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님께서 쓰신 글입니다. 4년, 5개월 전

    청명한 가을. 루시드폴의 계절입니다. 폴님 공연이 부쩍 그리워지는 나날이네요. 공연이 기다려지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요즘 제게 위로가 좀 필요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들이 일단락 되면서 뭔가를 끝냈다는 마음에 후련함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구멍이 송송 난 것처럼 허전함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어쩌면 제가 막 사추기에 돌입하는 때여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요. 날씨가 추워지니깐 헛헛함이 더 커지는 느낌이랄까요.

    기회가 닿는 한에서 폴님의 여러 공연을 봤지만 요즘 가장 그리운 공연은 ‘목소리와 기타’만 있었던 공연이에요. 언제였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폴님이 그저 담담히 들려주는 기타 선율과 나즈막한 목소리만으로도 알 수 없는 위로를 받았던 어느날의 공연이 가끔씩 떠오르거든요. 사실 그때는 그냥 좀 “심심하다, 졸 뻔했다”, 이런 기억이 컸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거창한 말이 없어도, 화려한 포장이나 무대가 없어도 그저 담담한 목소리와 기타소리가 제가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날의 ‘심심했던’ 기억을 그리워 하고 있다니 놀랍네요. 날씨가 추워져서 일까요? 아니면 나이를 먹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시끄러운 것들을 견딜 수 없게 되어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특히 요즘 들어 그때 그 공연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집니다.

    목소리와 기타로만 이루어진 공연을 언제 또 만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때가 되면 가장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가고 싶어요. 공연을 보면서 커피 한잔 하고 싶지만 그건 좀 어렵겠죠? 대신 공연장에서는 기침도 시원시원하게 할거에요. 얼마 전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요. 폴님의 옛 노래로 ‘추억여행’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공연에는 새로운 노래 보다는 그동안 즐겨 들었던 곡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나즈막히 따라 부르기도 하려고요.

    그렇게 공연을 보며 긴장을 풀고 힘을 빼고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는 좀더 충만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그런 공연을 꼭 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요. 소박하지만 따스한 공연. 요즘은 그 날이 부쩍 그리워집니다.