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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11/30

10/19

시유지쪽 덤불을 모두 정리했다. 창고 정리도 마쳤다. 방제복을 방충복 안에 입었더니 땀이 비오듯이 흐른다. 그래도 몸은 가렵지 않다.

승환, 석철과 단체 통화로 회의를 하다. 세탁기를 수리했다.

10/20

몹시 흐리고 추운 날이다. 오두막 앞 쪽을 정리하고 돌아왔는데 또 몸 어딘가가 가렵다.

작업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10/21

휴식과 번민.

10/22

노래 14. 데모 믹싱. 가을 소풍.

10/23

아침부터 오후까지 유퀴즈 촬영.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 프로툴스 세션을 열어 믹싱을 했다.

10/24

Kush의 Blyss 써보았다. Portastudio 246은 기대했던 이상으로 소리가 좋았지만 역시나 헤드룸이 낮고 눈금과 레벨 캘리브레이션이 엉망이다. 아무 것도 '정확'하지 않다. 그런데, 그러면 또 어떤가 싶다.

숲 산책.

과한 건 뭐든지 싫다.

10/25

보컬 녹음. 160 Hz 근방 -6.5 db. 그.리.고. 67 Hz +10 db를 하면 80 Hz 근방에 bump가 생긴다. 이 때 Q 값이 중요한데, 포인트를 좀 더 고민해 볼 것.

황당하게 갑자기 마이크 스탠드가 뚝 부러져 버렸다.

경호 커플을 만나 점심을 사주고, 공항에 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돌아왔다.

10/26

가엾은 도마뱀 한 마리가 앵두 나무 가지게 꽂혀있다. 때까치 왔다 갔구나.

아내는 서울로 가고, 엄마를 모시고 동문 시장에 갔다가 장화 한 켤레를 사왔다.

신비한 모습의 네잎 클로버를 찾았다.

10/27

가지에 끼여 말라가는 도마뱀의 유해를 빼서 치자 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과수원에 갔다.

문수도, 책도, 수크령도, 가을 햇살도, 모두 빛나고 예쁘다.

10/28

부모님은 부산으로 가셨고, 아내가 밤 늦게 돌아왔다. 하루에 두 번 공항을 간 날이다. 며칠 째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10/29

집앞에 논병아리가 왔다.

풍력 발전을 하는 바닷가에서 차를 마셨다. 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10/30

집안 대청소. 논병아리를 아주 가까이서 보았다.

승환, 석철과 통화. 석철이 보내준 스템에 베이스 녹음을 했다.

오후에 비가 내렸다. 노랑할미새가 돌아왔다. 겨울새들이 하나둘 돌아오고있다.

마당에서 빨간 찔레꽃을 따다가 아내 방과 화장실에 갖다두었다.

10/31

화창한 날, 마당의 찔레를 다듬어 주었다.

기타 녹음을 하고 스크래치 샘플을 입히고 석철에게 스템을 보냈다.

11/1

유기 칼슘 발효가 참 잘 되었다. 시큼한 식초 냄새는 모두 사라지고 칼슘 액비 특유의 텁텁한 향이 물씬 난다. 색깔도 좋다.

영양 방제 1차. 칼슘 액비 5L + EM-B 5L + 아미노 액비 2 L in 1000 L.

베짱이를 만났고 십자무늬긴노린재 군락은 두 군데 정도 발견했다. 노린재들이 나무에 직접 해를 끼치는 것 같진 않고 근처에 자라는 초본에 기생하는 듯하다. 방제 도중 건 하나가 말썽을 부려 아내가 탈진할 만큼 고생을 했다.

보현 병원에 다녀오다. 2 주치 약을 더 먹기로 하고 메벤다졸도 받아왔다.

성완씨와 함께 성우 형을 만났다. 20 년 만에 만난 셋이서 밤 늦도록 얘기가 끊기질 않았다. 짧다면 짧았던 그 시절 우리는 무슨 그리도 많은 추억을 쌓았던 걸까.

11/2

친환경 방제제 '백강탄' 알아보기.

2차 영양방제를 하러 가는 길, 어딘가에서 로즈마리 향이 났다.

새로 산 건을 꺼내고 방제 준비를 모두 마쳤지만 방제복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고는 그만 철수.

노오란 금목서 꽃을 보았다.

밭 구석에 이름모를 품종의 나무가 하나 있다. 예전 주인 할아버지가 접목해 둔 나무인데 아직도 나는 이름을 모른다. 과육이 노란 것이 황금향 같기도 한데... 모르겠다. 하나 따서 먹어보니, 아직은 많이 시다. 온주 밀감은 분명 아니야.

11/3

몸이 조금 나아졌고, 무탈하게 2차 영양 방제를 마쳤다. 1차와 recipe는 같다.

밭에서 돌아오는 길. 동네 초등학교를 지날 무렵, 금목서 향기가 밀려들어왔다.

보현의 기운이 펄펄 난 날. 저녁 산책을 길게 갔다.

11/4-5

촬영과 녹음.

11/6

아내의 몸에도 뭐가 나기 시작했다. 야생이 되어가는 밭에서 일하는 것. 그게 두려워질까봐, 두렵다.

11/7

내일 비 소식이 있기에 액비 관주를 하러 갔다. 관주를 마치면 올해 밭일은 모두 끝난다. 연초에 만들어 둔 EM-B 6통 반을 1000L 에 희석해서 동력분무기로 구석구석 관주를 해주었다. 온 천지에 향긋한 향기가 맴돈다. 나무들과 벌레들과 미생물들과 새들과 우리와 땅과, 모두 함께 한 해 농사를 마감하며 샴페인을 터뜨리고 돌아왔다. 수고했다. 우리도 너희도 모두 수고 많았다.

수확을 도와줄 사람들의 일정 정리를 시작하였다.

11/8

비오는 창 너머 세상이 너울져내렸다.

윤아씨 집에 가서 감귤 리플렛 회의를 하고 화정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홍옥 몇 알을 전해주고 단감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보현의 혀에서 피가 났다. 곪은 것이 터졌다는 건 좋은 일이긴 한데. 모르겠다.

릴데크 수리가 불가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혼 기념일 저녁. 마음씨 좋은 주인이 계시는 시내 식당에 가서 아내와 보현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11/9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다. 중산간에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검은 롱패딩을 꺼내입었다.

어떻게 리플렛을 잘 만들 것인가. 고민을 하다. 서울에는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11/10

비바람이 거센 날. 겨울이 제대로 왔구나.

서울에 다녀온 뒤 아직 페이스를 찾지도 못했는데, 또 서울로 간다.

11/11

우리는 시간의 인질이다.


-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 <달팽이 안단테>

오며가며 <달팽이 안단테>를 읽다. 비가 오는 날, 아내를 김포 공항 게이트에서 기다렸다가 잠시 만나고 나는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저녁 산책 길에 심바를 만났다. 늦은 시각 아내를 맞이하러 다시 공항으로 갔다.

11/12

하나님께 메일을 쓰다. M149 마이크 세팅. 확실히 까실까실한 질감이 살아난다. pentode에 gain up을 하니 배음이 많이 올라오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제대로 모니터해볼 것.

11/13

노래 4. 보컬 녹음 (새벽부터) gain up + -12db att. pentode 80Hz cut. transformer engaged. 진공관이 heat up 되면서 소리가 점점 더 열린다.

토종 쌀 녹두도로 밥을 지었다. 밥이 달다. 방목 돼지고기 수육과 엄마의 된장. 양배추 된장국. 모든 음식이 펄펄 살아있는 감사한 가을 밥상.

코러스 녹음. 모타운 보컬 연구.

작업을 마친 뒤 자려고 잠옷을 찾는데, 아무리 옷장을 뒤져봐도 잠옷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아침부터 옷도 안 갈아입고 작업만 한 것.

11/14

새벽: 노래 1 보컬 녹음.

낮: 운동. 옥돔에 토종 쌀밥을 먹다.

밤: 노래 8. 보컬 녹음 하다가 말다가.

11/15

노래 8. 새벽 뱃고동 소리가 멈추길 기다렸다가 녹음을 했다. take 6 정도를 받아두고 노래 14로 넘어갔다. 오후 녹음을 하다 멈추었다. 바닷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도, 조금만 목이 잠기거나 코가 막혀도 녹음을 멈춘다. 답답해도 기다려야한다.

보현과 병원에 다녀왔다. 모든 약을 끊기로 했고 어쩌면 수술도 고려해볼 때가 온 것 같다.

농원 전용폰을 개시했다.

*'포기'란 단어가 일기장에 씌여있는데 도대체 뭘 포기했다는 건지 모르겠네.

11/16

새벽 노래 녹음. triode 모드로 하다가 포기.

노래 4 믹싱. 보컬 컴핑. (예전 세션들로)

종언을 만나고 반짝반짝지구상회로 달려가 감귤 리플렛 회의를 했다. 화정과 윤아씨가 차를 준비하는 사이, 작업장 곳곳을 둘레둘레 보았다. 소복한 목화꽃 가지가 꽂혀있는 화병이 눈에 들어온다. 간유리 너머로 어슴프레한 겨울 풍경이 보이고, 화정과 윤아씨는 우리에게 검고 소박한 그릇 몇 개를 선물해 주었다.

황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컬 트랙을 정리했다. "de-noise"를 하다.

11/17

멜로다인으로 보컬 튠 시작.

병원에 다녀와서 오두막에서 장원과 다해씨를 만났다.

11/18

따사로운 한낮, 금잔디를 따라 누운 보현.

노래 4. 기타 화일들을 아이패드에서 컴퓨터로 옮겼다.

11/19

엄마 오다. 난생 처음 월식을 보았다.

코러스 녹음을 하다가 멈추고 믹싱을 했다.

11/20-21

서울행. 단풍다운 단풍을 보았다.

11/22

소설. 바닷가를 걷는데 눈이 흩뿌렸다.

노래 4. 코러스 녹음. RX로 에디팅.

귤 주문을 시작했다. 정신없는 하루가 되었다.

11/23

추운 아침. 용맹하게 사냥을 하는 물수리를 만났다.

노래 1 믹싱 시작.

노래 4 작업. RX7의 de-bleed를 처음 써보다.

11/24

유기질 비료 지원 사업 신청하기 (목요일에 꼭!)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춥다. 이상하게 추웠다. 힘든 날씨다.

숲에서 쑥새 커플을 만났다. 머리깃을 한껏 세운 수컷이 얼마나 멋진지. 이곳에선 여름에도 쑥새가 있는 걸까? 분명 비슷한 아이를 여름에도 본 것 같은데. 노랑턱멧새는 아니었는데.

노래 1. 보컬 정리. de-noise.

11/25

리플렛과 엽서 디자인을 마감해서 보냈다.

Nick Drake의 노래가 문득 생각난 날이다. 그 딱딱하지만 선명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소리를 들었다.

RX'질'을 하면서, RX connect 활용법을 배웠다. Goodhertz의 tone control 플러그인, 정말 좋다.

물닭과 딱새 부부를 만났다. 겨울새들이 하나둘 보여드는데 이 온화한 겨울이 그저 나는 불안하고 이상하다.

보현 목욕을 했다.

Vince Guaraldi와 Zake+City of dawn의 테입, 그리고 Puramasi Yogamaya의 시디가 도착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날아온 봉투를 열었는데, Purnamasi의 시디가 두 장이나 들어있었다. 어떻게 된 걸까.

11/26

노래 4. voice 편집 모두 다 다시하기로 한다. '엎었다'.

방안 습도가 34%까지 낮아졌다. 기타가 걱정이 된다. 가습기를 틀 계절이 왔구나.

창고를 비우고 짐을 모두 집으로 옮겨왔다. 오두막도 정리를 하고 쓸만한 장작들을 골라 차곡차곡 쟁여두었다. 중산간 연못에서 처음 보는 수면성 오리를 만났다. 쇠물닭도 물닭도 아닌데, 누굴까. 화정과 작업 일자를 조율했다. 그런데 큰 일이 났다. 박스 수급에 문제가 생긴 건데, 창고에 늘 있다는 10 kg 박스가 다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장님도 지금 5 kg 짜리 박스에 나눠서 택배를 보내고 있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이 급한대로 5kg 박스 만이라도 가지고 오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루에 딱 2 시간만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11/27

5 kg 박스 180 개를 싣고 돌아왔다. 12월 1일 비 소식이 있다. 아무래도 수확 시작을 조금 미뤄야겠다.

11/28-30

수확 전 떠난 도내 여행.

우리를 맞이해준 붉은 부리 찌르레기들아. 반가워.

이제, 12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