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실비가 내린다. 보현이 아주 이른 새벽에 나를 깨웠다. 이번 밥이 묽은지 배가 고픈가 보다. 아버님과 통화하는 꿈을 꾸었다.

'뇌'를 한 기관으로 얘기하는 것이 적절한가. 이는 '몸'을 한 기관처럼 얘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접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뇌의 어디? 어느 부위?를 물어야한다. 뇌의 여러 부위는, 서로서로 때론 의존적으로 때론 독립적으로 다른 장기와 소통하고 있는지도.

묵음에서 찬준씨를 만나 헤드폰을 주고 왔다. 상순이 주고 간 예맨 커피를 다같이 나눠마셨다.

Raphael과 오랜만에 수업. 브라질의 환경 문제, 아마존에서 일어나는 일, 정치 얘기를 한참 '들었다.' 너무 광대한 곳을 중앙정부가 다스릴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 그건 어쩌면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좀처럼 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Nazareth Castellano 인터뷰. 재정리하다.

10월 일기를 쓰다. 밤에 갑작스럽게 정전이 되어 온 동네가 암흑에 빠졌다. 온전한 어둠을 오랜만에 느꼈다.

2/2

시내에서 목욕하고, 부모님 맞이. 호텔에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Katja가 최종 견적을 보내왔다.

2/3

비가 오는 날.

'complicado'와 'complexo'의 차이.

세상의 많은 문제가 어쩌면 'complexo' 한 일을 'complicado'하다고 착각하는 데에서 오는 건 아닐까. 인간 혹은 인간 관계를 complicado하다고 생각하고 메스를 들이대는 순간, 많은 것이 어그러진다. 인간은 complexo하고,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complicado하다.

AI는?

음악을 영화 보듯 들어라.

2/4

내 목소리로 스크립트를 녹음해서 다시 듣는다. 꽤 괜찮은 방법이구나.

비트 beterraba가 얼마나 좋은지 알게 되었고, 당장 비트즙을 주문했다.

실비 내리는 온화한 입춘. 가족들과 점심 식사. 비가 그치면 농장일을 시작해야지. 스트레칭과 요가를 열심히 했다.

2/5

비가 꽤 내리는 날. 바람도 제법 거세다. Katja에게 다은씨를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다. 스트레칭. 묵음에서 커피 한 잔. 일기를 쓰고, 반신욕하고,

나는 요즘 이래도 되나 싶게 쉬고 있다. 그리고 '이래도 된다' 싶다. 방학은 곧 끝날테고.

BBC Brasil에서 여러 컨텐츠 듣다. 포어는 약간의 정체기.

2/6

고급 포어 강의 시작. Fernando와 수업. 몹시 졸렸다. 이해할 수 없을만큼.

2/7

다올, 효진씨 만나다. 묵음에 가서 커피를 사다 효진씨에게 드렸다.

2/8-10 달리기. 불면증이 오다.

2/9 동하와 통화를 하고, 달리기 하다. 뭔가 다운되었다.

새를 보러 저수지에 다녀오다.

2/9-10 Dan Zahabi "Phenomenology" 읽다.

2/9-11 설 연휴

2/10 물넷 속도가 느리다.

2/11

성당에 봉헌. 서귀포 나들이. 불면증 때문에 달리기를 하루 쉬었다. 반신욕 하며 Sokolowski "Introduction to Phenomenology" 읽다.

LP 사다: 상순에게 언젠가 선물로 주었던 Taylor Deupree <Mur>, Chihei Hatakeyama 앨범 두 장, Tomoyoshi Date <438Hz as it is, as you are> 역시나 뮤지션과의 가장 좋은 연대는 앨범을 사고 공연을 보는 것이다.

삼바를 듣다. Almir Guineto, Beth Carvalho, Jorge Aragão....

BBC Brasil에서 '운동은 필요없다'는 마크 트웨인의 얘기 - 70이 될 때까지 내가 한 운동이란 먼저 죽은 (아마도 생전 운동을 많이 하던) 친구의 관을 드는 것 밖에 없었다는 - 를 듣고 속으로 웃었다. 다큐의 열린 결론(?)은 '우리 몸은 운동을 하게끔 프로그램되지 않았다는 것.

distimia에 대한 얘기.

2/12

Thais Macedo의 <Já é>를 보다가, 계속 삼바를 들었다.

Sokolowski의 책, 킨들로 계속 보다.

연휴 마지막 날. 달리기 4일 차.

2/13

전날 밤에 반신욕+꿀을 먹고 저녁을 배불리 먹었더니 새벽까지 깊게 잘 잤다.

달리기후 불면증의 원인: 근육의 글리코겐이 고갈 -> 간의 글리코겐을 당겨 쓰고 저혈당이 온다 -> 아드레날린 대방출 -> 교감 신경 부스트 -> 불면증이 온다.

흔히들 말하는 중립적 언어 linguagem neutra에 대한 이야기. 생각할 거리가 몹시 많다.

언어는 인간이 콘트롤할 수 없는, 현상 혹은 심지어 '변이'다. 그리고 문법이란 언어를 설명하는 혹은 해석하는 방법이지, 언어를 규정하지 않는다. 그런 게 아니다.

다큐의 영상도, 주인공도, 스크립트도, 모두 시.

나무는 살아 있지만, 동시에 죽어 간다. 혹은, 나무는 죽어있으나 살아있다.

나무는 몹시 특별하게 살아가는 존재다. 삶의 존재라고도 죽음의 존재라고도 부를 수 있을 지 모른다. 왜냐하면 나무는 삶보다 죽음에 더 가깝기 때문에. 나무의 살아있는 부위란 목재, 잎 뿐 아니라 나무 전체를 걸쳐 살아있는 부위를 둘러싼, 일곱에서 열 개 남짓 세포가 구성하는 얇은세포층 하나 뿐이다. 나무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Foreno VU meter 결국 주문. (많이 싸게 나온 B-stock)

Tamara에게 노래 가사로 다음 레슨을 할 수 있겠냐 물었다.

첫 농장일. 오두막 청소를 하고, 레몬 4 알을 걷어왔다. 남은 맥주를 땅에 부으며 기도를 올렸다. 올 겨울에도 나무 한 그루가 죽었다. 두치를 만났다.

밤. 책을 읽으려는데 보현이 자꾸 보챘다. 목욕을 하고 깊이 잠들었다.

2/14

비가 온다. 올 봄, 늦 겨울엔 비가 잦구나. 좋은 꿈을 꾸었다.

emoção과 sentimento에 대해,

감정 emoção은 육제척 상태다. 반대로 정서 sentimento 는 정신적 상태며 경험이다. 뇌과학 입장에서 보면, 정서란 감정을 '해석'해낸 것이다.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데 너무나 탁월한 존재다.

자가 도포제 제조: 마니카 보르도 가루 500 gr을 프라이팬에 볶으며 수분을 날린다. Cu(SO4).5H2O --> abhydrous Cu(SO4)2 + 5H2O

청색 가루가 회색이 될 때, 끓인 아마인유 boiled linseed oil 500 mL를 넣고 섞어, 유리병 두 개에 옮겨 담는다.

운섭 형님께 고기를 전해드리고 갖가지 것들을 얻어왔다. 이상하리만치 책 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저녁.

2/15

아마존 우림이 사막화 되어 간다는 르포.

오두막에 가서 도포제 안정성 확인. (층 분리 거의 없음). 랙 장비 꺼내서 사진 찍고, 리버브에 내놓을 준비하다. (리버브에서 요청한 사항이 많았다.)

근력 운동. 마루에 깔 카페트가 왔다.

2/16

BBC Brasil. 죽음의 순간 우리가 느끼는 것 O que sentimos no instante da morte. 공부, 분석.

어제보다 조금 더 쌀쌀한 기분이 든다. 아내는 서울에 가고 나는 밭에서 첫 전정을 시작했다. 두 그루. 날은 따사롭고 평온하다. 도포제는 나쁘지 않은데 흘러내기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증점제를 알아봐야할까.

Fernando와 수업. 지영이 누나가 옷 선물을 보내주었다.

2/17

맑은 날. 새벽에 일어나보니 보현이 침대 위에서 헥헥대고 있었다. 쉬야를 많이 지렸다. 이불과 시트를 걷고 매트리스를 알콜로 닦고 스팀으로 말리고 정리하다 진이 빠져버린 오전 시간. 아내를 데리러 갔다와서 반신욕을 하고, 저녁을 먹고, 한참을 걷다가 왔다. 아무 것도 듣지 않고 아무 것도 들지 않고 걸었다. 작년 가을, <Transcendence>를 모니터하며 새벽 바닷길을 걷던 것처럼.

새벽-아침. "과학자들은 어떻게 묻혀있던 땅의 소리를 발견하기 시작했나" 를 읽다.

데이터-정보-지식-아이디어-지혜의 차이

동률, 승준이 뉴질랜드에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통화를 끝내고 친구들이 그리워져, 와인 가게에 가서 괜히 '뉴질랜드 와인'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2/18

97년 전, 베아트리스 해리슨의 야외 녹음. 나이팅게일의 목소리와 첼로의 놀라운 trading.

BBC radio의 'forest 404' 음악을 Bonobo가 맡았다.

자연의 소리는 왜 우리를 편안하게 하는가. 에 대한 BBC Brasil 기사.

전정, SA-4000 테스트. 점검. Deoxit으로 커넥터 세척.

2/19

늦잠을 잤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날.

전정. 안개 자욱한 과수원에서 일을 하다가 보르도액 성분이 든 도포제의 약해가 걱정이 되어 일을 그만두었다.

Tweaker 하나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오래 쓰지 않으면 사람도 기계도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구나.

Tamara와 <Aquele Frevo Axé>로 수업. 가사 중 "시인의 손 너머로 Por trás da mão do poeta"가 무슨 의미일지를 두고 Tamara와 한참을 고민했다. 우리의 결론은,

가사 속 'eu-romântico'는 (카에타누의 고향이기도 한) Salvador의 Praça de Castro Alves에 있는 시인 Castro Alves의 동상, 그리고 그 손 너머 펼쳐진 대서양을 노래한 게 아닐까.

2/20

보현을 데리고 탑동에 가서 정화를 사오고 아살람에서 점심을 먹었다. 은은한 예멘 음악이 좋다.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 봄 장마처럼.

오두막에 가서 VU meter 테스트. 뭔가... 정확하지가 않네.

가슴팍 (윗등)이 결린다. Lirong에게 메일. Masa에게 보낸 메일이 반송되어 돌아왔다.

2/21

오늘도 비 소식. 새벽에 보현이 또 매트리스에 쉬야를. 비가 질척 질척한 날.

아침부터 천둥 번개가 친다. 이제 보현은 더 이상 천둥 번개에 놀라지 않는다. 들리지 않으니까.

정진을 묵음에서 만났고, VU meter 다시 칼리브레이션. 그럭저럭 쓸만하게 되었다.

Katja가 테스트 프레싱이 발송되었다고 연락을 주었다. 고관절 스트레칭. 근력 운동.

Lirong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Lirong은 Penn의 Gene Therapy 회사에 있고, Urara와 Andre는 Penn State로 갔단다. 친구들을 보러 언제 한 번 펜실베니아에 가야할지도 모르겠네. 평산책방에서 낭독할 부분을 골랐다.

2/22

작년 11월, 부다페스트에서 아내에게 보낸 세 번째 엽서가 왔다.

네 번째 엽서는 결국 길을 잃은 걸까.

서울행.

2/23

평산책방 북토크. 행사 전, 대통령님과 백숙을 먹었다.

나같은 사람에게, 말하는 행위는 그저 소진하는 행위다. 보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겠지만.

Lupo에게서 TP 리뷰 답장이 왔다. 괜찮단다.

2/24

부산 -> 제주

문수,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귀가했다.

2/25

비. 보현이 물을 너무 많이 먹는다. 오줌을 계속 지리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2/26

보현을 데리고 병원에 가다. 신부전 1기란다. 21년 12월에 28이던 BUN 수치가 54까지 올라갔다. 약을 처방 받아왔고, 신부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나무 옷장에 옷걸이를 만들어 달았다.

전정. 맑고 시린 늦여름 날씨같다.

TP 듣고, 녹음도 하다. 예전 노이즈와 확연히 다르다. 괜찮을 거 같다. 메일 보내다.

Fernando와 수업.

2/27

몇 주 전 주문한 LP 4 장을 받았다. Katja에게서 답장이 왔다. cold-cut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BioVinyl 관련해서 문의한 메일에 답장이 왔다. 식물 유래 naphtha로 바이닐을 EDC를 만든다는 것. EDC->VCM->PVC.

보현이 물 세 그릇을 먹다. 조금 나아진 건가. V 메디컬 센터에 연락을 해서 2022년 9월 말 피검사 결과를 보내달라고 했다. BUN 수치, 크레아티닌 수치 모두 정상이다. 어쩌면 급성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신부전에 대해 공부하다.

2/28

하루 종일 레몬나무 전정. 썩은 곳에 꼼꼼히 도포제를 발라주었다.

보현이 물 마시는 양이 많이 줄었다.

Chihei의 <Void XVIII>를 들으면서 전정을 했다. 행복했다.

리스본에 사는 Gisele과 첫 중국어 수업. 아주 오래 전 잊혀진 말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고 즐겁다. 포어로 중국어 수업을 하기로 했는데, 유럽식 억양+중국식 억양이 섞여 재미있고 어렵다.

녹음실 데스크 관련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작년에 방호벽 에코를 발랐던 레몬나무 가지 상태가 많이 안 좋다. 두 갈래 생각을 했다. 하나. 레몬 나무 조직이 귤나무에 비해 훨씬 약하고 성기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둘. 귤나무가 크게 손상받지 않은 걸 보면 우리 귤나무 조직이 아주 단단한 걸지도 몰라. (복합 비료 등으로 자란 관행 과수원의 나무에 비해)

2/29

불현듯, 도포제에 든 구리 성분이 마음에 걸린다. 찾아보니 '접랍'이라는 재래식 도포제가 있다. 돼지기름+송진+밀랍으로 만든다는데. 단점은 뜨거울 때 발라야한다는 것. 이를 아마인유+송진+밀랍으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

접랍 조제: 파라핀 3 kg, 송진 0.5 kg, 돼지기름 0.5 kg, 60도 즈음에서 사용.

서귀포에서 정진을 만났다. TP 승인하다. 송진 가루, 아마인유 (boiled) 주문.

밀랍초를 만드는 분께 가서 밀랍을 세 덩어리나 받아왔다. 프로폴리스 향이 은은하게 난다.

자연이 준 선물이구나. 감사합니다, 대자연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