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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정리를 하러 과수원에 들렀다가 전기 공사 사장님을 만났다. 380 V 전기 설치를 하고 돌아가셨다. 한전에서 전기 계량기를 설치하고 돌아갔다. 목욕탕에서 지영이네 가족을 우연히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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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비를 만들려다가 EM 원액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원액을 다시 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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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파지 감귤을 밭에 뿌려주고 컨테이너를 비웠다. 새로 지은 창고에서 첫번 째 EM-B 액비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총 200 L 농업용수에 EM 원액 2 L + 당밀 2 통 (40 L) + 청국장 850 gr. 청국장을 갈지 못하고 넣은 게 마음에 걸린다. 기계 상사 사장님과 통화를 하고 일정을 맞췄다.

오랜만에 João Gilberto를 들었다. 시간이 십 몇 년 전으로 훌쩍 날아가, 처음 보사노바를 혼자 연주하고 노래했던 시절이 생각났다. 지금 내 음악의 가장 한 가운데에 있는 골격을 들여다 본 기분이 들었다. 스탠더드 보사노바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공연이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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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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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용 컴퓨터가 도착했다. 동환 형이 보내준 앰프가 왔는데, 아무래도 고장이 난 것 같다. 동률과 오래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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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유채씨를 뿌리러 아침 일찍 밭으로 갔다. 씨를 다 뿌리자마자 비가 내렸고, 우리는 몹시 기뻐했다. 기계 상사에 가서 사장님과 회의를 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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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하나씩 옮기기 시작했다. 공구들이 모두 철수하고 나니 허전하기 그지없다. 정범씨가 보내준 책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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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비료 400 kg를 뿌리다. 넉넉하게 20 포대를 시켜서 뿌렸건만, 어딘가 허전하고 모자르게만 느껴지는 건 왜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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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찍 시청에 들러 새주소 번호판 신청을 했다. 집으로 일찍 돌아와 탄핵 결정 중계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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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수 공사 첫 날. 굵은 PE 관을 깔고, 지관을 하나씩 연결하고, 지관을 두 갈래로 나눠 나무 아래로 깔아준다. 노지 감귤 밭에 점적관수를 다는 일은 이례적이라며, 이건 어디서 보고 하려고 하는 거냐고 사장님이 물으셨다. 난 그냥, 작년 여름이 너무 가물어서... 라고만 말했다. 어디서 본 것도 아닌데, 다급한 마음에 이리 저리 알아보던 끝에 궁리해낸 것인데, 사장님은, 관비(비료를 줌)하는데 점적 만한 게 없다, 물이 똑똑 얼마 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이게 제일 땅에 잘 스며든다, 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380 V 테스트 성공. 

400 미터 짜리 호스롤을 5 개 썼으니, 들어간 관 길이만 2 km에 맞먹으니 허리를 숙이고 일일이 관을 깔고 설치하는 일이란 밭일 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는 그만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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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진입로에 깔아둔 골재를 파고 호스를 깔았다. 분무기 용 약줄을 네 군데로 나눠서 설치했다. 이제 방제를 하거나 영양제를 줄 때, 긴 줄을 질질 끌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사장님이 돌아가시고, 관수 테스트를 해보았다. 작은 물구멍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나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혹시나 호스가 새거나 물이 잘 안나오는 곳이 있는 지를 살펴보았다. 이제 어떤 가뭄이 와도, 두렵지 않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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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 컴퓨터와 악기를 세팅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오후.

 

3/14

아침 일찍 오두막에 왔다. 악기 세팅을 마무리 하고, 액비 발효를 stop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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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서 첫 녹음 테스트. 첫곡으로, 삼촌이 보내달라고 했던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를 녹음했다. 녹음을 다하고 발견되긴 했지만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누나가 보낸 소파 베드를 낑낑대며 오두막으로 옮겼다. 기대고 누울 곳이 있다는 게, 공간의 의미를 다르게 만든다.

새벽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오두막에 머물었다. 습도가 50% 내외로 고정인 것이 신기하다. (지금 집의 습도는 30%-40% 이다) 밤이 되어도 피곤함이 쉬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무향에 취해서 그런가. 처음 머물렀던 과수원의 밤.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내 몸에서 나무 냄새가 난다고 한다. 과수원의 밤은, 생각보다 더 어둡다. 아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밤. 하늘에 별이 보였다. 온갖 불빛을 물리친 이 어둠이, 이곳에 오래 있어 주었으면. 

 

3/16

새벽 일찍 오두막에 오면, 먼저 난로에 불을 때고 차를 끓인다. 멀리 까투리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액비를 포장했다. 10 말통 plus alpha. 

노래를 녹음해서 주파수를 살펴보고 있다. 205 Hz 즈음의 부밍. 그리고 900 Hz 즈음의 비음이 보인다. 나는 내 목소리를 더 잘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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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생일 선물로 백합과 피꼬막 요리를 보내왔다. 점심 무렵 아내가 그 음식을 싸들고 오두막으로 왔다. 엄마는 로즈마리를 어디서 구하셨을까, 백합 위에 하나씩 올려져 있다. 어릴 때 일요일 아침이면 온 가족이 피조개를 회로 먹곤 했었다. 그때는 참 저렴하고 양도 많았으니까. 

아내가 돌아가고, 늦게까지 작업을 하다 돌아갔다. 인터페이스가 말을 듣는다.

 

3/18

생일. 흐릿한 날.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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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피기 시작하는 꽃의 옆모습을 보다. 난생 처음 원고지를 주문하고 만년필을 꺼냈다. 목이 아파 컴퓨터로 글을 쓰기가 어렵다. 오래된 프리앰프를 꺼내 오두막으로 가져갔는데, 고장이 난 것 같다. 동진이가 와서 얘기를 하다가 고기를 먹고 얘기를 하다가 돌아갔다. 두번 째 액비를 만들기 시작.

 

3/20

하루종일 단비가 내렸다. 프리앰프 수리를 문의 했다. 마이크 스탠드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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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기타로 테스트 녹음을 하였다. 새 앨범 작업에 들어갈 때면, 나는 항상 예전에 썼던 가사지들 (주로 파지들이다)을 먼저 들춰본다. 가사지 묶음을 찾는데, 보이지가 않았다. 아내에게 물어보자 아내는 폐지인 줄 알고 버렸다며 울먹였다. 이제는 또다른 방식으로 시작을 해야한다. 그러면 된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많이 탔다. 혹시나 화목난로 불길에 얼굴이 탄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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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액비 관주. 물 한 통을 받는 데만 한 시간 남짓 시간이 걸린다. 액비 세 통을 관주했고 아미노 액비를 500 배 희석해서 함께 관주하였다 (3000L). 펌프 작동이 서투르다보니, 중간에 마중물을 옴팡 뒤집어 썼다. 

레몬 순을 전정해주었다. 감귤 나무 전정은 순이 움직이는 것을 좀 더 본 후 해주어야 겠다.

만년필을 들고 원고를 쓰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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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앰프를 보냈다. 관주를 세 통 더 했다 (3000 L). 비가 내린다.

오두막에서 뉴스를 보았다. 갈색 세월호가 올라온다.

逝者安息 活者坚强. 떠난 자들에겐 안식을, 남은 자들에겐 힘을.

 

3/24

글을 쓰고,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쉬고 싶다.

원고자가 생각보다 빨리 동이 난다. 열 묶음을 시켰는데, 배송료가 더 많다. 

 

3/25

목이 많이 아프다. 비가 내린다. 벌써 고사리 장마인가. 고구마 창고가 하나 비어있는데 빌릴 사람이 없는 지 남근 형님이 물어보시기에 아내가 나대신 창고를 보고 왔다.

 

3/26

길죽한 부리의 마도요 두 마리가 집 앞 바다로 와서 껑충껑충 대고 있다. 오랜만에 숲길을 갔는데 까마귀를 묻어준 곳에 올려둔 수크령이 아직도 그대로 있었다.

 

3/27

아침에 운동을 하고, 남은 액비를 모두 관주하고 돌아왔다.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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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착한 원고지를 들고 오두막에 가서 글을 썼다. 집에 돌아오니 앵두꽃이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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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 편을 더 쓰고, 잠시 글쓰기를 멈추기로 했다. 나무들이 걱정이 되어서 글을 쓰고 있을 수가 없다. 만년필을 오래 쥔 탓인지 검지 손 끝에 감각이 없어졌다.

승남이 보낸 console1을 잠시 만져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3/30

서울에 가서 강연(!)을 하고 돌아왔다. 연구 결과가 아닌 (특히 음악에 대한) 강연은 처음이었는데 아마도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

 

3/31

날씨가 좋지 않을 것 같아 화정과 약속을 미루고 아침에 병원을 다녀왔다. 승환이 와서 오두막에서 놀다가 저녁을 같이 먹었다. 액비 발효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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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엽면 시비를 하였다. 수세 회복용이다. EM-B 5 L + 아미노 액비 2 L + 키토 목초액 2.5 L in 1000 L.

작년 오늘, 제비가 왔는데 올해는 어떻게 되려나.

 

4/2

윤성씨와 제야음악회에 가서 두 곡을 노래하고 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우리 동네에 제비가 왔다. 

 

4/3

제비가 둥지를 고치는 꿈을 꾸었다. 윤성씨가 오두막에 놀러왔다. 액비를 말통에 옮겨 담았다. 이렇게 맑은 4월 3일은, 내가 이곳에 온 후로는 처음이다. 근 3 년 간의 오늘은 항상 춥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더랬는데.

 

4/4

청명. 화정과 그의 친구들과 과수원에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햇살이 벌써 따가워졌고 뒷목이 발갛게 탔다.

돈나무, 비자나무, 앵두나무 가지를 손질해주었다. 돈나무에 깍지벌레가 많이 끼었다. 엉덩이에 나무 수액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벌레를 잡아주다가, 어서 무당벌레 백기사가 와주었으면 하고 바랬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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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초. 눈의 영광. 명자꽃. 봄을 처음 알려준다는 꽃들이 하나둘 피어난다. 

종일 곡작업을 하다.

 

4/6

비. 리사무소에 가서 경작증명서에 도장을 받아와서 직불금 신청을 했다. 어머니가 오셨다. 시청에 가서 측량 신청을 했다.

 

4/7

무릇 공감의 핵심은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의 핵심은 상대의 감각계를 평가하는 데 있다.

- 조나선 벨컴 "물고기는 알고있다"

 

4/8

혜민스님을 오랜만에 만났다.

 

4/9

엄마, 누나와 오두막에 들렀다가 산책을 하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4/10

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날리는 날. 누나가 서울로 돌아가고 나와 아내는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왔다.

 

4/11

엄마가 부산으로 가셨다.

 

4/12

과수원에서 윤슬이에게 보내줄 네잎 클로버를 찾았다. 아내가 동백꽃 한 송이를 가져다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채운이 뜬 하늘을 보았다. 레몬 순도 감귤 순도 돋아난다.

 

4/13

새벽에 옆집 삼촌을 만나서 할머니 안부를 물어보았다. 실은 며칠 전에 119 구급차를 보았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걱정을 하고 있던 터였다. 삼촌은 걱정해줘서 고맙다며 할머니가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3 일만에 퇴원하셨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할머니의 연세가 87이었나. 

 

4/14

어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저녁에 돌아오는 길에 옆집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몹시 기운 없는 모습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할머니가 내 앞을 지나갈 무렵, 할머니는 아주 힘들다는 듯 트럭에 짚으며 걸어갔다. 내가 가까이 가자 할머니는 내 손을 꼭 쥐고 나에게 몸을 의지하셨다. 할머니의 소식을 들었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로 뭐라고 말씀을 계속하셨는데, 말하자면, 곧 죽을 때가 되었다, 이런 식의 말씀이셨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서글퍼서 할머니에게 그런 말씀 마시라고 건강하셔야 한다고 계속 말했다. 나는 집으로 오면서 줄곧 할머니가 무조건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생각하였다.

 

4/15

첫 곡이 탄생했다. 

 

4/16

보르도액을 사러 농협에 갔다. 액상이 없어서 가루로 된 보르도액(?)을 두 봉지 사왔다.

Elliott Smith를 다시 듣다. 혁신가란,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이지, 바꿔놓은 패러다임 속에서 혁신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4/17

몹시 비가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