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오전. 시내에 나가 손톱 연장 시술을 했고, 안경점에 들러 안경을 찾았다. 벚꽃이 절정인 거리가 참 아름답다.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봄꽃.
오후, 밭으로.
은규씨에게 보낼 카라멜을 샀다. Pau에게서 메일이 왔다. Carlos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같이 하긴 어려울 듯 하다.
4/2



기계상사 사장님이 전화를 주셨다. 과수원 380 V 콘센트는 교체를 했는데, 분무기 플러그는 교체를 못하셨단다. 밭에 가서 분무기 플러그를 교체하고, 벽 콘센트 보호 덮개를 타카로 쏘고, 물 200 L 맞추고, 도포제 제조하느라 개봉해둔 보르도 가루를 섞어 - 약효가 떨어졌을 것이므로 - 함께 교반. 약 치고, 다시 물 1000 L 받는 사이 전정. 농협에 가서 실리콘을 사서 벽체 틈 보강하고, 돌아오다.
Andreas에게 메시지. 답장이 왔다.
세종 피디께 메일. 새 앨범 녹음 일정 잡기. 서울행 일정 조율.
4/3
간밤 Andreas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Andreas에게 메일 쓰고, Carlos가 뒤늦게 메일을 보냈다. Song#8이 너무 아름답다고,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다.
Song#9 완성.

방제 #1-2: 1000 L 에 투보르탄 1통, 마니카 보르도 1포 + 알파 + 4L 사계유. 어렵게 마치다. (약이 여유가 있었다. 초반에 빨리 쳐서 그런지)
4/4

파면.
Pau와 Juddit의 듀엣 앨범 전곡이 공개된 날. 13 곡이 한결로 아름답다. 그리고, 섬세하다.
섬세함, 미묘함 없는 아름다움은 이제 아무리 애를 써도 상상하기 어렵다. Joan Manuel Serrat가 참여한 <Vin d'un poble>는 정말 이 아름다움을 어떻게 글로 적어낼 수 있을지 모를만큼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목소리 하나로 음의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81 세의 카탈루니아 가수. 리듬과 음정의 분별을 훌쩍 넘는 숭고한 목소리. 그리고 Pau의 기타.
밭일을 마치고 와인과 회를 사와서 파티를 했다.
4/5
밭일을 하고 아내를 데리러 갔다가, 보현, 아내와 저녁을 먹고 돌아오다.
앨범이 너무 아름답다고, Pau에게 메일을 썼다.
4/6


점심을 먹고 밭일을 하고, 녹음(관련 일 무언가) 하고 오다.
동네에서 올봄 첫 제비를 보았다.
적이형, 원영 형, 순용과 약속을 잡았다.
4/7
전정. 오두막에 마이크 세팅을 해두다. Neumann M149 -> Sonic Farm Creamer+ -> Kush Tweaker -> Studer 169 (EQ, filter) -> Dangerous Music AD+ -> Focusrite Red16Line -> Computer.
이 강렬하고, 원초적인 에너지란. African인가 했는데, Baiana였어.
Carlos에게 메일을 보냈다.
4/8
방제 #2-1: 투보르탄 2 병 + 사계유 4 L in 1000 L.

정말 맑고 푸른빛이라, 투보르탄은 1000 L 물에 풀어 놓으면 물빛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 좋기도 하고 왠지 서운하기도 하다 - 아무 것도 안 넣은 것처럼 느껴져서. 아내가 일하기 편하도록 약줄 정리를 미리 하고 방제를 무사히 마쳤다.
까치 한 마리가 밭에 죽어있었다. 동백 나무 아래에 묻어주고 기도를 했다.

올해도 같은 자리에 향기 별꽃이 한아름.
정원 꽃과 나무에 물을 주었다. 식물에 물을 준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야.
시내에 가서 청소기를 맡기고, 커피를 마시고, 보현 병원에 들렀다, 돌아오다. Andreas와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낮과 밤이 정확히 반대에 있는 이와 주고 받는 인사.
Luan과 오랜만에 수업. <Água>를 두고 수업을 했는데, 발음할 때 유의할 점, 지킬 것 등을 얘기했다. Carioca처럼 발음을 하든, Paulistano처럼 발음을 하든 상관없지만, '일관성 consistência'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는) 강조했다.
Andreas에게 스템을 보냈다. Carlos에게서 괜찮다고, 연락이 늦어져서 미안하다고 메일이 왔다. Andreas가 Tiki의 메일을 다시 알려주어서 메일을 다시 보냈다.
피곤했지만, 녹음용 화일 정리, 악보 수정을 다 하고 잤다.
4/9
새벽 일찍 Andreas에게서 문자가 왔다. Song#8의 기타 아르페지오가 너무 좋고, 곡이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 같아 대체 어떻게 피아노를 넣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집에서 가상악기로 몇 take를 녹음해서 보내주겠다고 했다. Tiki는 아직 답장이 없는데, Andreas 말로는 꼭 참여할 거라고.
오전. 은행에 들렀다 안테나에 녹음실에서 쓸 스템/데모를 보냈다. 손톱을 다듬고 녹음할 곡 연습하다. Song#9 를 치면서 베리에이션을 생각했다. 오후가 되니 날이 흐려지고 비 냄새가 났다. 보현의 발바닥과 똥꼬 털을 밀어주었다.
4/10

서울행. 머리를 자르고 원영이형 적이형 순용이 만나다. 정말 오랜만의 저녁 술자리. 이렇게 만난 게 10 몇년 만일까. 동욱이 빈소에서 다들 만났을 때 보자고 말을 꺼내놓고 4월이 되어서야 그 약속을 지켰다.
4/11

상순과 치과에 들렀다, 포토마루에 갔다가, 소포라에 가서 전시를 보고, 점심을 같이 먹고, 기타 수리를 하러 가서 스틸 기타 셋업을 했다. 사장님은 넥이 조금 휘었다며 (돈도 안 받으시고) 수리를 해주셨다.

저녁 7시.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녹음. 진수, 서윤씨와 두 달 만에 다시 소리를 맞추었다. 녹음실 분위기가 산만했지만 여기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나은 솔루션이었다.
내 기타: 쉡스 Cardioid + Stam 47 ; 진수 기타: 쉡스 Cardioid + LDC(?) ; 서윤: 184 + LDC (TLM 103?) ; 특별할 것 없는 프리앰프 세팅.
이 곡의 트리오 버전은 나의 페이지 어딘가에 아주 깊게 남아있을 것 같다.
4/12

<마음> 녹음. 스틸과 나일론 기타 소리를 비교해보고 스틸로 결정. 코러스 페달을 써보려 했지만 라인 연결에 문제가 있어서 (시간이 지체되기에) 그만두었다. 진수의 쉡스 마이크에서 노이즈가 많아 184로 교체. 소리가 약간 밝아졌다. 어제보다 조금 수월하게 일찍 녹음을 마쳤다.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주 바람이 너무 거세서 비행기가 못 뜰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하루 더 있다가 내려가기로 하고 내일 아침 비행기를 다시 끊었다.
4/13
새벽에 누나집 천장에 물이 새는 걸 발견. 편치 않은 마음으로 공항에 갔다. 제주는 바람이 세긴했지만 다행히 잘 도착했다.
4/14
Song#9 데모 작업. 여전히 고민 되는 가사 일부. 나의 '손끝부터 발끝까지'를 두고 내가 '우리'라 부를 수 있을까? 그럼 '나'는 누구지?
Luan과 수업. <Água>에 대한 얘기를 더 했다. Niterói 출신 (Fluminense) 두 사람이 읽은 가사를 녹음해서 Luan이 들려주었다. Rio 사람들 특유의 chiado /S/. 그리고 guttural /R/! 자음 /R/ + 모음의 연음 발음이 경우마다 달라, Luan과 이런 얘기를 하며 한참 웃었다. 나는 이런 대화가 너무 좋다.
4/15
Andreas에게 Song#9 보내주다. 노래가 좋은데, 기타 + 퍼커션 편성이면 충분하게 들린다고했다. 마침 Song#8 작업 중이었다며 연습 take 3개를 보내주었는데, 나쁘진 않은데 아쉽다. 문득, 아 난 참 까다로운 프로듀서지, 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Andreas가 갑자기 어쿠스틱 피아노보다 가상악기 소리가 더 좋은 것 같다, 는 말을 했다. 미디 화일을 보내달라니, 화일은 없고 오디오 녹음한 것만 있다고 말했다. 어쿠스틱 피아노로 녹음을 하면, 피아노 상태를 자기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뭐랄까. 그냥 작업을 적당히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느낌이랄까. 일단은, 알겠다, Tiki와 리듬 녹음을 하고 나서 그럼 다시 얘기해보자고 했다. 그럼 4/21에 잡아뒀다는 녹음 세션은 어떻게 되는 거야.
보현 다리가 많이 불편해 보여서 걱정이다.
4/16
오전에 보현과 병원에 갔다. 보현 다리 깁스를 하고, 같이 커피 마시고 귀가.

종일 Song#6 데모 작업.
4/17
날은 흐리고 몹시 바람이 부는 날. 마당에서 나비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잔디 사이에 작은 호랑나비 한 마리가 쓰러져있었다. 나비를 손가락 위에 태우니 제법 잘 올라온다. 꿀물을 줘도 먹지 않는다. 바람이 너무 거센 탓에 바람에 몸이 날라가면서 충격을 받은 걸까. 바람을 피해 수국 안 쪽 이파리에 두니 잘 매달려 있다. 부디 무사하거라.

밭으로. 봄순이 제법 바랐다. (3-4 mm 정도) 레몬 나무 순이 자줏빛으로 많이 올라왔다. 올해엔 레몬꽃이 많이 오겠다. 아내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눴다. 아내와 보현이 아픈 이후 많이 지친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와 일상의 루틴에 대해 다시 의논을 했다. 아내는 집안 일과 보현 케어를 더 해보겠다고 했다. 내가 음악과 농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몸이 많이 힘든 하루.
4/18
Song#6 가사 일부를 수정해야겠다.

오전에 오두막에 가서 마이크 세팅. 그런데 Creamer+ 한쪽 채널이 맛이 갔다. 몇달 전만 해도 괜찮았는데, 무슨 일일까. 기계는 무조건 계속 사용을 해야 유지가 되는 법이구나. 간만에 데스크 앞에 앉아 작업을 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할게 너무 많아. 스피커 칼리브레이션도 해야하는데. (하는 법도 잊어버렸다.) 진공관 예열하고 라인 연결하는데에만 시간이 꽤 걸렸다. Tweaker는 LA-2A 세팅 값으로 (세팅 차트 위에 적혀있는 것으로). Studer169 Lo Cut도 해보고. 내일 조금만 더 테스트해보기로. (e.g. 7kHz cut 등)

오두막 옆 동백 나무에서 아주 큰 청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이 높은 나무 꼭대기까지 대체 어떻게 올라왔니.
소리는 꽤 괜찮게 들리는데 더 제대로 모니터해야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 김밥+라면을 점심으로 먹고, 집에 와서 반신욕을 하고, Sync Next 회의.
아내와 종일 서먹했던 하루.
아내가 많이 울었다.
간만에 단골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주인 두 분이 반가웠고, 보현도 너무 기뻐했다. 보현이 집에 안 가겠다고 뺀질거렸다.
4/19
밤에 비소식이 있다. 방제를 내일로 미뤄야겠다.


오전 Genelec SAM 스피커 칼리브레이션. 노래 녹음. 시그널 체인 연구.
결론은,
M149 -> Creamer+ (pentode, no transformer, gain 10 o'clock, no air, no FAT) -> Tweaker: LA-2A setting. output level은 VU meter를 보고 결정. -> Studer 169 (HPF ON, EQ 200 Hz cut) -> Dangerous Music AD+ -> Red16line
Tweaker와 169 순서를 바꾸면 소리가 더 텁텁해졌다. Creamer+에서 FAT 기능은 절대 켤 일이 없을 듯 하다. (어쩌면 여성 보컬에게는 필요할지도.) Triode보다 Pentode가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 있어, 169에서 깎은 저음이 보완되는 것도 같다. 트랜스포머는 끄고 켜고 차이가 아주 미묘하고 적은데, 일단은 꺼두고 시그널 패스를 더 투명하게 유지하기로. (나중에 믹스할 때 더 프로세싱 될 것을 감안해서). M149 높이는, 다이어프램에서 약간 경사지게 꺾어서 얼굴 아래 쪽으로 향하게. 입과의 거리는 대략 30 cm.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보컬 일단 완성. 노래 사이사이 꿩 우는 소리,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어가 몹시 즐겁다.
집터를 찾는 왕바다리(쌍살벌)를 만났고, 나무 두 그루를 전정했다. 보슬비가 살짝 내려서 퇴근.
집에와서 집 작업실 스피커 칼리브레이션. 드라마틱한 차이는 못 느끼겠다. (좋은 거 아닌가) 세션 리콜을 처음 써 보다. 아웃보드를 많이 쓸수록 유용할 것 같다!
4/20
아침부터 무척 습하다.

오전 일찍 오두막에 가서 <마음> 노래 녹음. 보컬 시그널 체인을 다시 실험해보다. 169에서 7kHz를 cut해보기도 했는데 (200Hz과 동시에는 안 됨), 위상 문제인지 뭔가 어색하게 들린다. Tweaker도 다른 세팅 (dark version)으로 실험을 해보고 drive도 올려보고 하다가 결국 어제와 같은 세팅으로 녹음을 했다.

오늘도 청개구리를 만났다.
방제 #2-2. 약이 충분해서 신경이 쓰이는 입구 쪽 나무와 새로 전정한 나무들 (지난 번 아내가 뿌린 구역)에 약을 더 뿌려주었다.
묵음에서 찬준 씨를 만나 공연 얘기를 듣다가 건영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라도 내가 도울 일이 있나 이것저것 물어보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보인다.
프로툴스 세션을 열어 <마음>,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두 곡을 조금 믹스 해보았다. <늙은 올리브 나무의 노래> 보컬이 약간 마음에 안 든다.
Tiki는 아르헨티나로 잘 돌아갔으며 보내중 두 곡 데모가 다 마음에 든다고 연락을 주었다. 2주 안에 녹음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연주비를 얘기했는데, 스튜디오 비용을 빼고 말하는 듯 하다.
4/21
아침 일찍 오두막으로. <마음> 세션을 열어 다시 노래를 살폈다. 보컬의 saturation이 과한가 싶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시 세팅을 해보다. 이를테면 169 EQ를 따로 걸어보며 소리를 듣기도 하고 - 이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듯 최소의 EQ만 잡아두고 나중에 surgical하게 만지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음> 코러스 녹음. Tweaker의 드라이브를 줄이고 output을 올려서 전체 디스토션을 줄여 메인 보컬보다 깨끗하게 소리를 받았다. 허겁지겁 녹음을 하다 모카포트로 커피를 마셨다. 무척 맛있다.
점심 시간에 부산행 비행기표를 끊고, 렌트카를 예약하다. 아내가 전화가 와서 보현이 앞발을 접지른 것 같다고 병원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을 진정하고, 계속 노래 녹음을 했다. (다행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다고, 발톱을 조금 자르고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늘 청개구리는 동백낭으로 오지 않았다. 새순이 하루가 다르게 숙숙 자란다. 집에 와서 아내와 병원행. 최성욱 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집에서 <Água> 노래 (가이드) 녹음 다시.
저녁 Luan과 수업. 녹음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가사의 1/3 정도를 같이 소화했다. 강세가 있는 음절을 어떻게 노래할 것인가... 'syllable-timed language'를 제대로 배우고 있다.
치자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가지가 하나씩 말라가는데, 아마도 곧 죽을 것 같다. 서울에서부터 같이 온 나무다. 작년 한 해, 극진히 돌본 덕에 참 많이 건강해졌는데, 가을 공연을 마치고 온 사이 애벌레가 잎을 다 먹어버렸고, 점점 쇠약해지다 겨울을 맞았다. 꺼져가는 생명 곁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교황이 선종하셨다.
4/22
부산행. 비가 온다.
새벽 일찍 Tiki에게서 문자가 왔다. 4/29 녹음을 하게 될 것 같다고, 아침 8시에 시작하겠다고 한다. 여기와 정확히 12 시간 차이가 나는데, 그럼 나는 8시부터 스탠바이 모드겠다. Tiki는 꽤 수다스럽다.(문자로) 2002년에 한국에 온 적이 있다는 얘기. 다시 한국에 가고 싶다는 얘기 등등.
병원에 가서 아버지 입원 수속을 잘 하고 돌아왔다. 팔 뼈 윗부분 (head)에 금이 간 것 같다는 소견이다. 엄마도 상태가 말이 아니었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많이 안도하셨다. 신장 수치가 좋지 않으시다는데 걱정이다. 영호에게 전화를 했다. 부산과 제주에 강풍이 불어서 어쩌면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다행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영호에게 고맙고,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도 모두 고맙다.
4/23-4/26 아내 서울행.
23일 밤. Pau와 Chico에게서 약속이라도 한 듯 메일이 왔다. 작업할 곡들 데모, 스텝, 악보 그리기를 마무리해야할 시간이다. Tiki는 아르헨티나에서 직접 돈을 받으면 세금을 너무 많이 내야한다며 미국에 사는 친구에게 송금을 해줄 수 있겠냐고, 자기는 그 친구가 아르헨티나로 올 때 현금으로 받겠다고 했다. 복잡할 것 같은데 어쨌든 회사와 의논해보겠다고 했다.
Song#9 악보 그리기. Song#6, Song#4, <피에타>, Song#8 등등 메트로놈에 맞게 데모 기타 에디팅. Song#7 (For Chico) 메트로놈에 맞게 기타, 리듬, 노래 녹음하기. Song#6 데모 녹음을 하다가 가사를 계속 수정, 수정, 수정, 수정, crystal, 수정, 수정...
그렇게 꼬박 4일을 보냈다.
모든 곡의 데모와 악보가 마련되었다. 9곡의 데모를 듣고, 부르고 연주하고 들으며 어느 곡 하나 빠짐없이 아름답고 유일무이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여지껏 이렇게 강한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이미 다 이룬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Luan과 발음, 연음, 강세 교정을 하기 위해 <Água> 재녹음. 여전히 고칠 것들이 많다. 목요일에 얘기나눈 것을 바탕으로 다시 녹음. 95% 이상은 자연스러워진 듯.
Dídak에게 메일 보내다. 참여 뮤지션 명단이 이제 거의 확정될테니, 이제부터는 앞으로, 앞으로만.
오랜만에 길게, 마음 편하게 밀린 포어 공부를 하다. 이럴 때, 나는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
4/27

오두막에 들러 Creamer+ 분해, 점검. 오른쪽 채널의 진공관이 나갔네... 아니 왜, 왜 갑자기. EF86/6267 튜브 검색. 빈티지한 tube는 참 비싸기도 하지.
봄순이 꽤 자라났다. (1cm 내외) EQP-KT를 점검했다. 오두막에서 기본적인 점검은 했으나, 집에 와서 다시 꼼꼼히 점검했다.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다은씨에게 길게 메일을 썼다.
4/28

나무들이 촉촉히 젖어있다. 풀이 미친듯 자라날 계절이 턱밑까지 다가왔다. 예초 고민 시작. 농협에 가서 당밀 1통, 애미 10L를 사서 밭으로. 애미 4L + 당밀 1통을 넣고 발효 밑 준비. (애미 2배 증량)
다은씨에게 카라멜 + CD 샘플을 보냈다.
아버지가 병상에서 낙상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저녁에 Luan과 수업. /ch/ 발음 (chuva)에 대한 얘기. transformar-se의 silaba tónica에 대한 얘기 (oxítona).

책 <Água> 출간 소식.
4/29
아내, 나, 보현이 처음 만난 날.
날이 맑고 밝다. 보현, 아내와 외출해서 점심을 먹고, 공원을 걷고, 화원에서 꽃을 골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저녁에는 홍시야님이 주신 오메기 술과 오야코동을 나눠 먹었다. 커튼 틈으로 저녁 햇살이 들어와 아내 얼굴 위로 길게 드리웠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아내와 햇살을 사진에 담았다.
밤 8시. Tiki의 녹음이 시작될 예정이다. Tiki의 메시지를 기다리다 그만 잠이 들었다. 메시지에 잠이 깨서 시계를 보니 10시 반.
그때부터, 녹음한 걸 보내주면 모니터를 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고, 기다리고, 다시 화일을 받고, 의견을 주고 받고, 그러다 보니 새벽 3시 반이 되었다. 두 곡의 틀을 어느 정도 잡고 자잘한 퍼커션 더빙을 앞두고 깜박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5시 즈음 메시지 알람에 깨서 마지막 컨펌을 하다.
처음 들었을 땐 막막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Tiki의 박자가 정확하지 않았고 느낌도 단조로웠다. 미리 많은 준비와 계산을 하고 녹음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듯 싶었지만, slow starter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노래에 적응해가는 듯 했고, 마지막 즈음엔 꽤 깊이 노래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편집은 꽤 해야겠으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친구와 이렇게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아침을 맞는다.
4/30
맑은 날. 밤을 새다시피 했으나 멀쩡한 날. 오랜만에 들른 성당 근처 숲길을 걷다가 성모상 앞에 서서 감사 기도를 했다. 목장의 말들을 만나 얼굴과 목덜미를 쓰다듬어주었다. 하루 종일 이 아이들과 놀 수 있을 것 같다.
세션비, 스튜디오비 결제 건으로 분주했던 날. 아르헨티나로 직접 송금을 하는 게 여러 가지로 쉽지가 않다보니 별의 별 일들이 다 생긴다. 다행히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었다.
Chico에게서 메일이 왔다. 이제 곧 브라질에서 녹음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