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보현의 유모차를 사왔다.
발과 무릎에 또 커다란 발진이 생겼다. 가을이구나.
인성이 결혼 소식을 전해왔다.
Szabina와 수업. 헝가리어로 '사랑'을 가리키는 단어는 두 개다. szeretet. 어느 누구에게나 쓸 수 있는 보편적 사랑. szerelem. 주로 연인과의 사랑.
11/2
가려움증이 심해지고 있다. 물집을 터뜨려도 계속 생겨나는 것이 너무도 기괴하다.
인성 (예비) 부부를 오두막에서 만났다. 신혼집을 자기 손으로 직접 지어서 산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헝가리어 공부 조금. 주문한 붐폴이 왔는데 젠더가 없어 애를 먹다.
<Transcendence>를 들으며 한 시간을 걸었다.
11/3
낮에 지구 상회에 가서 엽서 회의를 하고, 은혜, 로사까지 모두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필름 두 롤을 사고, 우체국에 가 책 반품하고, 크기별로 방수 밴드를 사와 발진이 난 곳에 붙이다. Szabina와 수업. 공연에서 할 얘기는 거의 다 배웠다. 오후 늦게 교정지가 왔다.
11/4
새벽 3시 기상. 아무리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지만 늦가을 새벽 3시는 영 힘들다.
보현 설사.
점심 즈음 성당 근처에 갔다가 오후에는 테스트 프레싱 듣고,
교정.
Green Vinyl에서 메일이 왔다. 자신들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난감하다. 할 일이 태산이다.
아내는 서울에 갔다.
11/5
프로툴스로 TP 데이터 옮겨서 비교. 같은 위치에 클릭, 팝 노이즈가 있다. 이건 도저히 승인할 수 없다. Pierre에게는 최대한 드라이하게 이 사실을 알렸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에 대한 동영상 -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정말 좋은가.
사람들의 댓글이 흥미롭다. 사티의 'simplicity'와 에이나우디의 'simplicity' 다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몇몇 이들의 의견은 이렇다.
에이나우디의 음악이 재미없는 이벤트를 늘어놓은 것 같다면, 사티는 사소한 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적어놓은 시 같다.
에이나우디의 단순함은 지루한데, 왜 사티의 단순함은 거의 완벽한 느낌일까?
사티의 단순함은 상상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선사해주지만, 에이나우디는 그렇지 않다.
사티의 음악은 막상 들리는 것 만큼 그리 단순하지 않음. 음악을 계속 흥미진진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여러 선택지를 주니까.
사티의 음악이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는 신비함과 예측불가함이 있는데, 에이나우디의 음악에는, 없다.
'예측가능'하게 단순하다면 최악이 되고, '예측 불가'한 단순함은 걸작이 된다. 특히, 포크가 그렇다.
2교.
서울행. 연습.
11/6
82세의 나이에 생애 두번째 앨범을 낸 Mutinho의 목소리.
교정.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날씨 속에서 댄스 필름 촬영을 마쳤다. 댄서 승리님, 혁진 감독님과 모든 스탭들이 엄청나게 고생한 날. 촬영을 마치고, 메이킹 인터뷰까지.
11/7
연습.
확실히 목이 좋아졌다. 호흡도 길어졌다. 담배를 끊은지 4-5년 만.
올해 감귤 주문 시작.
11/8
결혼 기념일. 아내가 요리를 해주었고,
Green Vinyl에 테스트 프레싱을 승인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급히 국내 업체를 알아보았다.
11/9
라이너노트 수정, 전달. 2교.
Szabina와 수업. <4월의 춤>를 헝가리어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설명할지를 Szabina와 의논하고 공부했다.
11/10
엘아센 무대 구성. 두 분의 수어 통역사와 트레버스 스테이지. 어떻게 무대를 꾸며야 하나.
엘피 라벨 디자인. 2교지 발송. 농원 엽서 디자인, 지류 컨펌.
11/11
결국, 모든 친환경적 접근은 봉쇄되었고, '관행'으로 엘피를 만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업체에서는 아주 '보수적'으로 엘피를 만들고 보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너무도 허탈하다.
11/12
프로필 촬영. 태은 작가님을 10년 만에 만났다. 허님의 옷이 잘 어울려서 다행이다. 촬영을 마치고 공항 근처 호텔로 가서 쉬었다.
11/13
출국.
11/14-20 부다페스트
KOREAI ZENEI FESZTIVÁL | 11.15. (szerda), 19:30 @ Magyar Zene Háza (koncertterem)
- 봄눈 Tavaszi hó
- 강 Folyó
-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Vajon honnan fúi a szél?
- 물이 되는 꿈 Vizzé válok álmomban
- 4월의 춤 Áprilisi tánc
- 한 줌의 노래 Maréknyi dal
- 아직, 있다. Még itt vagyok
- 그대는 나지막이 Megszólalsz halkan
- 바다처럼 그렇게 Mint a tenger, úgy
- 은하철도의 밤 Egy éjszaka a Galazis Expresszen
- 어부가 Halászének
+ 걸어가자, 고등어
11/21
귀국.
11/22
테스트 프레싱 검수. 오른쪽 레벨이 왼쪽보다 확연히 낮고, 노이즈와 디스토션도 심각하다. 급히 결과를 전달해 두었다.
11/23
귤이 꽤 익었구나. 90% 정도 맛이 들었다 해야할까.
11/24
보현과 휴식.
11/25
아내가 서울에서 돌아왔다.
11/26
서울행. 파주에 가서 마지막 교정본을 전해드리고, 가제본을 받아왔다. 예쁜 꽃을 받아 들고 재형형 집으로 갔다. 요정재형 녹화.
재형이형. 상순 커플. 펩톤. 모두 반갑고,
시간을 이기는 인연은 없는 거구나.
11/27
엘지 아트센터와 줌미팅.
엘피 업체 엔지니어와 통화. 이런 마인드를 가진 분이 내 동료들의 엘피를 만들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다.
11/28 - 12/4
화정, 윤아, 동원, 규동, 누리, 은혜, 근영, 기연, 윤정, 로사, 부르스, 다올, 문경, 보리, 두치, 보현, 하나, 그리고 폴.
친구들 덕분에 올 수확도 감사히 끝났습니다.
해나 말하길:
보수적이지 않은, 관행을 따르지 않는….. 친환경스러운 엘피를 제작하고 싶으셨던 것이었군요.. 배경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천천히 나와도 좋습니다. 앨범제작은 폴님의 분신(?)을 만드시는 거라 생각해요 저는 ㅎㅎ 그만큼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만들어주세요!
아,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1화에서 평범한 사람을 들어서 너무 놀랐어요. 거친 드라마에 이 서정적인 곡이 삽입되니 평소에 느껴왔던 곡의 느낌이랑 좀 다르고 묘하다 싶었습니다. 하핫.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 2월 12일 — 1:50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