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Close

10/12-11/21

10/12

세팅을 마무리하다.

10/13

scíon test.

릴데크 도착.

마종기 선생님께 책과 커피를 보냈다. 플로리다가 뉴스에 많이 나온다. 걱정이 된다. 밤 온천을 했다. 귤 박스에 넣을 리플렛 디자인을 마쳤다.

10/14

릴데크 점검. 오른쪽 채널은 정상인데 왼쪽 채널은 계속 흔들린다. 미치겠네.

10/15

윤성씨와 연습. 윤성씨의 아들이 태어난 뒤, 처음 만난 것 같다. 여전한 모습. 여전한 연주. 여전한 허그. 우리가 이렇게 같이한 지도 벌써 10 년이 다 되어 가는구나.

10/16

비가 몹시 내리는 날, 공연을 했다. 비옷을 입고 띄엄띄엄 앉아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관객들을 보며 천막 아래에 앉아 비를 피하며 노래하는 게 그저 미안했던 밤. 아무도 탓할 수 없으니 이 밤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10/17

헤드 블럭을 떼어냈다. 이번엔 영국으로 보낸다. 누가 이기나 보자.

Microcosm + OP-1 작업.

10/18

방제#1: 아미노 2L + EM-B 5L + 유기칼슘 2L + 광합성 세균 5L + 천일염 1 kg.

10/19

방제#2: 아미노 2L + EM-B 5L + 유기칼슘 2L + 광합성 세균 5L + 천일염 1 kg.

유기 칼슘과 아미노 액비가 충분할 지 모르겠다.

같은 커피콩을 같은 글라인더로 갈아서 같은 머신으로 내리는데, 왜 매번 이렇게 맛이 다를까.

아날로그 작업도 그렇다. 무조건 녹음해 둘 것. 두 번 다시 같은 소리를 재현해 낼 수 없다.

귤이 꽤 익었다. 내 키만큼 자란 억새가 하늘하늘 인사를 한다. 건너 편 밭 극조생 귤은 벌써 다익었고, 어떤 열매는 부끄기 (들뜨기)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10/20

가을 벌레소리가 어느덧 사라졌다.

10/21

테잎 루프 작업.

재형이 형이 어쩐 일인지 전화를 했다. 효진씨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간만에 비가 내린다.

10/22

아치탑 기타를 꺼내 작업해 보다. 큰 소득은 없다.

10/23

RQ-402로 작업. 60 년대 쯤 만들어졌을까. 릴데크 안에 들어있는 5인 치 짜리 테잎의 나이도 가늠할 수 없다. 요즘은 쓰지 않는 아세테이트 테잎 같은데. 아니, 어차피 요즘엔 테잎 자체를 아무도 쓰지 않겠지.

재생 속도를 바꿔서 소리를 만들어 본다. 놀라운 소리가 되었다. 얼른 녹음을 하다.

Blooper 펌웨어를 업데이트 하려 했지만, 그다지 신선한 기능이 추가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10/24-27

부모님과 가족들이 제주에 오셨다.

그래도 나는 작업.

10/28

신문 광고를 보다 문득 생각이 났다. 재선충약, 잊지 말아야지. 12월에 꼭 사서 주사를 놓아줄 것.

10/29

Borderlands granular로 작업. 겨우, 뭔가, 실마리 하나를 붙잡았을까.

10/30

방제#1: 아미노 액비가 4.5 리터, 유기 칼슘이 5.5 리터 남았다. 절반씩 나눠 쓰기로 하고, EM-B, 광합성 세균, 천일염은 종전과 같이 투입했다. 광합성 세균이 얼어있어서 녹이고 깨느라 애를 먹었다.

테입 노이즈를 오실로스코프로 보다. 디지털 lissajous pattern에서 느낄 수 없는, 브라운관의 소리가 보인다.

10/31

아기 제비의 유해가 현관 앞에 떨어져있다. 왜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났을까. 누가 데려다 주었을까. 바람이 데려다 준 걸까. 둥지 안에서 바싹 마른 채 잠든 제비를 장미 옆에 묻어주었다. 나무아미타불.

집의 방수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이 커질 것 같다.

11/1

방제 끝.

올해의 마지막 농사일을 마쳤다. 모두 모두 고맙다. 이렇게 잘 커줘서.

레몬꽃이 또 오는구나.

표고를 수확했다. 

무사히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한 기념으로 조촐한 파티를 했다.

RQ-402와 Harmonic oscillator로 작업을 하다. mono 만으로, 깊고 넓은 소리를 만들고 싶다.

마종기 선생님께서 책과 커피를 잘 받으셨다는 연락을 주셨다.

11/2

영국에서 온 헤드블럭을 테스트하다. 상태가 더 나빠졌다. 이젠 어떻게 하나.

하나님이 첫 소설집과 음반 두 장을 보내주셨다.

11/3

국립박물관에서 열릴 <탐라순력도> 나레이션을 녹음하다.

11/4

Arno가 엘피가 제작에 들어간다는 그리고 곧 발송된다는 연락을 보내주었다.

crystal transparent보다 glass transparent로 만들어야 목업에 비숫해 질 거라는 제작팀의 의견을 전해왔는데, 그게 무슨 차이인 지는 몰라도 그저 잘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11/5

-14 LUFS로 트랙을 만들어서 모니터링 하다. 좋은 곳도 나쁜 곳도 있는데,

릴데크는 정히 안되면 프리앰프로라도 써야겠다. 일단 MRL테입을 주문해두고, 마지막 테스트를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11/6

UHER report 4000가 왔다. 만들어진 후 24년 동안 창고에서 잠만 자고 있던 레코더다.

박스를 여니 1996년 6월에 검수를 완료했다는 QC 카드가 들어있다. 미선이를 처음 시작하던 그 해다.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만들어진 녹음기가, 24 년 동안 타임캡슐 안에 잠들어 있다 내게 온 것만 같다.

11/7

새벽부터 작업을 한 지 꽤 되었다.

나는 왜 음악을 하는가.

음악을 못하면 왜 견디지 못하는가.

왜일까.

11/8

결혼 기념일. 소풍을 갔다.

11/9

여러가지 카세트 테입의 소리를 비교해보다. 똑같은 노말 테입이지만 소리가 다르다. RTM의 소리가 가장 넓고 깊다.

11/10

NP 프로젝트에 사인을 했다는 소식을 회사로 부터 전달 받았다.

11/11

달리기를 시작했다.

5인치 RTM 새 테입으로 작업. 그런데 낡은 도시바 테입이 주는 그 어떤 'sentiment'가 없다.

너무 깨끗해. 너무 정확해. 너무 젊어.

소리도 세월을 숨기지 못하는구나. 매끈하고 반짝거리는 것만 좋은 게 아니구나.

11/12

동네 바닷가에 어느새 오리들이 많아졌다. 흰뺨 검둥오리. 청둥오리. 홍머리 오리. 그리고 가끔 보이는 뿔논병아리까지.

엘피가 배송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11/13

처음 보는 오리. 검고 잿빛의 오리가 홀로 다리 아래에 떠있다. 쌍안경으로 보려하니, 천천히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한다.

Microcosm 으로 작업.

정진이 와서 공사한 곳을 봐주고 돌아갔다.

11/14

그만 쉬자.

몸 어딘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11/15

새벽 일찍 일어나는 습관.

점심 때까지 작업을 하는 습관.

그러다 또 저녁까지 작업하다 잠드는 습관.

모두 버린다. 당분간.

11/16

밤을 넣은 밥을 장어구이와 먹었다.

11/17

Quiet corner 원고 재교.

11/18

병원에 들렀다.

11/19

비가 온다.

Monica Gagliano의 책을 주문했다.

Jez와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하이드로폰과 컨택트 마이크를 주문했다.

11/20

Jez 의 음악을 들으며 쉬었다.

날이 차가워졌다.

보현의 기분이 다운되어 보인다.

작업대의 합판을 빼고 레드파인 판자를 깔았는데 어째 더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11/21

동하가 보내준 MRL 테입이 왔다. 다시 테스트.

여전히 엉망이다. 이젠 미국으로 헤드를 보내야 할까. JRF magnetics에 메일을 보냈다.

보현을 데리고 성당으로 산책을 갔다.

성모상 아래에 앉아 한참동안 보현을 쓰다듬었다.

아프지 말게 해달라고, 성모님께 빌었다. 그 누구든,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