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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날 꾼 꿈. 나는 여러 명의 사람들과 같이 있었다. 아마도 전쟁 중이었던 것 같은데, 우린 적군의 눈을 피해 참호 같은 은신처 속에 숨어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빛이 환해지더니 나는 우리가 적군에게 발각되었음을 알았다. 참호 속으로 들어온 이들이 우리에게 총을 겨누었다.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총을 맞고 쓰러져갔고 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아, 이제 죽었구나'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목 왼쪽 어딘가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노래 8 코러스의 바뀐 가사 부분 녹음하고 프로툴스로 세션을 옮겼다. 바뀐 가사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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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 윤아씨를 초대해서 저녁을 먹으며 다올이 보내준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윤아씨가 도원이가 흘리고 간 목도리를 가지고왔다.

노래 8이 거의 마무리되었다. (cumping 완료) 아내에게 노래를 들려주었다.

중독이 곧 결핍이 되는 시대.

음악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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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ythm and/vs tempo

음악가는 설계자인가, 농부인가.

Feeling is a way of thinking.
Art is cultivating vocabularies of feelings.

밤, 노래 14 코러스 녹음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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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4:17 기상. 새벽 시간, 노래 14 코러스 편집하다. 노래 14 완성.

아내가 마른 부추꽃을 데리고 왔다. 두 송이 꽃이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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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소한 아침. 늦어진 아침 산책 길, 문득 풀냄새가 맡고 싶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적이형 가족이 집에 왔다. 형과 회/와인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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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다.

시내에 가서 아내 랩탑을 맡기고 돌아왔다.

Leo가 믹스를 시작한다고 메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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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1의 가사를 계속 고민하다. 윤정씨네와 저녁을 먹었다. 두번 째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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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 믹스 ver1 도착. 여러 가지 수정 요구를 했다.

글 1차 마무리. 노래 8 편집. 보컬 automation만 남았다.

집앞에서 밭종다리 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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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의 ver 2 도착. 수정 사항 보내다.

두번 째 글 거의 마무리. 두 가지 테입에 노래 4를 옮겨보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밤 9 시를 넘겨 작업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 약속을 곧바로 어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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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하루. 오전에는 좋았고 오후엔 뭔가 불안해졌다. 하나님께 글 두 편을 보냈다.

노래 8, 노래 4를 Tascam 246으로 작업. type II tape으로 일단 데모처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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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날. 보현이 4 시에 나를 깨웠다. 노래 8, 노래 4의 tascam 246 작업 거의 마무리.

더 손 댈 일은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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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아침. 새벽 4 시에 보현이 나를 깨우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다.

노래 8, 노래 4 (dry와 wet 버전으로) 바운스.

노래 14, tascam 246 작업. 246의 자체 EQ로 기타 트랙 low end를 조금 깎았다. 꽤 tight하고 좋다.

TDK SA60에 비해 Maxell XLII가 조금 더 밝은 느낌이랄까.

회사에 노래 러프 믹스 세 곡을 보냈다. 조금은 홀가분하다.

목욕탕에 갔다. 36도에 맞춰진 안마탕에 들어가 꾸벅꾸벅 졸았다.

보현과 오전-점심 시간 내내 함께 보냈다. 오후 내내 평화롭게 나른했고, 8 시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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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Drake의 시디가 왔다. 30 몇 년 전, 동하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던 그 초록색의 시디.

인디고 서원에서 달력 선물을 보내주셨다.

Side B 작업 곡 선정을 마치고,

영혼이 타들어가는 듯 괴로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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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힘을 내보자.

노래 1, 노래 2, 노래 11, 노래 7 -> Side B.?

Dunk!에 바이닐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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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50 보현과 일어났다 다시 잠들다.

노래 1 녹음. 아침 작업을 무사히 마쳤다. 외출을 하고 돌아왔는데 세상에 진공관 마이크가 스탠드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다. 가슴 속 무언가가 몇 십미터 아래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기분이다. 철렁, 하는 마음을 주워담고 테스트를 해보니, 역시나 소리가 안 난다. 급히 범수형에게 전화를 걸어서 다음 주에 마이크를 맡기기로 했다. 그 와중에 기타 녹음을 했는데, 이상하게 전부 마음에 안 든다.

호규의 라이브 CD를 듣다. 16 분 간 이어진 <Clockwork>는 마치 long-form ambient 를 듣는 기분이다. 연주자들이 다들 미쳤다.

'순수하다'는 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그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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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1. D key -> Eb key로 바꾸다.

안마탕에 들어앉아서 계속 가사 수정을 고민하다. 하지만 처음에 틀이 잡힌 가사의 flow를 이겨낼 수가 없다.

노래 6의 가사 수정을 고민아다. RTM C60으로 노래 8을 녹음하다. Low-end는 정리가 되는데 mid-hi가 까실해진다. Arturia의 mello tape이 나쁘지 않다. blend knob만 있으면 참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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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어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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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가서 인이어를 맞추었다. 귀에 실리콘 레진이 점점 들어차면서 바깥 소리가 fade-out되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내 귀를 가득 메운 합성수지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세상의 소리. 내 몸이 울리는 걸까. 대체 인간의 몸은 얼마나 예리하고 예민한 걸까. 범수 형을 만나서 마이크를 드리고 머리를 자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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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가 ver3 보내왔다. 오두막에서 모니터. 수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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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작업실 모니터 세팅. 장작을 사왔다. 동하가 커피를 보냈다. 레몬을 따서 집에 왔다. Leo에게 수정한 stem 화일을 보내었다.

진수의 10 인치 바이닐 앨범이 도착했다.

동쪽 하늘에 뜬 시리우스가 너무 밝게 반짝거린다.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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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가 보내준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이 큰 위로가 된 아침.

마이크 수리가 끝났다고 범수형이 연락을 주었다. 살았다.

Deepgrooves에서 연락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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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식한 날. 날이 따뜻한 편이다.

새벽 작업을 멈추고 책을 읽었다. 카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날들>을 다 읽다. Leo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내에게 트럭 연수를 시켜주었다. 몸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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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Walk, as if you are kissing the Earth with your feet.

Ludvig이 틱낫한 스님의 글을 인스타에 올려두었다.

존 콜트레인을 계속 듣다. wordless rec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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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창조적인, 능동적인 일도 하지 못했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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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처럼 비가 내린다.

서울에 올라가 범수형을 만나 마이크를 찾아 내려왔다. 시간이 조금 남아 홍대 앞 거리를 걸었다. 효제가 살던 빌라. 미선이 멤버들과 쏘다니던 놀이터 옆 골목. 정찬이와 만났던 카페는 사라지고 다른 무언가가 되었구나. 그 카페에서 찬이가 무심히 "선물이다" 하며 건네준 Sade의 CD.

집에 돌아오니 재석 형이 보내준 설 선물이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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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 없는 날. 하늘에 뜬 채운을 보았다.

앨범 회의 w/ 수빈씨, 홍진씨.

영혼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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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다시 시작. 노래 1 노래 녹음 잠시 중단. 마이크에 popping 현상이 간혹 보인다.

혈형이 설 선물을 보내주셨다. 미상의 분이 커피 선물을 보내주셨다. Shelter press에서 음반과 책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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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1 보컬 녹음. 프로툴스로 옮기고 편집 시작.

Calyx 스튜디오와 연락 주고 받다.

예술이 결국 상상과 공감의 힘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그걸 가로 막는 것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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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에게 메일. Henry에게 메일. Leo에게 메일.

음악에도 반감기가 있는 건 아닐까. 그 반감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건 아닐까.

노래 1.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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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에게서 메일이 왔다. Leo의 ver4 도착. 몇 군데에서 없던 distortion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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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밝은 날. 아내와 바깥에서 점심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