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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0-9/10

8/20

올해 첫 예초. 수리한 예초기는 생각보다 잘 돌아가지 않았다. 날리는 풀씨에 풀독이 오른 듯 여기저기가 가렵다. 

 

8/21

과수원 옆 시유지에는 어린 배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아무도 돌보지 않는 모양이다. 말라가는 나무를 나라도 돌봐야 겠다 생각을 했는데, 말하자면 졸지에 '유기목' 둘을 입양한 셈이다. 

1000 L 물에 아미노액비 2 L + EM-B 5L + 유기 칼슘 5L를 엽면 시비. 400 L 가량 남았을 때, (집에서 가지고 오지 않았던) 광합성 세균 2 L를 더 넣고, 100 L 가량 남았을 때 같은 비율 (아미노 액비 2 L, EM-B 5L, 유기 칼슘 5L, 광합성 세균 5L)로 1000 L를 더 조제, 엽면 시비하던 중, 분무기 이상 (분무량 감소)으로 작업 중단.

폭염과 가뭄에 나무들이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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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타들어가는, 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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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터져버리는, 열과.

 

8/22

운반기 설치도 할 겸, 정비도 할 겸, 기계 상사에 갔다. 뿌얘진 실린더 윤활유 부터 갈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가게 앞에는 분무기며 예초기 등등 온갖 기계들이 줄을 서 있다. 급히 일을 하다 왔다고 신신 부탁을 하며 빨리 작업을 마무리 지어 주시기로 약속을 받아냈다.

조립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가게로 갔다. 점적 관수시설을 여쭤보니, 일단은 읍사무소에 가서 지원사업 신청을 빨리 하라고 하신다. 윤활유, 타이밍벨트, 시린더 점검을 받고 돌아왔다.

 

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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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에 와보니, 액비량이 엄청나게 줄어있다. 얼마나 날이 더웠는 지, 거의 삼다수 350 통 분량의 액비가 증발해 버렸다!  사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마저 물을 채우고, 분무기에 엔진오일을 넣고고, 윤활유를 갈고, 그러는 사이 해는 점점 더 높아진다. 더위에 마음은 급해지는데, 이번에는 호스에 구멍이 났다. 겨우 땜질을 하고 일을 마치니 300 L가량 액비가 남았다.

돌아가는 길에 기술센터에서 광합성 세균 10L를 받고, 농협 농기계 수리센터에 가서 분무기 점검을 받았다. 

 

8/24

가려움을 견디다 못해, 동네 의원에서 알레르기 약을 받아왔다. 천막사에 가서 분무기 커버를 알아보고, 방학을 맞춰 들어온 동진이를 만나 CD 한 장을 선물 받고 얘기를 하다가 돌아왔다. 아내의 두 번째 시집이 집에 도착했고, 아내에게 저녁 요리를 해주었다.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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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바다직박구리가 맑게 울다. 

읍사무소에 가서 관수시설 지원사업을 알아보았다. 19일에 끝났습니다. 이번에 신청하신 분들 다 떨어졌어요. 다음 신청은 언제입니까? 내년 1월이나 되어야 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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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집에 가서 분무기 커버를 맞췄다. 현미식초 8 L에 패화석 2 kg를 넣고 유기 칼슘 용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구연산에 비하니 반응성이 엄청나다. 아직 해가 강하니 액비를 자연광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액비 통을 과수원으로 옮겨 놓고 EM-B액 200 L 조제를 시작했다. (EM 원액 1통 + 당밀 20 L in 물 200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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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정리를 하던 중 작은 새끼 뱀을 보았다. 혀를 제법 내미는 것이, 어려도 천상 뱀이다. 

독한 알레르기 약에 잠이 쏟아진다. 저녁을 먹고 창너머 밝아진 밤바다를 보았다. 모로 누운 보현이의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 밤은 유독 아름답구나.

 

8/26

약에 취해 오전 내내 헤롱대다. 윤활유를 한 번 더 갈고, 남은 액비 300 L를 물로 희석해서 관주해주었다. 믹서로 간 청국장 4 팩 (720 gr)을 액비 통에 넣어 섞었다.

 

8/27

관주를 하던 중 비가 와서 작업을 중단했다. 그좀 더 시원스레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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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나무에서 꽃이 피었다! 2년 생 이상의 가지에서 가을 배꽃이 피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한다. 다른 한 그루도 눈에 띄게 잎이 무성해졌다. 나무들이 말을 걸고 있는데, 그 말을 아직 나는 잘 알아 듣지 못한다.

비가 물러간 틈을 타, 순지르기를 하고, EM을 다시 통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지금 햇살로는 자연 발효는 어림도 없다. 트럭 짐칸에 매미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귤나무 아래 매미를 묻고 여뀌꽃 하나를 올려두었다.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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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단비가 오고, 기현씨 부부가 와서 풀 뽑기를 도와주었다. 호랑나비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EM-B를 다시 통에 담고 집에 가지고 와서 40 C 로 발효를 시작하였다.

 

8/29

가을 전정 시작. 그런데 지금이, 정말 가을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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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칼슘 10L에 패화석 2kg 넣고 유기 칼슘 조제 만들기. 몇일 전 만들기 시작한 유기 칼슘 용액에서는 식초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EM 센터에 가서 아미노 액비를 한 통 사오고, 분무기 커버를 찾아왔다.

 

8/30

아침부터 소나기가 내린다. 기술센터에서 유산균 10 L를 받아오고, 오후에 전정을 했다.

 

8/31

바람 거센 8월의 마지막 저녁, 반딧불이 한 마리가 힘없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9/1

아내는 서울로 갔다. 상순 부부와 저녁을 먹고 베이스를 빌려왔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 비는 오지 않았다.

 

9/2

비가 온다. 병원에 들러 약 처방을 받았다. 박노해 시인의 '다른 길'을 다시 펼치다.

 

9/3

제비들이 제제대는 소리에 현관문을 열었다. 대문 위 전깃줄에 제비들이 앉아있다. 꽁지깃이 짧은 새끼 제비 두 마리가 번갈아 날아와 내 머리 위에 큰 원을 그리고 돌아갔다. 곧 이들을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몹시 슬프고도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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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L 물에 1L 아미노 액비 + 5L 키토 목초액 + 5L 유산균 + 5L 광합성 세균 + 4L 유기 칼슘 + 5L EM을 섞어 엽면 시비. 분무기가 또 고장이 났다. 농기계 수리 센터에서 타버린 벨트를 갈고, 모터와 실린더의 휠을 정렬했다.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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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집 근처 바닷가에서 한 쌍의 장다리 물떼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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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무기 호스가 또 새다. 1000 L 를 다 쓰고 또 1000 L 조제 (1L 아미노 액비 + 5L 키토 목초 + 5L 유산균 + 5L 광합성 세균 + 4L EM). 이건 전쟁이다. 일을 마치니 어느새 저문 하늘에 뜬 초승달.

 

9/5

농민신문 기사를 보니, 다른 감귤 농가들도 난리구나. "열과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가능한한 관수하지 말고 필요한 경우도 조금씩 자주하는 방식으로 바꾸며 엽면살수를 원칙으로 한다." 어느 농업 기술 센터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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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순이 자라고 있다. 새순이 돋는다는 것, 지금은 그것 만으로도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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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갈색 사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9/6

EM-B 발효 끝. 간만에 정원 일을 했다.

권순평의 '직관의 사진'을 읽다.

 

9/7

작업 중에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란,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그런 것이다. 

배롱나무 꽃이 헛꽃이라는 것을, 밭 여기저기 핀 노란 수까치깨 꽃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9/8

나무의 마른 가지를 잘라주는 것이, 나무의 나쁜 기억을 잘라주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은, 서사를 통해 세상을 알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현상을 관찰하며 세상을 알려고 한다. 수잔 손택과 형철님의 책을 읽으며, 나는 왜 거의 모든 종류의 '서사'에 관심이 없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9/9

목욕을 하고 쉬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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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으로 찍는 '무비 카메라'가 미국에서 왔다. 어쩌면 나는,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필름에 빛을 새기는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야생동물 구조센터에 약간의 새 먹이를 기증했다.

 

9/10

새 카메라를 들고, 오랜만에 걸었던 야생의 숲길. 

이해받지 못한다고 해서 절대로 순순히 쓸쓸해지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