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jlim22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4개월, 1주 전

    폴님,
    정말 오랜만에 긴 시간 폴님의 얘기를 듣고, 음악을 듣고, 소중한 LP들을 가져가서 두근두근 가슴 떨리며 사인을 받아서 돌아왔습니다. 무척 충만하고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이 기억과 행복이 휘발되기 전에 (좀 길어질지도 모르는) 후기를 남겨보려고요.

    저는 “사람들은 즐겁다”가 늘 공연의 맨 마지막 곡이었던 시절부터의 팬이에요. (오늘 앵콜 때 함께 부르자고 하셔서 예전처럼 부르고 싶었는데… 눈물나서 크게는 못 불렀다고요… 그래도 폴님이 너무 행복해하셔서,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했는지! 헤헤) 하필 폴님 막 유학 떠나셨을 무렵 입덕을 해버려서리 근 10년을, 그리워하며 애틋해하며 지냈지요. 추위 많이 타서 겨울 진짜 싫어하는데 찬바람만 불기 시작하면 곧 폴님 오시겠다! 손꼽아 기다리다가 새 앨범 나오면 공연장 달려가서 일단 눈물부터 왈칵 쏟았던 그날들을… 어떻게 다 추억할까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폴님이 갑자기 한국에 돌아오셔서 학전에서 몇 주씩 소극장 공연 해주시고 “세계음악기행” DJ도 해주셨을 때가, 팬으로선 최고로 좋고도 힘든 시절이었어요. 나만 알아야 할 폴님이 엄친아ㅋ로 너무 유명해져버리는 바람에 공연 티켓팅할 때마다 속이 새까맣게 탔었거든요.
    그리고 다시, 폴님이 제주로 이사하신다는 소식이 갑작스럽게 들려오면서 아, 또 그리움 시대의 도래인가 조금 섭섭할 뻔했지만…어디에 있든지 한결같이 성실한 뮤지션 폴님 덕분에 여전한 루시드 폴 덕후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폴님.
    제 20대 끝자락과 30대의 전부, 그리고 40대를 함께 하고 있는 지금까지, 폴님의 음악이 제게서 멀어지거나 멀게 느껴진 적은 한번도 없었어요. 오늘 이수지 작가님이 그러셨죠, (워딩은 정확하지 않지만) ‘어느 한 곡이 아니라 루시드 폴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거니까 앞으로도 열심히 따라가보겠다’고. 폴님의 팬으로서 너무나, 마음이 아릴 만큼 깊이 공감되는 말이었어요.

    폴님의 20대, 30대, 지나온 시간과 생각들이 담긴 음악들은… 지금도 여전히 어딘가에서, 비슷한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을 현재형으로 어루만지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폴님이 열심히 고민하며 만들어서 들려주시는 음악들은 (저처럼) 또다른 누군가들에게 잘 닿고 있어요. 그러니 ‘청자들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 때문에 다시는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루시드 폴이라는 하나의 세계 자체를 애정하는 사람들, 그 세계에 영향 받는 사람들, 그래서 폴님이 새로 내놓는 음악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 어딘가를 조금씩 바꿔나가는 저같은 팬들, 리스너들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니까요. (사인회 때 눈 맞추셨던 다양한 이들로 그 사람들의 실체를 아주 조금은! 확인하셨기를 바래봅니다)

    오늘 공연,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조윤성님의 피아노와 건반 소리, 파코드 진님의 모든 소리, 수화통역사님의 춤추는 것같았던 손 언어들, 폴님의 기타 소리, 그리고 폴님의 노랫소리.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을 선물해주셔서, 정말로 많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루시드 폴 귤! 맛있었어요!
    연말까지는 서울에 머무실 거라는 말씀에, 앞으로 며칠 동안은 좀 더 가까운 하늘 아래 함께구나! 덕후는 마구 설레버리네요.
    어디서든 꼭 한번은 더 뵐 수 있기를! 책도, 음악도, 공연도 정말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 긴 후기 감사해요. 저도 여운이 가시기 전에 물고기 마음에 리뷰를 남겨둘까 합니다. 오래오래 같이 걸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