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누나에게 빠른 택배로 편지를 보냈다. 4시에 오신다는 에어컨 수리 기사님이 조금 일찍 오셨다. 나는 보현을 데리고 오두막에 가고 아내가 기사님을 맞았다.

voltmeter로 Red16Line의 voltage 측정. -18dbFS = 0dBu 맞는 듯하다.

에어컨 수리가 며칠 더 걸린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다른 숙소를 찾았다. 중산간 숙소에서 쉬는데 인규씨가 제주에 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9/2

누나 생일. 계속 교정 중이다. 숙소가 낯선지 보현이 새벽에 자꾸 깬다. 모두가 힘들다.

9/3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계속 교정. 문학상 수상 소감문/인터뷰지 작성하다. 교정은 열번째 꼭지에서 일단 멈춰야할 듯 하다.

9/4

서울행. 정덕원에 가서 부랴부랴 스피커를 체크하고, 아트 프로젝트 보라의 "시간을 조각하는 몸" 워크샵을 들렀다가, 다시 정덕원으로 돌아와 개관식을 보고 저녁 파티에 참석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을 만났다. 포르투갈어를 하는 나를 신기해하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나는 신기하다.

9/5

하나님께 원고 손글씨를 퀵으로 보내고, 엄마를 모시고 정형외과에 갔다가, 3시에 안테나 회의. 승리님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데, 대화가 무척 독특하고 재미있게 흘러간다. 사무실에 들른 김에 혈형과 인규씨를 잠시 보고 밤늦게 제주에 도착. 하마터면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9/6

온 가족이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 일기장이 안 보여서 멘붕이 되었다가 오두막에서 찾아내었다. 소중한 일기장을 들고 다니지 않겠다 마음을 먹었다. 목욕을 하고 멍청하게 보낸, 그런데 뭔가 불안했던 하루. 밤늦게 하나님이 보내준 라이너 노트 교정본을 살피고, 수정하고, 보내고, 잤다.

9/7

새벽에 한 번 깨다. 보현이 신물을 토해놓았다고 아내가 전했다.

과수원에 가서 친환경 인증 깃발을 걸어두고, 오두막 창틀 실리콘 보수 공사를 하는 사이에 아내는 풋귤을 수확했다.

잔류농약 불검출 통지를 받았다. <꿈같은 하늘 아래에> 책이 과수원으로 왔다. 저녁에 보현, 아내와 베어파인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JW 메리엇 브랜드 필름 공개.

9/8

예초. 생각보다 풀이 너무 많이 자랐다. 그러나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새벽에 보현이 토를 했고, 밭에 다녀온 사이 또 토를 했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주사를 한 대 맞히고 약을 타왔다.

9/9

기연, 윤정 씨네와 롱플레이에 다녀왔는데, 아뿔싸 커피 값을 안내고 왔다는 걸 돌아오는 길에 알았다.

바닥 청소를 하고 교정을 했다.

9/10

새벽 교정. 오후 예초. 약줄 주변에 풀이 엄청 자랐다. 꽤 오래 일한 하루.

예초에는 나만의 원칙이 있다. 벌레들이 충분히 달아날 수 있도록 무조건 천천히 할 것. 곤충들이 살 수 있도록 풀을 20 센티미터 (한 뼘) 이상 남겨둘 것. 거미줄을 치울 때에는 거미를 안전하게 대피시킬 것. 예초를 하다가 달아난 벌레가 거미줄에 걸리면 - 내 탓이므로 - 어떻게든 떼어내 구해낼 것. 하지만, 이 더위에 '원칙'을 지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풀을 사정없이 날려버리는 예초기를 돌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점점 거칠어지는, 나도 모르게 힘을 과시하려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게 못으로 보이듯이, 예초기를 메면 모두가 잘라버릴 '대상'으로 보인다. 정말 위험하다.

예초기 날을 갈러 풀밭에 앉으니 서있을 땐 보이지 않던 아주 작은 벌레들이 똑똑히 보인다. 아무리 조심조심 일한다 해도, 얼마나 많은 벌레들을 죽이고 있을까.

9/11

연말 공연 고민. 앨범 디자인 시안을 받았다.

기타를 꺼냈다.

9/12

책 교정 일정과 본문 시안을 받았다.

9/13

예초 마무리. 비료 신청.

크리스 형의 임프로비제이션 음반이 나왔다.

교정.

9/14

아내와 다툼이 있었다.

상순과 묵음에서 만났다. 혈형이 커피에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커피 몇 봉을 샀다. 묵음에서 코스타리카 핀카 무산소발효 커피를 마셨고, 상순과 점심을 먹으며 길게 유부남 (하소연) 토크를 하다.

과수원 근처에서 아내를 다시 만났다.

타이포그라피 컬러 고민을 했고, 두번째 0교 원고를 하나님께 보냈다.

9/15

아침 산책 중, 누군가 바위 위에 안경을 벗어두고 간 것을 보았다.

디자인 관련 그리고 테스트프레싱 관련 메일 쓰다.

나도 모르게 차 뒷유리창에 하트를 그려보았다.

KBS 제주에 다큐멘터리 나레이션을 하러 갔다가 오랜만에 허주영 피디님을 만났다. 디지털 '테잎'을 아직 쓰고 있다는 말씀에 깜짝 놀랐다.

하나님께 책에 들어갈 추가 사진들 보내다. (2nd round)

9/16

하나님께 책에 들어갈 추가 사진들 보내다. (3rd round)

한 달 뒤 가족 여행 각종 예약.

9/17

아침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데 대문 앞에 박각시 한 마리가 있는 것이 보였다. 기진맥진해 보이는 박각시는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보려 애썼지만 몸을 일으키기 어려워보였다. 손을 갖다 대니 신기하게 내 손에 올라탔다.

나는 박각시를 데리고 부엌으로 들어갔고 꿀물을 타서 마당으로 나왔다. 꿀물을 담은 접시 근처에 박각시 입을 갖다 대어 보았지만, 아무 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 손가락 끝에 꿀물을 적셔 입으로 가져다 주었는데, 입을 비쭉 내밀어 몇 번 핥더니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옆집 옥상 위로 훨훨 날아가는 것이었다.

윤슬이 가족이 추석 선물을 보내주었다.

미술 도록에 실리는 글이나 무용 공연 팜플렛에 들어가는 글은 대체 왜 이리 복잡하고 어려울까. 쉽고 간결한, 그러나 '명료한' 언어로 문장을 쓰는 일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 그런 걸까.

9/18

연습 시작. looper도 써보고.

밭일. 돌동부 꽃과 깍지가 송글송글.

디자인 관련 메일 쓰다.

문학관에서 사진 설명을 요청해서 보내드렸다.

승리님의 리서치 영상을 전달 받았다. 두번째 영상은 어딘가 찡하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비료를 기다렸는데, 결국 늦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9/19

곡 변경 요청. <그 가을 숲속>이 이상하게 너무 어렵다.

비료 10 포대 잘 받아 덮어두고,

울지마. 아직은 울지마.

나에겐 기타가 있고, 우린 노래할 거니까.

- 쉬쿠 부아르키

보조금 지원 사업 관련 통화하다.

다큐 추가 녹음을 하고 왔다.

9/20

고모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서울행.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trio 연습.

처음으로 fado 곡을 썼다며, (어설프고 귀여운) 포르투갈 억양으로 노래하는 카에타누. 전설이 된 브라질 뮤지션들 - Ary (Barroso), Noel (Rosa), Tom (Jobim), Chico (Buarque)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Carminho.

다른 억양. 하지만 같은 언어. 다른 대륙, 다른 음악. 하지만 결국 같은 마음, 존중, 그리고 사랑과 사람.

9/21

trio 연습. LG 아트센터와 공연 회의. PET LP 관련해서 메일 쓰다.

댄스 필름 <햇빛소리>를 보고, 조용히 울었다.

기진맥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9/22

문학주간 2023. 마종기 선생님을 만난 날. 10년만에 뵌 선생님은, 그 존재 자체로 경이롭다.

발레메카닉 공연 예매. 강동아트센터에서 못 본 공연을 엘아센에서 보게되었다.

교보에 들러 책 두 권을 사다.

9/23

구리 아트홀 공연. 반달이 너무 예쁘게 뜬 하늘. 가을 바람이 부는 가운데, 노래할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문득 느낀 밤. 현진씨, 윤희씨를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9/24

귀가. 하나님께 메일. 회의 결과를 전달해드렸다.

9/25

휴식.

9/26

아침. 노마 히데키님의 북토크를 보았고, 북토크 진행자 후보를 출판사로부터 전달 받았다.

연휴 기간 문을 열 약국을 알아두었다. 혈형이 보내준 와인을 마셨다. 재석 형께 전화드리고, 인성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9/27

운섭 형님 뵙고 와인 선물을 드렸다. 형수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가지, 열매마, 생선, 참기름을 한아름 주신다.

개머루 열매가 예쁘게 익어가는, 여름 같은 가을날.

연말 서울행 배편을 끊고, 숙소 예약. 옥희님과 반가운 문자를 주고 받았다.

Stockholm 진을 마셨고, 달리기를 했다.

9/28

운섭 형님이 집에 오셔서 생선을 주고 가셨다. 달리기. 콜롬비아 카투라 이중 발효. 딸기향 가득한 커피.

Will Santt 데뷔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9/29

무조리실 명절 음식으로 점심. 모든 음식이 다르면서도 결이 같고, 세심하고, 섬세하다.

음식에 사람의 온기가 스며드는 것. 그것이 너무도 신기하면서 또한 음악과 너무도 닮았다고 느낀다.

달리기.

9/30

호밀로 만든, 맥주와 와인, 위스키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술을 마셨다.

물 속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