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셀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6년, 7개월 전

    폴님 안녕하세요.
    저는 안테나에서 샘을 제일 좋아하는데요! 정말 마음 속 깊이 솔직하게, 안테나 레이블 콘서트에서는 폴님 무대가 제일 좋았어요.

    집중해서 잘 들어야지, 하고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어서, 폴님 순서중에 계속… 좋은데 너무 좋아서 힘에 겨운 느낌이 들었어요… 으악…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들려주신 그 곡을 다시 들을 수 있는 겨울날을 상상하고 있어요.

    해적방송에 인용하신 어떤 글의 내용처럼 말 그대로 와우! 였답니다.

    “작품에 대한 반응에는 세 가지가 있다. 좋아. 아니야. 와우! 이 ‘와우’가 목표로 해야할 일이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

    저는 혼자 음악 들으면서는 눈물이 잘 안 나요. 취약한 분야의 시각적인 자극(ex:개가 아프다던지, 개가 혼자서 주인을 기다린다던지, 주인이 몰랐던 개의 사정이 드러날때라던지)이 있으면 펑펑 잘 우는데 상상력이 부족한지 어쨌는지 음악만 듣고선 운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번 공연 가기전에 처음으로 수술이라는걸 해보고, 평생 겪어보지 못한 고통을 체험하고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되게 스스로도 낙천적이다 싶을만큼 차근차근 회복하고.

    잘 견뎌냈다! 견딜만 했지, 큰 병도 아니었고- 떵떵거리면서 잘 퇴원했는데 이상하게 밤마다 잠이 안 오는거에요. 그래서 매일 새벽마다 혼자 멀뚱멀뚱 깨어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심심한 새벽에 제발 자고 싶다는 마음으로 눈감고 이런 저런 노래를 듣다가 에 있던 「아직, 있다」를 들으면서 입으로 벙긋벙긋 따라불러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날은 펑펑 울다가 잠을 푹 잤답니다.

    아마도 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저의 찡찡에너지(?)=나 힘들었는데. 그 수술 별거 아니라고 해도 나는 되게 무서웠는데. 하는 그 감정들이 나는 아직,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서 저절로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혼자 눈치안보고 마음대로 투정부리면서 엉엉 울다보니까 속이 시원해지더라구요. 되게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부산 공연을 동생이랑 갔어요. 어쩌다보니 서로 따로 앉았는데, 집에 오는 심야버스에서 둘이 뒷풀이를 하다가 만장일치로 폴님이 베스트였다고ㅋㅋㅋ 통해가지고 또 신기했어요. 저는 그나마 폴님 음악을 두어곡정도 알고 있었지만 동생은 아예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모르긴 몰라도 좋은 건 기가막히게 알아보는 자매입니다. (자화자찬 및 폴님칭찬)

    아 그리고 새로 쓰신 곡 이름, 둘 다 1층 맨앞에서 들었는데도 유난히 잘 안들려서… 너무 궁금해요. 저는 ‘백일몽’이라고 들었고 동생은 ‘안녕’으로 들었어요. 둘 다 틀렸죠? 제껀 제가 생각해도 좀 이상하고 그나마 동생 쪽이 그 날 들었던 음악과 가까운 분위기의 이름같은데 확신이 없어요. 아아 궁금하다.

    지금은 「검은 개」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어요.

    두서없고 길지만. 또 게을러서 늦어졌지만. 그래도 꼭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구구절절 핸드폰ㅋㅋㅋ자판을 두드리고 있어요.

    폴님의 음악은 한 조각 한 조각 파내신 가사와 음들이, 그랬어야만 하는, 꼭 제자리에 맞는 것들이라 편하면서도 또 제가 듣고 싶은대로 제 마음에 맞추어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감사합니다. 겨울을 기다릴게요.

    • 그 음악의 제목은 ‘안녕’이고, 새 앨범 첫번째 트랙에 수록될거라고 하셨고 ‘안녕’이란 제목은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셨어요. 같이 11월 기다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