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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님의 앰비언트 공연 소식을 보고 언젠간 적어야지.. 했던 늦봄 제주에서의 저녁 이야기를 이제야 쓰게 됩니다.
    너무나도 운이 좋게 “다시 없을 것”것 같던 폴님의 첫 앰비언트 공연에 함께 했습니다.
    공연 전엔 자연의 정원같던 초여름의 공연장을 혼자 산책했어요. 새소리도 나무의 소리도 좀 더 가까이 들려왔습니다.
    어스름이 내릴 즈음 큰 유리 통창 옆에 앉아 풀잎을 바라보며 연주를 들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연주되는 풀벌레 소리에 ‘아, 폴님이 공간과 공연장의 해지는 시각까지 모두 세심히 생각해 준비하셨구나..’ 하며 무릎을 탁 쳤다지요. 음악을 잘 듣는 귀도, 지식도 없지만 폴님의 성실함과 지독함(?)이 유난히 느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연주 후반에는 저와 보현이 한참 숲을 달리며 신나게 뛰고 있더라고요. 풀잎과 바람이 제 얼굴을 스쳐지나는 하면서요.
    그런 공연을 가을밤에 즐길 수 있는 분들, 부럽습니다!
    5월 이후 시간은 빠르게 지났네요. 오랜만의 한국에서의 휴가는 꿈나라 이야기처럼 흘러갔는데, 제 책상 앞에 놓인 LP판과 “고가”의 커피 봉투들이 그 저녁을 이따금 회상하게 해줍니다.
    요즘 같은 때에 모두 더 건강 잘 챙기고 무사하시길.짧은 가을날을 더 많이 눈에 담아두시길.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걸 기약해요. 반가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