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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제주 집으로 오다. 아내의 글을 읽고 얘기를 나누고 낮잠을 잤다.

작년 수확량을 계산했다. 2016년의 1/20 정도이니 제대로 해거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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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마시며 신년회를 하다. 오랜만에 숲으로 산책을 갔다. 상순에게 마이크를 빌려주다.

그간 보지 못했던 팬들의 선물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편지를 읽었다.

나는 왜 노래를 하는가. 나는 왜 농사를 짓는가.

한 번 더 답을 구해본다.

동네 바닷가에 나갔다. 요란한 LED 조명이 출렁거린다. 밝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아름다움이란 애써 '캐내'야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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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보는 숲 길에 노박덩굴 열매가 흐드러지게 떨어고 노랗고 마른 멀구슬나무의 열매들이 주렁주렁하다.

돈가스를 먹고 tv 토론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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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생각이 멈추고, 나는 더 멍청해질까.

아침부터 동네 운동장에서 야구부 아이들이 훈련을 한다. 어떤 아이들은 운동장 한 켠에서 감독에게 야단을 맞는다.

훈련은 저녁을 넘어 밤까지 이어진다. 나는 새들이 들려준 이야기 두 개를 생각한다.

밀려있던 페터 볼레벤의 책을 읽는다. 보현이 소파에 올라와 내 허벅지에 몸을 맞대고 잠이 들었다.

세상의 현상을 수긍하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는 태도. 그게 긍정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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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 바람은 차고 저 멀리 수평선이 선명하다.

오늘도 운동장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린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이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이 레이스를 때론 멈추고 싶지만, 그러면 영원히 멈춰버릴 것 같다. 그래서 멈출 수가 없어. 

페터 볼레벤의 책을 다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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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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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에 천리향을 옮겨 심었다. 옆 밭에도 타운하우스가 들어서려나 보다. 한 그루 한 그루 나무가 베어져 나간다. 

도시서점에서 보낸 팬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나도 타자기로 글을 써보고 싶다.

동네 중국집에 가서 깐풍육을 먹었다. 건너편 테이블에 앉은 이해인 수녀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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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운동을 하고,

감자전과 꽃게탕을 먹고 일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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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관청에서 전화가 와서 친환경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몇 십만원은 되는 인증비를 꽤 많이 지원해준다는데, 환급은 안 된단다.

70 만원까지 친환경 자재나 기계 구입 지원을 해준다며 19일까지 신청을 하라고 한다.

물고기 세 분이 오두막에 와서 고구마와 차를 대접했다.

귀농한 물고기. 목수와 결혼해 직접 집을 짓고 산다는 어느 물고기의 얘기를 들었다. 팬은 가수를 닮잖아요. 한 물고기가 얘기한다.

그냥 서로가 닮아있는 거겠죠.

커피와 가죽 케이스와 직접 만든 동영상 선물을 주고 가셨고,

보현과 놀아줄 새로운 놀이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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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내린다. 

오래토록 운동을 하고, 보이차를 사 왔고, 저녁을 지어 먹었다.

지원사업에 예초기와 전기톱(이나 엔진톱)을 신청하는 게 어떨까, 아내와 얘기를 나누었다.

목욕탕에서 trio 구성의 곡을 떠올리다. 손톱을 깎아버렸기에 나는 지금 기타를 칠 수가 없는데 그게 어쩌면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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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또 많이 온다고 한다.

바람소리가 매섭다. 바깥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모두 날아갈 것 같다.

 

스티브 스왈로우의 인터뷰.

나는 작곡에 있어서 어쩌면  첫 순간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싶다. 백지를 계속 보고 있어야하는 그 순간인데, 이때는 참 많은 걸 인내해야한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며칠이 더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걸 (뭐라도!) 해야되는데 하는 마음도 목구멍까지 차오르더라도 그저 계속, 앉아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나는 결국 무언가를 써내게 된다.

음악을 듣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즘. 마음 어딘가가 체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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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몹시 내린 날. 이년 전이 생각난다. 스케치북 녹화가 힘들어질 뻔 했었지.

오늘도 그 날처럼 하늘길이 닫히고, 사람들이 고립되었다고 한다.

시내에 나갔다가 차가 미끄러져서 혼쭐이 났다. 병원과 은행을 들르고, 오랜만에 마트에 갔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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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여있는 바닷가가 너무나 낯설다.

온갖 재질의 피크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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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는데 기운 없이 전화를 받은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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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듣고 빈소에 갔다. 20 여년 만에 대학 동창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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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에서 쪽잠을 자고 발인을 함께 하고 화장장에 따라가고 운구차를 장지로 보내고 나는 미친듯이 달려 공항에 갔지만 비행기를 놓치고 공항에서 반의 반 나절을 보내야만 했다.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오두막에 가서 승환이와 스탭들을 맞이했다. 돌아와서 정신 없이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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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적을 받고, 관청에 가서 친환경 지원 사업 접수를 하고 돌아오다. 손님 맞이를 하느라 청소를 하고 물건 몇 개를 사두고 동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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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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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온통 얼었다. 더운물 뿐 아니라 찬 물도 안나오고 변기도 막혔다. 그래도 보일러에 가까운 부엌에는 물이 나오는 게 다행이다.

목욕탕에 가서 몸을 씻었다. 

집앞 바닷가에 주저앉은 오리가 보여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다가갔는데 오리는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저 멀리 출렁이는 바닷물 위로 둥둥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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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를 받았다. 돌과 뼈와 뿔과 나무와 열매 껍질 그리고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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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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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순의 녹음을 도와주다 얼떨결에 코러스까지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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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나무 화분을 현관으로 옮겼다. 현관의 온도는 7도에서 10 도 정도. 화분에 물을 주니, 냄새가 올라오는데, 걱정이다.

레몬 재배법 책을 다시 훑어보다. 영하 6도 이하로 내려가면, 나무는 죽는다. 겨울엔 비료도 전정도 하지 말고 쉬게 내버려둘 것. 물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기계유유제로 방제를 가끔 해줘도 된다? 음.

현진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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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들렀다가 서울에 다녀오다.

청음을 하는데, 창문 너머 눈발이 거세지고 있었다. 예보에도 없던 눈이다. 두 시간 남짓 서울에 머물었을까. 공항에서 기다린 시간보다 짧았다.

스피커와 UAD-2를 주문했다. Stam audio에 메일을 보내다.

1월이 다 가고 있다. 슬슬 잠을 깨야지. 

잠과 죽음의 사이엔 뭐가 있을까.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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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m audio에서 FB과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었다. 눈를 비비며 주문을 했다. 

눈 덮인 길을 걸었다. 하얀 눈이 쌓인 길, 흰눈 아래 흙은 더욱 검다.

손톱을 깎고 다듬고, 기타 가습기 물을 채우고, 습도를 점검했다.

레몬 화분을 안방으로 옮겼다. 14도. 점점 온도가 올라 16도가 되었다. 

 

전력을 다해 달리다 더이상 출발점이 보이지 않을 무렵 도대체 내가 어디로 온 건지 물었는데 이게 실은 결승점이란 없는 그런 레이스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