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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의 드레싱을 갈고 소독을 했다. 거즈를 벗겨내자 검게 변한 살갗이 보인다. 하지만 보고 싶지 않은 상처를 보고 나니, 오히려 용기가 생겼다. 

삼바를 좋아한진 지, 십 몇 년 만에 baixaria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되었다. 대단한 악기 없이 삼바를 연주하던 브라질 사람들에겐 일종의 궁여지책이었겠지만, 지금은 '그들만의 것'이다. 그렇게 궁여지책으로 탄생한 것이, 유일무이한 아름다움이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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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분 500 kg 를 뿌리다. 레몬 나무 한 그루에 깍지벌레가 보였지만 나머지 나무들은 비교적 양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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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대체 하루에 몇 시간이나 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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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 Palladino의 베이스는, 하염없이 선한 톤으로, 독립적인 리듬으로, 단순한 리프 차원을 넘은 카운터 멜로디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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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의 지렁이 아파트에 음식물을 묻어주었다. 마른 가지를 조금만 들어도 꽉찬 지렁이들.

지렁이들에게 밥을 주고 나서 그린 지렁이 아파트에 대한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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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순은 붉고 푸르고 튼튼하다. 깍지벌레가 낀 나무들을 찾아 일일히 기계유유제를 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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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아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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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산타 바바라의 화학자들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는 푸른 물질을 만들어냈다는 논문이 JACS에 실렸다.

2 세기 전, 인간이 최초로 그리고 최후로 만든 염료가 코발트 블루였다니, 인류는 역사상 두 번째의 염료를 만들어낸 셈이다. 망간과 이티륨과 인듐과 산소로 만들어진, 세상에 한 번도 없던 푸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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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네를 만나고 시청에서 분할측량 신청을 했다. 보현이가 붕대를 풀었다. 하지만 허리에는 여전히 투명호스가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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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돌라왔는데, 꽁지깃을 다친 새끼 제비가 대문 앞에 주저앉아 있었다. 잔뜩 겁을 먹은 제비는 목덜미를 쓰다듬어주자 펜더처럼 하얀 눈커풀을 올리고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사람이 왔다. 꽁지깃이 빠졌네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거미줄일 수도 있는데요. 새끼 새들은 나는게 서투르니까요. 그런데 대문에 쳐진 거미줄에 정말 뽀얀 솜털이 그렁그렁 달려있다. 

 

7/26

보르도액, 기계유유제 살포 (고상 보르도액 1 포 + 기계 유유제 10 L in 950 L 물) 도중 호스가 새는 것을 발견하고 작업을 중단했다. 기계상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호스 수선이 가능하다고 해서 호스롤을 말아 챙겨 돌아왔다. 오늘 낮기온은 34.1 도. 한낮을 피해있다, 고장난 예초기도 들고 기계상사에 다녀왔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보낸 제비의 안부를 물으니, 제비는 먹이를 잘 먹고 있으며 며칠이 지나면 바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줄 예정이라고 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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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한 호스로 방제 시작, 아침 9시 반까지 작업을 마쳤다. 보르도액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잎 색이 옅어진 것 같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미노산 엽면 시비를 서두르라고 하셨다. 기술센터에서도 비슷한 얘기 - 질소 부족-를 하셨다. 생각해보니, 작년 밭 주인이 여름, 가을 비료를 주었을까, 싶기는 하다. 

유기 칼슘을 만들기 위해 패화석을 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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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생일. 새벽 부두에 가서 4.3 kg 짜리 참돔을 사와 축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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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칼슘 만들기 시작. 선생님의 recipe대로, EM-B액 20 L에 구연산 1 kg를 넣고 밤새 녹였다가, 8L를 따라내고, 패화석 2 kg를 녹였다. 혹시나 해서 화학자의 직업병으로 mole balance를 체크해보았는데, 몰 비율도 그렇고 최종 product인 구연산 칼슘 (calcium citrate)는 용해도나 너무 낮은 물질이라, 이해가 잘 안 가는 반응이다. recipe에 오류가 있다 싶어서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구연산 대신 목초액을 쓰라고 하신다. 저런. 

대체할 방법을 떠올리다가, 다시 몰 발란스를 계산하고, 현미 식초를 사왔다. 계산상으로는 6% 식초를 가정할 때, 패화석 2 kg에 현미식초 10 L를 섞으면, 패화석 (CaCO3) 이 2 배 excess가 된다. calcium acetate의 용해도는 calcium citrate보다 훨씬 더 높으니 문제가 없고, 반응 후 미반응 물질만 걸러 쓰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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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의 앰프 회사에서, 한국까지 앰프를 보내줄 수 있다는 답장이 왔다. 어서 이 독특한 소리를 녹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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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4 형제들이 날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날지 못하고 마당에 혼자 앉아있다. 자세히 보니 한 쪽 날개가 이상했다. 태어나면서부터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다. 야생 동물 구조 센터에 연락을 했고, 엊그제 오셨던 그분이 다시 오셨다.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차라리 편히 보내주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을 남기고, 아기 제비를 데려갔다. 아직 네 마리의 알 껍질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현관 위에는 세 마리만 남아있다. 유난히 목소리도 크고 덩치도 크던 제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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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 씨의 칼럼을 읽다. 그의 표현대로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란, 실로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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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B 한 통만 남겨두고, 소금 60 kg를 섞어 물 1000 L에 희석, 관주 하였다. 가물고 염도가 높은 것이 걱정이 되어서 오후에 다시 물을 흠뻑 관수해 주었다. 벌써 3 주 가까이 비 소식이 없다. 날이 가물어서 걱정이다. 나무 곳곳에 매미들이 벗어두고간 옷이 걸려있다.

이제 내가, 어떤 식의 존경심도 없이,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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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부터 물 관수. 비로소 비의 위대함을 알 것 같다. 시간당 고작 1 mm의 비가 1 시간만 내려도, 내가 반나절 관수하는 만큼의 물을 나무들에게 줄 수가 있다.

EM 센터에 가서, 아미노 액비, 키토 목초액을 사고, EM 원액을 조금 샀다. 선생님을 만나서 어떻게 EM 액이나 아미노 액비를 관주 할 것 인가, 얘기를 했는데, 이렇게 날이 가무니 방법이 없다는 건 같은 생각이다. 올 7월 강수량이 작년 대비 67-70%, 평년 대비 66-69% 밖에 안된다.

오후에 기술 센터에서 광합성 세균 10L를 받아왔다. 시청에 가서 다시 재조정한 측량도를 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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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새벽부터 깨 수확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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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닷가 쪽에서 번개가 치는 것이 보인다. 광합성 세균 5 L, 키토 목초액 5 L, 아미노 액비 1 L, EM-B 5 L, 집에 있는 짜투리 소금들 긁어 모아 300 gr in 1000 L 물. 엽면 시비를 시작했다. 2 시간 즈음 지났을까, 스콜이 내리기 시작하여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했다. 만들어둔 액비는 어째야 하나, 고민하는 와중에도 이렇게 나마 비가 내려주니 차라리 고맙다 싶기도 하다. 점심 시간이 지나고, 언제 어떻게 내릴 지 모르는 비에 그냥 남은 액비를 모두 관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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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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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의 옆구리 호스를 제거 했다.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스콜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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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리스트를 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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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꿩 한 마리를 묻고 낙엽을 덮어 주었다. 

길 위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을 다 묻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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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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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보현이와 산책을 했다. 연못 가득 연꽃이 피어오른 밤. 함께 걸을 수 있어 감사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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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와 기타, 제주.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안고 공연장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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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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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노산 3 L + 키토 목초 5 L + 광합성 세균 5 L + EM-B 액 5 L in 1000 L 엽면 시비. 꼼꼼하게 뿌리다 보니 절반도 못해 다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아침 햇살은 충분히 견딜만큼만 따갑다. 더위가 한 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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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다가 창고 부지 현황 측량을 했다. 지영 아빠 봉식 아빠과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 다시 밭에 갔는데 다시 소나기. 어쨌든 1000 L 액비를 더 만들었다. 땅도 마르고 나무들도 수세가 엉망이니 이제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광합성 세균이 다 떨어져서 기술센터에 전화를 해봤지만 화요일 금요일이 아니면 나눠줄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 밭으로 온 경호를 잠시 만나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호스 연결 부위가 터져버려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중단했다. 돌아오는 길에 공구 상자를 사서 필요한 공구를 다 수납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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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든 1000 L도 금세 소진하고 말았다. 깍지 벌레도 꽤 있고 잎을 열심히 갉아먹는 애벌레들도 있다. 레몬 순에는 귤굴나방이 잔뜩 끼었다. 수세가 약해진데엔 분명 작년의 유난히 추웠던 겨울 탓도 있을 것이고, 비료를 주지 않았던 전주인 탓도 있을 것이다. 올 봄 선생님 말씀에 봄비료를 안 준 탓도 있다. 아마 선생님은, 안정된 수세를 기준으로 말씀하셨을텐데, 대부분의 나무들 특히 관행에서 친환경으로 넘어가는 나무들에겐 정말 위험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게다가 한 달 반 째 가뭄이니 비료를 준 들, 액비를 준 들, 뿌리로 양분을 먹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다시 300 L 더 조제. 또 소진. 100 L 더 조제, 총 2400 L 살포를 마쳤다. 동력 분무기와 장비들을 바깥에 두는 것도 걱정. 전기 누진세 때문에 액비 제조도 미루고 있으니 EM-B 액이 모자랄까 걱정. 계속 가뭄이면 어쩌나, 이것도 걱정. 세 달을 더 버텨야 창고도 짓고, 관수 시설도 하고, 액비도 계속 만들 수 있는데.

낮잠이 달다.

오후 4 시. 다시 스콜이 내린다. 무슨 마가 꼈나. 영양제를 뿌린 날엔 꼭 이렇게 스콜이 내린다. 8월말까지 비소식이 없다. 가뭄이다. 

보현이 등에 지방종이 생겨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올해엔 아기가 항생제를 달고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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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이 내릴 것 같아 일단 집에서 대기하며 이런저런 구상을 했다. 그리고 3시 부터 2 시간 여 스콜이 내렸다. 조금 일정을 당겨서 일요일쯤 엽면 시비를 해야겠다. 기술 센터에서 광합성 세균을 받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열린 창틉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몇 달 만의 서늘한 바람인가. 시내에 나가는 아내에게 부탁을 해서 도서관에서 책 몇 권을 빌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