱정이다. 결국 열풍기와 담요를 준비하기로 결정.
2/7

공연 첫 날.
아름다웠다. 금요일 첫 공연 만의 '에너지'가 그대로 드러난 날. 이런 날에는 디테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관객과 연주자들의 에너지가 그냥 모든 걸 끝내버리니까. 진수가 오늘까지만 악보를 보고 하겠다고 했다.
2/8

둘째 날. 어제보다 날은 풀렸는데 공연장은 더 춥다. 관객들이 추워하는 모습이 보이고 마음에 동요가 일어났다. 이러면 안되는데. 늘 그렇듯 차분한 토요일 공연. 미스테리한 이 패턴의 이유는 뭘까. 세 명 모두 all black으로 옷을 입고 무대에 섰다.
2/9

마지막 날. 예상한대로 첫째 날과 둘째 날, 그 사이 어딘가의 바이브가 있던 날. 그러니까, 아주 적당한 에너지과 호응, 정교함. 잘 제어된 웰메이드 사운드.
사흘 간의 공연을 감사히 마쳤다.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말도 안 되는 듯 보인 이런 공연을, 덕분에 결국 해냈구나.
2/10
조금 쉬고, 상순+효리와 영화 <메모리>를 보고, 세종에서 정마리 님, 부지현 작가님, 피디님, 무대 디자이너 님과 미팅을 마치고 집으로.
2/11
휴식.
아내 휴가 숙소 예약. 냉장고 수리를 오신 기사님이 넌지시 말을 꺼내신다. "새로 하나 사시죠?" 우리집 냉장고가 이제 한 20 년 쯤 됐을까. 앰비언트 공연 장비를 담아갈 28 인치 튼튼한 케리어를 주문했다.
2/12
효진씨에게서 문자. 아직까지도 섭외 연락이 효진씨에게 가는 모양이다.
휴식. 운동. 2월에 농장일을 하기는 글렀다. 일단 너무 춥고,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구나.
2/13
4월 엄마+삼촌들 여행 숙소 예약. 휴식. 운동.
2/14-17

아내 휴가. 지구상회에 들러 수리를 마쳤다는 스피커 점검을 해주고, 브루스에게서 빌린 삼각대를 돌려주었다. 보현을 돌보고, 앰비언트 라이브 세팅하고, 보현 밥을 만들고 동원 씨를 잠시 만나고, 집안 일을 하고, 보현과 맛있는 것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parallelyzer로 페달 보드 세팅을 하다가 Chroma console로 교체.
제주살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치킨을 사먹었다. (순살치킨)
원고 제안을 조금의 고민도 없이 (정중히) 거절했다. 지금의 나는 더욱 선명해 진 것 같다.
2/18
서울에 다녀온 후 눈이 가렵다. 안과에 들렀더니 선생님은 별 고민 없이 '알러지' 질환 같다고만 하신다.
기타로 처음 앰비언트 작업을 해 보다. 음... 말이 된다.

짐을 꾸리다. 큰 트렁크 1개 반+배낭의 2/3가 음악 장비로 꽉 차버렸다. 나머지 공간에 카메라, 필름, 2주 간 입을 옷을 겨우겨우 넣었다. 그래도 작년 앰비언트 셋에 비하면 얼마나 컴팩트해졌나. 나 혼자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가방 세 개에 이 모든 장비를 넣을 수 있다는 게, 생각할수록 뿌듯하고 기쁜 걸.나는 이제 지구 끝이라도 가서 공연을 할 수 있다. (초대형 수화물들이 무사하기만 하다면.)
묵음에 갔더니 친구들이 잘 다녀오라고 드립백을 안겨준다. 기쁘다.
2/19
서울행. 좀 쉬면서 명리학 강의를 들었다. 지장간과 삼합의 원리는, 명리학의 꽃.
2/20

유럽으로.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을 읽으며 바르샤바 하늘을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